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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③] 곽신애 대표 "'기생충' 드라마→공포까지 총망라..장르 정의 어려워"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9-06-17 15:42


17일 영화 '기생충'의 제작자 곽신애 대표가 서울 한남동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9.06.17/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곽신애(51) 바른손이앤에이 대표가 "모든 장르를 총망라한 '기생충' 때문에 장르 선정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전원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가족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박사장(이선균)네 과외선생 면접을 보러 가면서 시작되는 예기치 않은 사건을 따라가는 이야기를 그린 가족희비극 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 바른손이앤에이 제작). 봉준호 감독이 '마더'(09) 이후 10년 만에 한국영화로 컴백한 작품이자 '옥자'(17) 이후 2년 만에 신작, 그리고 지난달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최초 황금종려상(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매 작품 통념을 깨는 동시에 허를 찌르는 상상력으로 관객들과 언론·평단을 사로잡은, 한국의 대표 감독 봉준호. 이런 봉준호 감독의 7번째 연출작인 '기생충'은 특유의 블랙 코미디가 잘 녹아난 것은 물론 한국 사회를 넘어 전 세계가 처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날카로운 메시지로 꿰뚫어 신랄하게 담았다.

그야말로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호평을 얻은 올해 최고의 작품 '기생충'은 영화인들에겐 꿈의 무대와도 같은 칸영화제에서 최고의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거머쥐며 작품성을 인정 받았고 이는 한국영화 100년사를 뒤흔든 사건으로 역사의 한 획을 긋게 됐다. 그리고 역사의 중심에는 '기생충'을 만든 봉준호 감독의 탄탄한 연출도 연출이지만 '기생충'의 처음과 끝을 모두 도맡아 진두지휘한 제작자 곽신애 대표의 피땀눈물도 담겨있다.

곽경택 감독의 친동생, 정지우 감독의 아내로 이미 업계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곽신애 대표. '충무로 스타패밀리' 유명한 곽신애 대표는 1990년대 영화 전문 월간지 'KINO(키노)'의 기자로 활동, 이후 영화 홍보대행사 '바른생활' 대표, 영화제작사 청년필름 기획마케팅 실장, 영화제작사 엘 제이필름·신씨네 기획마케팅 이사를 거쳐 2010년부터 바른손 영화사업부 본부장으로 활동했고 이후 2013년 바른손필름을 이끄는 대표로 선임, 지금의 바른손이앤에이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수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제작자로서 본격적으로 메인 타이틀을 올린 첫 작품 '가려진 시간'(16, 엄태화 감독)에 이어 '기생충'은 곽신애 대표의 두 번째 메인 제작 작품. 두 번째 작품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이라는 영예를 안았고 국내에서만 834만명(16일 기준)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또한 전 세계 192개국(현재 4개국과 추가 판매 논의 중)에 '기생충'을 판매, 한국영화 역대 세계 판매 1위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바른손이앤에이 사무실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난 곽신애 대표는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을 두고 지극히 한국적인 영화라고 평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생충'은 너무나 한국적인 디테일과 톤, 결이 있는 한국영화다. 개인적으로는 봉준호 감독의 모든 영화를 좋아하지만 '살인의 추억'(03) '괴물'(06) '마더' 같은 봉준호 감독의 한국영화를 너무 보고 싶었다. 봉준호 감독의 한국영화에는 구석구석 재미있는 요소들이 예상치 못한 순간에 튀어나오지 않나? 그런 재미를 기다렸는데 '기생충'을 통해 다시 과거의 작품에서 느낀 재미를 느꼈다. 물론 영화 전반의 디테일이나 이야기를 풀어나간 방식은 한국 정서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공감하는 정서다"고 설명했다.

특히 곽신애 대표는 '기생충'을 전 세계에 소개하는 과정에서 가장 힘든 순간으로 장르 선정을 꼽았다. 그는 "해외에서도 가장 재미있어하는 부분이 장르다. '기생충'의 장르는 가족희비극이다. 아마 '기생충'이 처음 만든 장르일 것이다. 처음 이 장르를 정하기까지 정말 많은 회의와 고민을 거듭했다. '기생충'을 보면 드라마, 휴먼, 스릴러, 공포, 범죄 등 현존하는 장르가 전부 담겨있지 않나? 보통 장르를 설명하면서 영화를 소개하는데 '기생충'은 이 많은 장르를 전부 나열하기 힘들었다. 해외 세일즈 때도 장르 소개가 필요한데 한 장르로 정의하기 너무 힘들더라. '기생충'이라는 제목만으로 괴수, 재난 영화를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가장 고민이 되는 지점이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일단 가족이 중심이 되는 영화라 가족을 넣었으면 했는데 단지 가족 영화라고 치부하기엔 후반부의 장르가 너무 달라지더라. 그래서 뒤에 붙일 장르를 찾던 중 희비극이라는 단어를 생각하게 됐다. 여러 단어를 마구잡이로 수첩에 썼는데 가족과 희비극이라는 두 단어의 조합이 생각났다. 그리고 우연의 일치인지 '기생충'의 홍보를 맡은 홍보팀도 가족희비극을 떠올렸다. '해피 엔드'(99, 정지우 감독) 당시 기획 홍보를 담당했었는데 그때 내가 처음으로 치정극이라는 단어를 처음 만들었다. 그때도 치정극이 장르가 될 줄 몰랐는데 지금은 많이 쓰이지 않나? 가족희비극도 '기생충'을 시작으로 장르로 구축된 것 같아 뿌듯하다. 물론 해외에서는 장르를 두고 봉준호라고 말하는 평론가도 상당하다. 이미 장르가 된 봉준호 감독이지만 봉준호라는 장르 다음으로 가족희비극이 '기생충'을 가장 잘 설명한 장르이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기생충'은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등이 가세했고 '옥자' '설국열차' '마더' '괴물'의 봉준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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