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인터뷰 종합]"1년 6개월간 SNS도 끊어" …박명훈, 드디어 입 연 '기생충'의 비밀병기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9-06-11 14:33


영화 '기생충'의 배우 박명훈이 1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커피숍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삼청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06.11/

※해당 인터뷰에는 영화 '기생충'의 스토리와 캐릭터에 대한 결정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단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영화 '기생충'의 최고의 비밀병기. 배우 박명훈이 드디어 직접 입을 열었다.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기생충'(바른손이엔티 제작). 박사장네 입주 가사 도우미 문광의 남편 근세 역의 박명훈이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연극과 뮤지컬은 물론 영화 '산다'(2014, 박정범 감독), '스틸 플라워'(2015, 박석영 감독), '재꽃'(박석영 감독) 등 작지만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 독립 영화와 연극 무대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여온 박명훈. 그가 한국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국내 흥행 열풍을 이어가고 있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에서 한번 보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신스틸러이자 숨겨진 비밀 병기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그가 연기하는 근세는 빚쟁이들에게 쫓겨 박사장의 가족들도 모르는 박사장네 대저택 지하실에서 4년간 숨어살고 있는 비운의 인물. 박사장네 입주 가정도우미로 일하는 아내 문광이 몰래 건네주는 음식을 먹고 살던 그는 아내가 어느 날 갑자기 해고되자 지하실에 방치되고, 몇일 만에 겨우 지하실로 찾아온 문광과 가까스로 재회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거짓말로 아내를 몰아낸 기택 가족 전원과 마주치게 되고 이를 기점으로 영화의 스토리와 분위기는 전혀 예상 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영화 '기생충'의 배우 박명훈이 1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커피숍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삼청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06.11/
이날 박명훈은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꽁꽁 숨어 있다가 드디어 언론 매체 인터뷰를 하게 된 것에 대해 "이 순간을 기다렸다. 지하에 갇혀 있다가 나온 느낌이다. 무대인사는 종영인사로 저번 주에 처음 했다. 그때도 설šœ쨉 지금도 어둠 속에 있다가 딱 나온 기분이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무대인사에서 감독님이 저를 마지막에 딱 소개해주시는데 주인공이 된 느낌이었다. 환호도 크고 정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몸을 숨겨야 하는 촬영이 힘들거나 섭섭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오히려 더 짜릿했다. 저희 세트장이 전주종합촬영장에 있는데, 지하 촬영장에 혼자 누워 있어보기도 했다. 혼자 지하에 있을 때도 은밀한 기분이라 짜릿했다"고 말했다.

이어 칸 영화제에 참석하고도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레드카펫에 오르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전혀 섭섭하지 않았다며 "칸에 갔을 때도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거기에 있는 여러분들은 저의 존재를 모르지만 저 혼자 즐거웠다. 영화를 본 후 얼마나 짜릿할까 싶었다. 스포트라이트는 제가 받지 못했지만 레드카펫을 밟은 거와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칸, 다음에도 또 가면 된지 않나"며 웃었다.

박명훈은 봉준호 감독과 인연에 대해 묻자 "작년에 '재꽃'이라는 영화가 개봉했을 때 봉 감독님이 '옥자로' 한참 바쁘셨을 텐데 저희 영화를 보셨다더라. 감독님이 저희 GV에 모더레이터로 참석해 한 시간이나 진행을 해주셨다. 좋은 이야기도 정말 많이 해주셨다. 저에 대해 오디오 코멘터리도 해주셨다"고 입을 열었다.
영화 '기생충'의 배우 박명훈이 1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커피숍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삼청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06.11/
이어 그는 "그 후로 6개월 만에 근세 역으로 미팅을 하게 됐다. 그런데 첫 미팅 당시에는 역할에 대해 자세히 말씀이 없으셨고 작년 3월에 다시 연락을 받고 제안을 해주셨다. 그때 감독님께서 근세라는 인물의 전사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뭔가를 정해놓고 말해주셨다기 보다는 함께 상상하며 이야기를 나눴다"고 덧붙였다.


