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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재벌 2세와 캔디의 만남. 그동안 몇십년째 이어져오던 한국 드라마의 공식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공식은 흔들리고 있다. 이제 K-드라마가 루저들의 이야기로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정복동은 초고속 승진으로 사장 후보까지 됐지만 한순간에 천리마마트로 발령이 나면서 복수심을 불태우는 인물이다. 문석구는 오직 대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희생하고 DM그룹에 입사했지만 천리마마트 점장이 된 캐릭터다. 두 주인공 모두 실패를 맛본 루저다. 김대마 회장의 손자 김갑(이규현)이라는 재벌 3세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신임을 얻지 못하고 위기에 빠지는 인물이다.
멜로도 없다. 그저 살기위해 아둥바둥하는 현실친화적 인물들만 곳곳에 포진해있을 뿐이다.
25일 첫 방송된 tvN 수목극 '청일전자 미쓰리' 역시 루저들의 드라마다. 이선심(이혜리)은 '삥땅'의 맛을 알아가던 말단 경리에서 망하기직전 회사의 대표가 되는 인물이다. 스펙이라고는 1도 없는 극한 청춘 이혜리는 산전수전 다 겪은 인물이다. 그의 멘토 유진욱(김상경)은 현실의 쓴맛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까칠한 츤데레 영업부장으로 사장의 무지막지한 지시를 충직한 개처럼 따르며 직원들을 닦달하고 협력업체들을 인정사정없이 쥐어짰던 캐릭터다.
그러니 현실을 살아가기도 바쁜 이들에게 멜로는 사치에 가깝다. 먹고 살기 바쁘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
28일 베일을 벗는 KBS2 새 주말극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이하 사풀인풀)은 기존 주말드라마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주인공으로 연애 결혼 출산 등에 내집마련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한 '5포 세대'에 경찰공무원 시험에 계속 낙방하는 공시생 김청아(설인아)를 택했다. '파이팅'이란 격려가 더 이상 힘을 못쓰는 세상에서 1막에 실패한 청춘이 어떻게 2막을 열어가는지에 대해 집중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28일 종영하는 JTBC 금토극 '멜로가 체질' 역시 보조작가, 싱글맘 등 평범한 소시민들의 로맨틱코미디로 화제를 모았다.
한 방송 관계자는 "'욜로족' '소확행' 등의 단어가 유행하는 것처럼 이제 남들이 어떻게 보는가보다는 자신만의 행복을 찾는 것에 집중하는 시대다. 요즘 시청자들은 재벌 2세를 만나 행복하게 사는 주인공보다 자신의 인생을 당당하게 살아가는 인물에 더 몰입한다"며 "그래서 기존 공식의 작품보다 루저들의이야기에 더 열광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드라마를 OTT로 보고 예능을 유튜브로 보는 세대, 그들이 새로운 K-드라마의 공식에 열광하고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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