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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언제 황시목X한여진 만나나'…대장정 마무리 '비숲2'가 남긴 것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20-10-05 11:17



[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tvN 토일드라마 '비밀의 숲2'이 더 좋은 세상을 위해 나아갔던 지난 8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이날 마지막 회에서는 황시목(조승우)과 한여진(배두나)에 의해 거미줄처럼 얽혀 있던 거대 권력의 비리가 낱낱이 밝혀졌다. 이로 인해 끝까지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고집하던 법제단 부장검사 우태하(최무성)는 파면과 기소가 결정됐고, 최빛(전혜진)은 모든 것을 밝히고 자의로 정보국 부장 자리에서 내려오며 끝을 맞이했다. 최빛과 우태하의 커넥션 끝에 숨어 있던 한조 이연재(윤세아)는 남편 이창준(유재명)의 죽음이 그녀에게 조금의 변화도 가져오지 못했다는 사실을 드러내며 안타까움을 남겼다.

하지만 끝까지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긴 황시목과 한여진의 마지막 여정은 시청자들에게 한 줌의 희망을 안겼다. 검경협의회가 무산되면서, 황시목은 원래 부임지였던 원주지청으로 돌아갔고, 한여진은 계속 정보국에 남아 새 출발을 알렸다. 무엇보다 이들은 변함없이 새로운 곳에서도 정의롭게 지낼 것이란 믿음을 심었다.

◇소포모어 징크스 깼다! 이수연 작가X박현석 감독의 저력

'비밀의 숲2' 앞에선 소포모어 징크스도 통하지 않았다. 장르물의 새로운 지평을 연 '비밀의 숲'의 다음 시즌으로 모두의 관심 속에 포문을 연 '비밀의 숲2'는 첫 회부터 수도권 가구 기준 평균 9.1%, 최고 10.6%, 전국 가구 기준 평균 7.6%, 최고 8.9%를 기록했다. 이는 시즌 1의 최고 시청률인 전국 가구 기준 평균 6.6%, 최고 7.3%를 넘어서는 수치로 tvN 역대 토일드라마 첫 방송 시청률 기록 2위에 오르는 막강한 저력을 입증했다. 이후에도 지난 시즌보다 상승한 시청률 추이를 보이며, 최종회 시청률은 수도권 가구 기준 최고 12%까지 올라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케이블, IPTV, 위성 통합한 유료플랫폼 기준/ 닐슨코리아 제공). tvN 최초의 장르물 드라마 시즌제 성공이라는 쾌거였다. 그 중심에는 작은 것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고 치밀하고 촘촘하게 쌓아 올린 이수연 작가의 탄탄한 구성력과 감각적이면서도 섬세한 영상미로 인물의 감정선을 세밀하게 풀어낸 박현석 감독의 연출력에 있었다. 완성도를 담보하는 이 두 사람의 의기투합은 회가 거듭할수록 더욱 빛을 발했고, 이로 인해 침묵하는 자들이 한 명 한 명 모여 거대한 숲을 만들어내는 과정과 그 숲에 의해 진범의 얼굴이 어떻게 가려졌는지를 목도했다. '비밀의 숲2'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게 짙게 깔린 안개들을 긴밀하고도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걷어내며 완벽하게 결이 다른 드라마로서의 재미와 의미를 모두 잡아냈다.

