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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캠프' 최장수 단일DJ 배철수의 고백 #30주년소감 #임진모 #청취자♥ #BBC [종합]

남재륜 기자

기사입력 2020-03-19 16:57



[스포츠조선 남재륜 기자]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30주년을 맞이했다.

19일 MBC FM4U '배철수의 음악캠프' 30주년 기자간담회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MBC 봉춘라디오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 생중계됐다. 이날 DJ 배철수를 비롯해 임진모, 김경옥 작가, 김빛나 PD, 조성현 PD, 배순탁 작가가 참석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1990년 3월 19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C 라디오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이날 30주년을 맞이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방송사적으로도 '세상에서 가장 오래되고 세상에서 가장 많은 것들의 기록'을 보유한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단일 DJ로 30년간 마이크를 지킨 최장수 팝 음악 전문 DJ 배철수뿐만 아니라, 24년째 코너지기로 청취자와 함께 하는 최장수 게스트인 대중음악 평론가 임진모, 단일 프로그램 최장수 작가(김경옥), 국내 라디오 역사상 최다 해외 아티스트 출연(280팀)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이날 배철수는 "엊그제 시작했는데 벌써 30년이 된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너무 많은 분들이 축하를 해줘서 쑥스럽다. 음악을 좋아한다. 좋은 음악 들으면서 매일매일 행복하게 지냈는데 30년이 됐다고 큰 축하를 해주니 감사하다"며 "언제가 될 진 모르겠지만 그만두는 날까지 재미있게 진행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배철수는 30년간 이어온 비결을 청취자들에게 돌렸다. 그는 "30년 전엔 저도 청년이었다. 락밴드의 일원이었고 좌충우돌 음악을 살던 시기였다. 라디오를 하면서 '내가 잘하니까 방송사에서 캐스팅 한 거지', '내가 음악도 잘 알고 디스키 자키로서 괜찮아'라고 자신했지만, 나중에 가서야 알았다. 라디오 프로그램이 청취자가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고 존재 가치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프로그램이 청취자와 같이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이라는 자각을 하게 됐다. 저는 별 것 아니다. 진심으로 청취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또한 배철수는 "코로나19 때문에 많이 힘들텐데 이런 잔치를 하게 되서 송구스럽다. 다들 힘내시길 바란다"고 응원을 건넸다.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30주년 기념 첫 프로젝트로 지난 2월 영국 BBC 마이다 베일 스튜디오에서 'Live at the BBC' 특별 생방송을 진행했다. 이에 대해 배철수는 "첫번째론 좋았고, 두 번째로는 외국인 엔지니어과 함께 작업하면서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며 "또 참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BBC까지 가서 방송을 할만큼 이 프로그램이 인정 받은 게 너무 기뻤다. 30년 동안 이 프로그램을 해온 게 자랑스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런던에도 팬 분들이 기다렸다"며 "생방송이 끝나고 아침 11시에 나오다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 고정 게스트로 24년째 함께하고 있는 음악평론가 임진모는 "항상 생각하는 게 참 오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재능을 갖고 인품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을텐데, 복이 많아서 배철수 음악캠프에 출연했다고 생각한다. 재능도 없고 인품도 좋지 않은데 이 정도까지 한 게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30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소감을 남겼다.

임진모는 배철수만의 '매력'을 치켜세웠다. 임진모는 "배철수는 참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떨 때는 배철수 씨의 말하는 것, 행동하는 것도 은연중에 따라하게 된다"며 "배철수와 24년째 함께하고 있지만 그의 진행이 지루하지 않다. 외로움 다음으로 지루함을 싫어하는데 배철수는 지루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단일 프로그램 최장수 작가라는 역사를 쓴 김경옥 작가는 "30년이 너무 빨리 지나간 것 같다. 별로 한 일이 없는데 30년까지 같이 온 게 꿈만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잘 한 것보다 입지가 훌륭한 곳이어서 30년이 쉽고 즐겁게 순식간에 잘 지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옥 작가는 DJ 배철수를 30년간 한결같이 지켜보며 달라진 점에 대해선 "사실 매일 보던 사람이라 뭐가 달라졌는지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외모랑 목소리 톤이 달라지긴 했다. 하지만 30년 전 것을 지금 들어보면 다들 깜짝 놀란다. 날티 난다고. 그 땐 날티나는 게 좋았고, 지금은 바뀌어서 굉장히 믿음이 가는 목소리가 좋다. 나에게 어떤 변화를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원래 가까운 사람은 잘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경옥 작가는 "같은 말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다르더라. 배철수씨가 말하면 굉장히 믿음이 간다"며 "질투가 나기도 한다. 원고 쓰는 입장으로는 옛날에도 좋고, 지금도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철수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느티나무'라고 표현하며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그는 "'음악캠프'가 10년이 지난 순간부터 배철수가 느티나무 같다. 봄 되면 잎 나는 거 보고, 여름에 그늘에서 잘 쉬고, 가을에 낙엽 지는 거 보고 겨울에 잘 한 계절 잘 보내고. 늘 든든한 느티나무 같다"고 말했다.



