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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연체금을 받으러 갔다가 사라진 후 변사체로 발견된 실습생으로부터 매일 같이 날아오는 의문의 단서를 받게 되는 콜센터 센터장 세연의 이야기를 그린 극현실 미스터리 영화 '젊은이의 양지'(신수원 감독, 준필름 제작). 극중 세연 역의 김호정(52)이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극중 그가 연기하는 세연은 휴먼네트워크 콜센터 센터장으로 딸 미래(정하담)을 키우며 살아가는 싱글맘이다. 어릴 때부터 서장을 강조하는 사회 속에서 자란 그는 노력만을 강요하다가 어느 날, 어린 콜센터 현장실습생 이준(윤찬영)이 사라지고 취업 준비를 하는 딸이 몰락해 가는 모습을 보며 심경의 변화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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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원 감독과 '마돈나'부터 '젊은이의 양지', 그리고 촬영을 완료한 다음작품까지 세 작품을 함께 한 김호정. 그는 현실을 녹여내는 신수원 감독의 스타일에 대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내가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영화가 나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언제 꿈과 희망을 느낄 때는 영화 속 주인공이 내 모습을 닮았을 때다. 그런 의미에서 감독님의 영화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보기 힘들 수도 있지만 우리가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이야기를 리얼하게 담아내서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너무 칙칙하면서 울움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감정을 꾸준히 가져가면서 극의 흐름을 끌고 가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서 "제가 다르덴 형제나 켄 로치 감독의 작품을 좋아한다. 그 영화들이 특징이 사회문제를 다루면서도 강요하지도 않고 또 감정을 끝까지 가져간다는 거다. 저는 신수원 감독이 그런 감독님과 닮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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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여자'부터 '젊은이의 양지'까지 감정적으로 쉽지 않은 작품을 연달아 출연한 김호정은 "그런 작품 선택이 힘들진 않냐"고 묻자 "어렸을 때는 힘든 역할이나 작품을 하면 빠져나오기가 힘들었는데 오히려 지금은 그런 걸 하고 나면 해소되는 게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역할을 하면서 내가 그 역할에 대해 충분히 공감을 하고 연기를 하고 나면 초심 같은 마음이 생긴다. 그리고 전 워낙에 연극이 베이스가 되서 인간 본성에 대한 작품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이런 작품을 하고 나면 의미가 더욱 크다"고 말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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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친구들과 함께 연기하면 자신의 20대 시절을 되돌아 봤다는 김호정. "내가 젊었을 때는, 20대에는 정말 연극에 미쳐서 광기 어리게 살았다. 정말 미친듯이 연기와 연극에만 매달렸다"고 말했다. 이에 "조금 더 젊은 시절을 즐기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나 아쉬움은 없냐"고 묻자 김호정은 "즐기면 안된다. 즐기면 아무 것도 안된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어 "다른 일은 즐기면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연기는 내가 인물 속으로 들어가야 되기 때문에 즐기면 안된다. 지금 연기 잘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배우들, 예를 들어 송강호, 이병헌 같은 배우들 모두 즐기면서 연기하지 않았을 거다. 정말 치열하게만 연기하면서 살았을 거다"라며 "물론 처음에는 즐기면서 할 수 있다. 하지만 즐기기만 하면서 연기를 하다보면 즐기는 것만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벽을 만나게 되기 마련이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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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최근 여성 배우들을 주연으로 내세우는 여성 서사 영화의 증가를 반가운 변화라고 말했다. '프랑스 여자'에 이어 '젊은이의 양지'에서도 중년 여성으로 주인공으로 극을 이끌어나간 그는 "정말 나에겐 큰 의미다. 다시 또 주인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싶다. 나이 든 여자가 주인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또 올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여배우가 좋은 영화가 최근 너무 많더라. 엊그저께 '윤희에게'를 뒤늦게 봤는데 너무 좋더라. 정화씨가 나온 '오케이 마담'도 재미있었다. 지금 여성들이 나서는 영화들이 꽤 있는데 너무 기분이 좋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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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hcosun.com 사진 제공=리틀빅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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