◇불편한 진실, 예리한 통찰력이 전한 묵직한 화두

'비밀의 숲2'가 지난 시즌과 결이 달랐던 이유는 모든 사건들이 어쩌면 사소하다 지나쳤을지 모르는 사고가 씨앗을 뿌렸고, 그 씨앗이 짙은 안개 속에서 숲을 이뤄가고 있었다는 불편한 진실 때문이었다. 모든 비리는 '밥 한 끼'에서 비롯된 것처럼 이번에도 '사건'이라고 하기에는 무색했던 '통영 사고'에서부터 시작됐고, 이는 서동재(이준혁) 실종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돌아왔다. 인생샷을 건지기 위해 한 커플이 해안 출입통제선을 끊었고, 그 후 대학생 두 명이 바다에 들어갔다 빠져 죽었다. 하지만 모두가 주의 깊게 보지 않았던 '통영 사고'는 사실은 따돌림에 의한 '살인 사건'. 전관예우를 하지 않고 세세하게 검토만 해봤어도, 통영 유가족의 말을 그냥 넘기지만 않았어도, 대학생 세 명이 같이 찍은 사진을 유심히 보기만 했었어도 서동재 실종이라는 비극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었다. 전 지검장의 사망 역시 마찬가지. 이 사건에 연루된 우태하와 전 정보국장 김명한(하성광)이 하나같이 내놓은 변명은 "누군 안 그래? 그 상황이면 누구나 다 그렇게 했을 것"이었다.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비밀의 숲'은 자신들의 이권을 지키기 위해 원칙을 무시하고 침묵한 평범한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모여 만들어낸 부산물이었다.

◇"침묵하는 자, 모두가 공범이다." 침묵해선 안 되는 이유


이렇게 '비밀의 숲2'는 "침묵하는 자, 모두가 공범이다"라는 슬로건 아래, 사소하게 여기고 넘긴 일들이 어떤 나비효과로 되돌아오는지를 보여줬다. 황시목과 한여진은 그래서 침묵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사소하다고, 그 상황에서 백이면 백 누구나 다 그런다고 넘겨버리며 합리화하는 순간,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강력한 면죄부가 생긴다. 또 다른 최빛이, 또 다른 우태하가, 또 다른 이연재가 생겨날 수 밖에 없는 이유였고, 황시목의 말처럼 그로 인해 생긴 그림자는 지워지지 않은 채 아주 길게 남을 것이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뉘우치지 못한 우태하가 되고, 누군가는 반성한 최빛 혹은 강원철이 되느냐를 결정 짓는 건 '나부터 안 그러면 된다'는 마음 가짐 아래 진리를 좇아 매진하고 도리를 향해 나아가는 것, '비밀의 숲2'가 예리한 통찰력을 통해 전한 묵직한 화두이자 더 좋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한 줌의 희망이었다.

◇숨소리조차 차원이 달랐던 '비밀의 숲2'만의 연기 향연

이렇게 묵직한 화두를 완성한 건 '비밀의 숲2'를 이끌어 나간 조승우, 배두나, 전혜진, 최무성, 이준혁, 윤세아를 비롯한 모든 배우들의 연기의 향연이었다. 이들은 숨소리조차 달랐던 연기로 마지막 순간까지 눈을 뗄 수 없는 몰입도를 선사했다. 진실을 좇아 원칙과 정의를 향해 달려나간 조승우와 배두나는 그 어떤 수식어도 필요 없는 연기로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침묵하는 자'였던 전혜진과 최무성은 대립하면서도 규합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긴장감을 사실적이면서도 강렬한 연기로 극대화 시켰다. 밉상인 캐릭터 설정조차 애정으로 품게 만드는 장악력을 가진 이준혁은 마지막 회에서 기적적으로 눈을 뜨며 단 한 마디의 말도 없이 강렬한 존재감을 내뿜었다. 남편의 죽음에 이어 한조의 새 수장으로 거듭난 윤세아는 이 급격한 변화 속에서도 꼿꼿함을 잃지 않으며 중심을 잡아나갔다. 이 밖에도 회가 거듭될수록 시청자들의 최애캐로 거듭났던 동부지검장 강원철 역의 박성근, 법제단 김사현 부장 역의 김영재, 용산서 강력3팀 최윤수 팀장 역의 전배수 등 탄탄한 연기로 극을 빈틈없이 채워준 이들의 열연은 매 순간을 명장면으로 만들어내며 매회 감탄과 호평을 이끌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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