김빛나 PD는 '배캠'이 갖는 의미에 대해 "저녁 6시에 돌아오면 프로그램이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라며 "한 청취자는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나에게 야자시간이었다가 밥할 시간이 됐다라고 말씀해주시더라"라고 얘기했다.


배철수 30주년 다큐멘터리 '더 디제이'를 연출하게 된 조성현 PD는 "초등학교 5학때 부터 '배캠'을 듣기 시작한 30년된 애청자로서 MBC에 입사한 후 다큐 프로그램까지 맡게된 성덕 PD"라며 "배철수 선배가 연예계 데뷔 42년만에 처음 찍는 다큐라도 하던데 정말로 카메라를 싫어하더라. 그래서 라디오를 오래 했구나 싶더라"라고 말했다.


특히 임진모는 '음악캠프'가 장기집권할 수 있었던 이유가 MBC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프로그램에 있어 가장 큰 영예는 장수한다는 것이다. 배철수에게 15년도부터 그만두라고 했는데 말이 점점 달라지더라. 청취자가 원하니까 한다더니 레전드가 있어야 되지 않겠냐고 핑계를 만들더라"며 "그렇게 30년을 이어왔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렇게 장기 집권을 하기 위해서는 물론 운도 좋아야 하지만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 그런 부분에서 MBC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배철수의 30년 진행은 배철수의 승리이자 동시에 MBC라디오의 승리"라며 "사실 청취율이 나쁠 때도 있다. 점점 라디오를 듣는 사람은 없어지고 있고, 많은 프로그램이 사라지고 있다. MBC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폐지할 수 있는 데 MBC가 음악캠프라는 한 가지는 가져가고 싶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들은 배철수는 "100프로 동의한다"며 "MBC 라디오에서 어떻게 보면 내게 큰 기회를 준거다. 내게 거쳐간 30명 가량의 PD들에게 많이 감사한다. 재량권을 많이 주고 도와줬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감사를 전했다. 또한 배철수는 "20년, 25년 때는 이때까지 하고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30년에 들어서니 내 의지로 그만둬야하는 게 아닌것 같다. 청취자들이 결정할 문제인 것 같다"고 했다.

배철수는 30년간 라디오를 진행하며 음악관에도 변화가 생겼다. 그는 "과거 저는 록 음악을 워낙 좋아했고, 밴드 생활하면서도 록 음악이 최고라고 생각했기에 이외의 장르들은 허접하다고 생각해왔다. 히트했을지는 모르지만, 음악적으로는 큰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어 "그런데 청취자들은 대부분 히트곡을 신청곡으로 보낸다. 처음엔 억지로 듣기도 하며, 찾아듣기도 했다. 그런데 계속 듣다 보니 음악에 있어 장르는 별로 중요하지 않구나 싶었다. 이젠 음악에 대한 편견이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배철수는 "대중들이 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대중들이 우매하게 쏠려가는 듯싶지만, 긴 시간을 두고 보면 대중들의 선택이 옳더라. 결국 음악엔 좋은 음악과 그렇지 않은 음악만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희애, 이영애 등 영화계 인사, 이세돌, 엄홍길 등 스포츠계 인사, 소설가 김영하, 문유석 판사 등 분야와 장르를 특정할 수 없는 무수한 국내외 스타들이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찾았다. 다시 초대하고 싶은 게스트를 묻자 배철수는 세상을 떠난 딥퍼플의 존 로드를 꼽았다. 그는 "나와주신 모든 게스트들에게 감사하다. 누구든 소중한 손님이니 그 분들이 하고 싶은 얘기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30년간 '음악캠프'를 이어온 배철수는 미래보다 현재에 집중하고 있었다. 배철수는 "록 음악으로 시작했기에 방송 생활의 마지막은 록밴드로 끝맺고 싶었다. 2~3년 전에는 30년까지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마무리하고, 락 밴드로 끝맺음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 구창모씨와 이야기를 했다. 송골매 프로젝트로 앨범을 낼 건지, 디지털 음원을 낼지, 공연을 할지 계획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모든 일들은 3월 19일 이후로 미뤄놨다"며 "방송 프로그램은 라디오는 6개월마다 개편을 한다. 6개월 단위로 끊어서 생각하기 때문에 향후 5~10년에 대해선 생각도 안 하고 있다. 6개월 넘어가서 개편에 살아남으면 또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배철수는 "어떻게 그만둘 지 모르겠지만, 임진모씨 그만두고 6개월 더 하고 싶다"며 "방송에서 많이 이야기들어서 아시겠지만, '음악캠프'는 그렇게 대단한 프로그램은 아니다. 청취자들이 일과를 끝내고 집에 가는 길에 마음에 드는 음악 한 곡 듣고, 제가 던진 실없는 농담에 피식 웃을 수 있으면 프로그램의 가치가 충분하다. 앞으로도 그런 프로그램 되도록 노력하겠다. 지금까지 오랜 세월 함께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남재륜 기자 sj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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