박명훈은 봉준호 감독에게 큰 감동을 받은 사연을 전했다. 모든 출연 배우들 중에서 가장 먼저 완성 영화를 따로 봤다는 박명훈은 "아버지가 폐암으로 몸이 굉장히 많이 좋지 않은 상태다"며 "3월쯤 기술 시사 전에 정말 아주 극소수의 스태프들 빼고 아무도 영화를 볼 수 없는 상영 스케줄이 있었다. 봉 감독님 포함 10명 정도 완전 키 스태프들만 볼 수 있는 자리였는데, 봉준호 감독님이 아버지를 모시고 와 먼저 보여드리자고 제안해주셨다. 정말 정말 감사했다. 아버지가 정말 영화광이시다. 예전에 제가 연극만 했을 때도 아버지는 제가 영화를 했으면 하셨다"고 덧붙였다.

이어 "아버지가 정말 너무 좋아하셨다. 정말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아버지한테 효도한 것 같다. 그런데 아버지는 영화를 보면서 중간까지 제가 안 나오니까 불안해 하셨던 것 같다. 그런데 후반 부분부터 임팩트 있게 나와서 정말 좋아하셨다. 아버지가 다른 가족들에게도 스포일러를 말씀 안하셨다"며 웃었다.
영화 '기생충'의 배우 박명훈이 1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커피숍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삼청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06.11/
오근세라는 기이해 보이는 캐릭터의 설정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근세는 자영업을 하다가 망해서 사채 빚에 쫓겨 다닌 인물이다. 어쩔 수 없이 숨어살게 된 사람이다. 근세가 영화에서는 굉장히 기이하게 보이지만 평범한 소시민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했다"는 박명훈은 "평범하다가 나락에 떨어진 거다. 오랜 시간 그런 지하실에 갇혀 살면 사람이 멍해지고 정신이 왔다 갔다 하게 된 거다. 평범한 사람이 점점 변할 수밖에 없어진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러나 희망의 끝을 놓치지 않고 선한 인물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박사장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사는 거 아니겠나"고 설명했다.

큰 임팩트를 주는 인물이니 만큼 부담감도 컸다는 박명훈. "상업 영화도 처음이고 중요한 역할이었기 때문에 부담이 없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걸 너무 특이하게만 풀려고 하면 뻔한 인물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평범하지만 상황으로 인해 꼬꾸라진 인물이라고 생각했다"며 "다송이가 케이크를 먹고 있을 때 근세가 큰 눈을 똥그랗게 뜨고 올라오는 부분 같은 경우는, 아이인 다송이 시선으로 보는 상상의 모습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이 아이는 귀신이라고 생각하니까 조금 더 섬뜩하고 무서워 보일테니 그런 식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기생충'의 배우 박명훈이 1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커피숍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삼청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06.11/
이날 박명훈은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SNS까지 끊었다고 말해 취재진을 놀라게 했다. "제가 원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하는데, SNS를 1년간 6개월간 하지 않았다. 영화 때문에 끊었다. 작년 4월에 들꽃영화제 조연상 후보에 올랐는데 그때 사진만 올리고 바로 SNS까지 일부러 끊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박명훈은 극중 부부 호흡을 맞춘 문광 역의 이정은에 대해 "정은이 누나와 2005년에 연극 '라이어'를 같이 했다. 그래서 호흡을 맞추는 게 더욱 편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그때 누나가 최고 선배셨다. 그때도 누나가 후배들에게 연기에 대한 열정 배려 같은 걸 정말 잘 보여주셨다. 누나는 정말 한결 같다. 그때도 지금도 정말 후배들에게 따뜻한 분이다"며 "영화가 개봉됐지만 저는 나설 수 없는 캐릭터니까 오히려 누나가 전화도 많이 해주고 그랬다. 더욱 애틋해진 것 같다"며 덧붙이며 웃었다.

그러면서 "저는 감독님이 저한테 역할을 제안해주셨을 때, 강호 선배님 빼고는 캐스팅을 몰랐는데 문광 캐릭터를 보고 왠지 정은 누나 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누나가 역할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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