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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배신·복수도 없는데 무슨 재미?…'우블' '해방일지' 드라마는 '힐링'이 맛이지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22-06-06 15:30 | 최종수정 2022-06-08 07:19



어찌보면 특별한 이야기가 없다. 복수도 없고 배신도 없다. 그저 우리 주위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들만 나열해놨다. 하지만 이런 드라마들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몇년 전만 같았어도 제작이 결정되기도 전에 방송사 드라마 국장 선에서 '킬'될 법한 아이템들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비법이 변하고 있다. 바야흐로 '힐링 드라마 전성시대'다.

중반을 넘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tvN 주말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는 지난 5일 방송이 14.2%(이하 닐슨코리아 집계·전국 기준)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우리들의 블루스'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는 우리 삶 속의 희로애락이다. 캐릭터별 옴니버스식 이야기를 통해 평범한 인간들의 삶을 풀어내고 있다.

대미를 장식할 옥동(김혜자)와 동석(이병헌)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가장 많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인권(박지환)과 호식(최영준)의 이야기, 설렘 가득했던 영옥(한지민)과 정준(김우빈)의 이야기 등 대부분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흘러갔다. 그 흔한 반전이나 악역도 보이지 않는다.

자극이 없다는 것은 이야기가 자극적으로 흘러갈 순간에도 실제 현실처럼 곧 제자리를 찾아온다는 것이다. '왜 서로 말을 안하고 저렇게 상황을 만들까'라는 답답함이 없다.

5일 방송에서 동석은 민선아(신민아)가 전 남편과 만나는 장면을 목격했다. 다른 드라마 같았으면 의심에 의심을 거듭했겠지만 동석은 그저 선아에게 "전 남편과 다시 잘되는 것이냐"고 물었고 선아는 "아니다"라고 간단하게 답하며 상황을 종료시켜 버렸다.

은희와 미란(엄정화)의 오해도 마찬가지다. 미란은 절교를 선언하고 제주를 떠났지만 은희는 서울로 미란을 찾아가 속마음을 얘기하고 구원을 풀어버렸다. 주위 사람들은 자꾸 문자와 전화가 오는 영옥을 의심하기 시작했지만 정준은 끝까지지 영옥을 믿었고 결국 다운증후군 언니 영희(정은혜)와 함께하는 길을 택했다.

노희경표 드라마는 그동안 휴먼 스토리를 주제로 하는 작품이었지만 '우리들의 블루스'는 업그레이드된 '힐링'스토리를 펼치고 있다는 평이다. 때문에 이병헌 차승원 한지민 김우빈 등 톱스타가 즐비한 작품이지만 배우보다는 이야기가 먼저 보이는 작품으로 통하고 있다.


지난 달 29일 종영한 JTBC 주말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역시 '힐링'이라는 콘셉트를 제대로 잡아내 보는 이들의 환호를 받았다. 사실 '나의 해방일지' 역시 스토리를 관통하는 흐름은 크지 않다. 염기정(이엘) 염창희(이민기) 염미정(김지원), 세 남매의 평범한 일상을 다루고 있다. 단지 경기도 수원 인근 가상의 산포시에서 부모님과 함께 사는 남매다. 서울로 출퇴근을 하기 때문에 지하철 막차 시간을 신경써야하고 출퇴근 시간만 3시간이 걸리는, 그래도 사랑과 삶에 대해 고민하고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다. 직장에선 동료들에 치이고 집에선 답답하기 그지 없는 일상이 시청자들에게 '모두 똑같구나'라는 공감대를 일으킨다.


2016년 '또 오해영', 2018년 '나의 아저씨'라는 걸출한 작품을 내놓은 박해영 작가는 4년만인 2022년 새 작품 '나의 해방일지'를 통해 마치 '득도'(?)한 듯한 이야기로 시청자들에게 '힐링'을 선사했다.

물론 아직도 각 방송사의 편성표에는 미스터리 멜로, 판타지 스릴러, 로맨틱 코미디 등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장르의 드라마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갯마을 차차차'에 이어 '나의 해방일지' '우리들의 블루스'까지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편하게 만드는 '착한'드라마들이 그 팬층을 점차 넓혀가고 있는 것은 꽤 괜찮은 징조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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