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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은 지난 2014년 개봉한 독립 장편 데뷔작 '한공주'로 데뷔, 정교한 심리 묘사와 과감한, 그리고 섬세하고 집요한 연출로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게 극찬을 받고 마라케시국제영화제,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제35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 등 국내외 영화계를 휩쓸며 단번에 충무로에서 가장 주목받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이수진 감독의 신작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우상'은 충무로의 연기 신(神)이라 손꼽히는 한석규와 설경구, 그리고 '한공주'로 제35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천우희가 가세해 황금 캐스팅을 완성, 3월 기대작으로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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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수진 감독은 '한공주'보다 먼저 '우상'을 생각했고 데뷔작 또한 '한공주'가 아닌 '우상'을 택하려고 했다. 상황상 '한공주'를 데뷔작으로 선택하면서 '우상'이 이수진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가 된 셈이다. 이수진 감독은 "'우상'에 담긴 사건을 언급하기는 조금 부담스럽다. 2000년도 시작할 때부터 '우상'을 시작했는데 그 당시 시나리오를 투자사에 넣고 배우들에게 돌리기 시작할 때가 2010년도쯤이었다. 처음 이야기를 시작한 것부터 투자를 받기까지 10년이 걸렸는데 그사이에 벌어진 많은 사건, 사고들을 투영한 작품이다. 성인이 되면서 학창시절 느꼈던 부분도 작게나마 포함됐다. 콕 집어서 어떤 사건이라고 말하기엔 부담스럽다"고 설명했다.
그는 "계급에서 오는 부분도 있고 우리가 가진 사회문제가 두드러진 요소들이 군데군데 깔려있다. 따지고 보면 너무 많은 사건이 담긴 영화다. 정작 중요한 것은 문제들 속에서 인간에 어떻게 변하고 변모되고 있는가에 대해 중점적으로 이야기를 한 것 같다"며 "처음 '한공주' 하기 전의 이야기는 세 인물이 똑같이 나오긴 하는데 비중이 사실 유중식 위주였다. 그때는 쉬운 영화였고 단순한 이야기다. 억울한 일을 당한 아버지가 사연을 파헤치는 부분이다. 시작이나 끝은 지금이나 예전이나 똑같다. 그 이후의 시나리오를 쓸 때 수정한 부분은 실제로 시나리오를 쓰고 난 뒤 유사한 사건이 벌어졌다. 예언가라는 소리가 아니다.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이야기, 그리고 사람이 사는 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비일비재한 사건이 아닌가 싶다. 정치인의 부패, 말 바꾸기 등,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고 불법 체류자, 이민자에 대한 이야기 등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는 이야기다. '우상'은 그런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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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수진 감독은 "'한공주' 덕분에 '우상' 또한 기대치가 높은 작품인데 걱정이 안 된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한공주'와는 어마어마하게 버젯의 차이가 있는 영화다. 내가 하고 싶은 영화이긴 하지만 상업영화라는 틀이 있기 때문에 부담과 걱정은 있다. 나와 스태프, 배우들 모두가 열과 성을 다해 만들어서 자신감은 있다. 낯섦은 있지만 좋은 느낌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며 "'한공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야기가 다를 뿐이지 '한공주'보다 깊게 묘사하려고 했고 깊게 다룬 것 같다. 되짚어 볼수록 느끼는 부분이 많은 영화인 것 같다. 직접적이지 않지만 이미지적으로나 묘사하려고 노력했다. 어떤 이야기적인 측면에서도 '한공주'와 또 다른 연장선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 작은 예산이 아닌 많은 자본이 든 상업영화로 영화를 만들게 된 '우상'이다. 이 영화를 구상할 때도 조금 다른 측면으로 다가가길 바랐다. 이미지나 사운드로 관객이 상상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런 지점들이 더 충격적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관객들이 내가 생각하고 바라는 지점보다 더 넓은 범주에서 이 영화에 대해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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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설경구와 그때도 돈독했고 지금도 돈독하다. 아마 설경구가 우스갯소리로 말한 것 같다. 설경구는 지금 이렇게 농담 식으로 말하지만 현장에서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유중식이라는 캐릭터가 항상 감정이 올라와 있어야 했다. 예민해야 할 부분이 있었는데 티도 안 내고 성실하게 열심히 해왔다. 특히 다리를 저는 장면이 있는데 신발에 병뚜껑을 넣어놓을 정도로 몰입하려고 했더라. 혹시 자신이 연기하다 다리를 저는 걸 잃어버리게 되면 안 되니까 병뚜껑을 넣고 다녔다고 뒤늦게 들었다. 또 심하게 절어야 할 때는 쇠로 된 병뚜껑을, 점점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때는 플라스틱 병뚜껑을 넣고 연기를 했다고 하더라"고 머쓱하게 웃었다.
예상보다 길어진 촬영 기간에 대해 "길어질 것이라고 예상은 했다. 다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좀 더 길어진 부분이 있다. 날씨와 계절을 관통하는 영화였는데 날씨의 도움을 많이 못 받은 영화라 자연스럽게 촬영 기간이 연장됐다. 나도 힘들었지만 스태프와 배우들이 많이 힘들었다고 들었다. 촬영 기간이 연장되면서 오는 배우들의 스케줄 꼬임이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한편,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에 공식 초청된 '우상'은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 등이 가세했고 '한공주'의 이수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0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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