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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완의 전지적기자시점]예견된 승리X정준영 게이트, 방송 검증시스템 문제없나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9-03-14 08:01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DB

'버닝썬 게이트'가 연예계를 휩쓸고 있다. 매일매일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며 대중을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승리, 정준영과 친분이 있는 이들은 너도나도 "관련이 없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할 정도로 이번 사태의 파급력은 엄청나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점이 있다. 일련의 사건들의 단서가 이들이 출연한 방송에서 이미 발견됐다는 것이다. 방송 당시는 단순한 예능용 멘트로 치부됐지만, 사건이 불거진 상황에서 보면 모두 '뼈'가 있는 발언들이었다.

승리는 방송에 출연해 '린사모' '버닝썬'에 대한 발언을 스스럼없이 했다. 지난해 SBS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해서는 클럽을 만든 것에 대해 "유흥을 즐기려고 만든 건 아니다. 사람을 만나는 장이다. '만남의 광장'같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사람을 알아가게 되는 장소"라고 말했다.

투자자로 알려진 이른바 '린사모'에 대한 힌트도 줬다. 그는 "공연 때문에 여러 해외 호텔을 다니다 대만의 한 호텔에서 정말 마음에 드는 침대를 발견했다. 누우면 눈이 스르르 감길 정도로 편해 정말 갖고 싶었지만 호텔 침대는 판매용이 아니라 살 수 없었다"며 "호텔 사장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등 3년을 졸라 구매에 성공했다. 대만에서 지금 배에 실어 오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승리가 말한 호텔이 바로 '린사모'가 소유한 M호텔이다.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서도 "요즘은 클럽과 라면 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연예인 사업이니까 얼굴과 이름만 빌려주는 줄 아는데 나는 진짜로 한다. 안 그러면 신뢰하지 않는다. 내가 직접 다 한다"고 밝혔다. 이는 '버닝썬'의 운영 주체에 대해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는 상황에서 승리가 직접 한 발언이라 주목받고 있다.

그렇게 승리는 방송을 통해 '위대한 승츠비'가 됐고 젊은이들의, 롤모델이 됐다.

정준영의 경우는 더 구체적이다. 정준영과 지코는 2016년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했다. 방송에서 지코는 "정준영에겐 '황금폰'이라고 정식으로 쓰는, 카카오톡만 하는 비상사태에 쓰는 휴대전화가 있다"며 "거기엔 '포켓몬' 도감처럼 많은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준영은 "지코도 저희 집에 오면 '황금폰'부터 찾는다. 침대에 누워서 마치 자기 것처럼 정독한다"고 말했다.

방송이 논란이 되자 지코는 13일 자신의 SNS에 "제가 방송에서 언급한 휴대전화 관련 일화는 이번 불미스러운 사건과는 일절 관련이 없다. 해당 휴대전화를 통해 제가 본 건 지인들의 연락처 목록이 전부였고 사적으로 연락을 주고 받은 지도 오래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뿐이 아니다. 정준영은 2016년 몰카 사건이 벌어지자 KBS2 '1박2일'에서 '잠정' 하차했다가 복귀했다.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하지만 별다른 자숙 기간없이 3개월 만에 급하게 재합류를 결정했다.

이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있는 발언들을 방송에서 스스럼없이 내뱉었지만 제작진은 누구하나 이들의 방송 출연이나 멘트를 거른 이가 없었다. 연예인들의 도덕적 해이도 문제지만 방송가에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저 '재미'만 있으면 어떤 이야기를 해도 통용되고, 인기만 있으면 방송에 출연에도 문제가 없다. 어떤 클럽인지, 어떤 휴대폰인지는 관심없이 시청률에만 목을 매기 때문이다.

물론 방송계에 직접적으로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하지만 도의적 책임까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엔터테인먼트팀 기자·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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