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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사라질 듯 사라지지 않는 코로나19 팬데믹에 경기침체로 인한 팍팍한 살림살이, 불쾌 지수 폭발하는 무더위까지 악재에 악재를 더한 우울한 세상에 모두가 지칠 대로 지쳐 있는 상황. 막막한 세상에 답답해진 가슴을 제대로 뻥 뚫어주는 청량감 가득한 블록버스터가 올여름 극장가의 흥행 깃발을 세울 전망이다. 8년 만에 돌아온 '이순신 프로젝트' 두 번째 이야기는 전작의 실수와 아쉬움을 완벽히 만회, 더욱 촘촘해진 스토리와 거대해진 스케일로 여름 대작의 위용을 제대로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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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이번 '한산'은 과감하게 신파를 절제하고 해전에 집중한 세련된 연출로 전편 이상의 만족감을 전해 눈길을 끈다. '명량'의 아픈 손가락으로 여겨졌던 '국뽕팔이' 논란을 의식한 김한민 감독은 '한산'에서는 스토리의 군더더기를 모두 덜어내고 이순신과 장수들의 투지와 팀플레이를 전면에 배치, 차근차근 쌓아가는 빌드업을 통해 후반부 제대로 된 해전으로 큰 한방을 터트린다. 스토리상 '국뽕'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지만 선택과 집중으로 욕심을 덜어낸 김한민 감독은 세련된 '국뽕'으로 장르를 개척, '한산'을 통해 '전쟁 사극 장인'으로 다시 한번 입지를 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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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의 새로운 안타고니스트로 등장한 왜군 장수 와키자카로 변신한 변요한의 파격 변신도 압권이다. '명량'의 와키자카 조진웅의 젊은 시절을 소화한 변요한은 첫 등장부터 간담 서늘한 냉혈한으로 강력한 빌런의 탄생을 예고했다. 해상과 육지 전투에 모두 능한 천재 지략가의 면모는 물론 승리를 향한 집착과 대담함, 잔혹함을 집대성한 그는 박해일과 반대의 지점에서 관객을 쥐락펴락한 것. '자산어보'(21, 이준익 감독)을 기점으로 물오른 연기력으로 비상하는 변요한은 데뷔 이래 가장 강렬한 악역 변신으로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만들게 됐다.
비단 박해일, 변요한뿐만 아니라 조·단역의 환상의 팀플레이도 재미를 더했다. 분노를 유발하게 만드는 숨겨진 빌런 원균 역의 손현주와 노장의 아우라를 드러낸 어영담 역의 안성기는 한층 젊어진 '한산'의 중심을 잡으며 뒤를 든든하게 받쳤고 그동안 강렬한 악역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김성규는 항왜 군사가 된 왜군 병사 준사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 보는 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는 윤활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무엇보다 '범죄도시' 시리즈,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통해 '흥행 요정'으로 등극한 박지환의 활약이 눈길을 끈다. 거북선 설계자 나대용으로 변신한 그는 기존에 스크린에서 펼친 코미디를 걷어낸 반전의 카리스마로 등장 신마다 존재감을 뿜어냈다.
이렇듯 '한산'은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 화려한 볼거리, 명품 배우들의 앙상블로 삼위일체 된 올여름 유일한 전쟁 사극 블록버스터로 오감을 만족하게 한다.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를 곱씹게 만들며 위로를 선사하고 자긍심을 차오르게 하는 '한산'. 8년 전 여름 극장가가 다시 한번 재현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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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