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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권째까지의 콘텐츠를 모두 담아내고 싶다."
웹소설 '달빛조각사'는 4363일의 집필 기간을 거쳐 58권이라는 분량으로 담겨 있는 베스트셀러이다. 12년 가까운 세월동안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기에, 이를 선뜻 게임으로 담아낸다는 것은 사실 모험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자칫 '수박 겉핥기'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글로만 쓰여진 콘텐츠에 상상력을 가미, 원작자나 독자들도 납득할만한 그래픽과 세계관으로 펼쳐내야 하기에 IP를 활용하는 것임에도 또 하나의 창작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리니지'는 서비스를 이어오는 동안 숱한 업데이트를 통해 상당히 달라진 게임이 됐지만, 역시 텍스트 정도에 불과했던 1세대 게임을 그래픽으로 표현되는 2세대 게임으로 탈바꿈시켰고, 이것이 '한국형 MMORPG'의 효시가 됐기에 이들의 과감한 도전과 업적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그랬기에 송재경 대표가 모바일 MMORPG '달빛조각사'의 개발 총괄 PD를 김민수 이사에게 맡긴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최근 성남 판교에 위치한 엑스엘게임즈 본사에서 만난 김 이사는 "맡겼다기 보다는 떠넘겼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며 웃었다. 농담을 스스럼없이 할만큼 두 사람의 관계는 '소울 메이트'에 가깝다. 그만큼 송 대표의 복심을 가장 잘 아는 사람도 바로 김 이사이다. 하지만 이번 '달빛조각사'를 만들며 지난 20여년처럼 싸웠다고 한다. 김 이사는 "모바일 플랫폼이기에 무조건 SD 캐주얼 캐릭터로 가야한다는 의견을 강하게 어필했다. 반면 송 대표는 레트로 감성을 무조건 입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늘 투닥투닥 거리면서도 역시 서로의 분야에 대한 존중이 있기에 이후 신나게 잘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방대한 콘텐츠를 알맞게 게임에 녹여내는 부분이다. 김 이사는 "원작은 주인공 '위드'를 중심으로 한 스토리텔링이지만, 게임으로 바꿀 경우 모든 유저가 '위드'를 플레이하는 것은 MMO의 특성상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위드'를 NPC로 만들고 5개 직업을 통해 게임속 주인공들과 상호작용을 하며 전개하는 것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보통 온라인게임을 만든 사람들은 모바일 플랫폼의 특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디바이스나 네트워크의 특성상 '선택과 집중'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도 많다. 김 이사는 "지난 2013년 회사 내에 스파이크 스튜디오를 만들어 몇개의 모바일게임을 개발한 바 있다. 히트작은 아니었지만 그 때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며 "가독성과 시인성, 그리고 아이덴티티가 중요하기에 SD 캐릭터로 고집한 것도 그 이유다. 현재 모바일 MMORPG 트렌드로 보면 비주류라 할 수 있겠지만, '달빛조각사'를 통해 새로운 인기 공식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로선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인데다 원작의 인기뿐 아니라 송재경 대표라는 이름값 때문에라도 좋은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없지는 않다"면서도 "늘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흥미롭게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리니지'처럼 오랜 기간 사랑받고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게임이 되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 원작 58권 분량의 콘텐츠를 게임에 모두 담아낼 수 있었으면 그 목표는 자연스레 이뤄질 것 같다"며 웃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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