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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종합] "어려움보다 낯섦"…이수진 감독, 낯선 '우상'을 향한 자신감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9-03-11 13:32


이수진 감독 인터뷰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9.03.11/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어려운 영화라기보다는 낯선 영화라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아요."

올해 스크린을 달굴 충격적이고 파격적인 문제작을 꺼내든 이수진 감독(42)이 신작에 대한 연출 철학과 신념, 또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들의 뺑소니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남자와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좇는 아버지 그리고 사건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 그들이 맹목적으로 지키고 싶어 했던 참혹한 진실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스릴러 영화 '우상'(이수진 감독, 리공동체영화사 제작). 장편 데뷔작 '한공주'(14)에 이어 5년 만에 신작으로 관객을 만나게 된 이수진 감독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우상'에 대한 연출 의도와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밝혔다.

'우상'은 지난 2014년 개봉한 독립 장편 데뷔작 '한공주'로 데뷔, 정교한 심리 묘사와 과감한, 그리고 섬세하고 집요한 연출로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게 극찬을 받고 마라케시국제영화제,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제35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 등 국내외 영화계를 휩쓸며 단번에 충무로에서 가장 주목받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이수진 감독의 신작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우상'은 충무로의 연기 신(神)이라 손꼽히는 한석규와 설경구, 그리고 '한공주'로 제35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천우희가 가세해 황금 캐스팅을 완성, 3월 기대작으로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우상을 좇는 사람과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것이 허상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사람, 우상이라는 것조차 갖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우상'. 세상을 바라보는 집요하고 날카로운 이수진 감독의 시선은 '한공주'에 이어 '우상'에도 관통, 전작보다 더 묵직하고 짙은 메시지로 보는 이들에게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이수진 감독은 '한공주' 이후 5년 만에 신작을 선보인 것에 대해 "지금까지 단편과 '한공주', 그리고 '우상'을 거치면서 매번 만족하는 작업은 없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내 만족도를 점점 높이는 게 아닐까 싶다. 내 꿈이 만족하는 영화 한 편 만들고 스스로 영화를 그만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 남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계속 영화를 하겠다는 이야기가 아닌가?'라고 한다. 제일 큰 것 중의 하나는 이 영화가 완성돼 관객에게 선보일 수 있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큰 만족감을 주는 이유 중의 하나인 것 같다"고 웃었다.

사실 이수진 감독은 '한공주'보다 먼저 '우상'을 생각했고 데뷔작 또한 '한공주'가 아닌 '우상'을 택하려고 했다. 상황상 '한공주'를 데뷔작으로 선택하면서 '우상'이 이수진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가 된 셈이다. 이수진 감독은 "'우상'에 담긴 사건을 언급하기는 조금 부담스럽다. 2000년도 시작할 때부터 '우상'을 시작했는데 그 당시 시나리오를 투자사에 넣고 배우들에게 돌리기 시작할 때가 2010년도쯤이었다. 처음 이야기를 시작한 것부터 투자를 받기까지 10년이 걸렸는데 그사이에 벌어진 많은 사건, 사고들을 투영한 작품이다. 성인이 되면서 학창시절 느꼈던 부분도 작게나마 포함됐다. 콕 집어서 어떤 사건이라고 말하기엔 부담스럽다"고 설명했다.


그는 "계급에서 오는 부분도 있고 우리가 가진 사회문제가 두드러진 요소들이 군데군데 깔려있다. 따지고 보면 너무 많은 사건이 담긴 영화다. 정작 중요한 것은 문제들 속에서 인간에 어떻게 변하고 변모되고 있는가에 대해 중점적으로 이야기를 한 것 같다"며 "처음 '한공주' 하기 전의 이야기는 세 인물이 똑같이 나오긴 하는데 비중이 사실 유중식 위주였다. 그때는 쉬운 영화였고 단순한 이야기다. 억울한 일을 당한 아버지가 사연을 파헤치는 부분이다. 시작이나 끝은 지금이나 예전이나 똑같다. 그 이후의 시나리오를 쓸 때 수정한 부분은 실제로 시나리오를 쓰고 난 뒤 유사한 사건이 벌어졌다. 예언가라는 소리가 아니다.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이야기, 그리고 사람이 사는 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비일비재한 사건이 아닌가 싶다. 정치인의 부패, 말 바꾸기 등,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고 불법 체류자, 이민자에 대한 이야기 등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는 이야기다. '우상'은 그런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고 덧붙였다.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된 '우상'은 높은 기대치와 어려운 스토리, 복잡한 캐릭터 구성 등 호불호도 상당한 상태다. 이수진 감독은 "호불호가 갈리는 것도 낯섦에 대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야기나 구조, 구성, 주제, 소재 등이 익숙하지 않은 지점이 있다. 반면 익숙한데 익숙하지 않게 변주돼 보이는 지점이 낯설게 보는 분도 있을 것이다. 어렵다기 보다는 낯설다가 더 어울릴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장르화 할 때 조금 더 폭넓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다. 그게 낯섦으로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스스로도 어렵다고 판단이 들었다면 영화를 안 했을 것이다. 어렵다는 표현보다는 낯설 수 있지만 보면 다른 매력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보통 상업영화 대부분의 영화는 관객이 편안하게 보는 친절하게 영화를 다 알려주지 않나? 그거와 차별화되는 부분은 있지 않나? 우리나라 관객 수준이 높아져서 괜찮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무엇보다 이수진 감독은 "'한공주' 덕분에 '우상' 또한 기대치가 높은 작품인데 걱정이 안 된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한공주'와는 어마어마하게 버젯의 차이가 있는 영화다. 내가 하고 싶은 영화이긴 하지만 상업영화라는 틀이 있기 때문에 부담과 걱정은 있다. 나와 스태프, 배우들 모두가 열과 성을 다해 만들어서 자신감은 있다. 낯섦은 있지만 좋은 느낌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며 "'한공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야기가 다를 뿐이지 '한공주'보다 깊게 묘사하려고 했고 깊게 다룬 것 같다. 되짚어 볼수록 느끼는 부분이 많은 영화인 것 같다. 직접적이지 않지만 이미지적으로나 묘사하려고 노력했다. 어떤 이야기적인 측면에서도 '한공주'와 또 다른 연장선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 작은 예산이 아닌 많은 자본이 든 상업영화로 영화를 만들게 된 '우상'이다. 이 영화를 구상할 때도 조금 다른 측면으로 다가가길 바랐다. 이미지나 사운드로 관객이 상상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런 지점들이 더 충격적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관객들이 내가 생각하고 바라는 지점보다 더 넓은 범주에서 이 영화에 대해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충무로에서 집요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이수진 감독. 만족스러운 장면이 나올 때까지 반복해서 촬영하는 이수진 감독만의 집념에 한석규와 설경구 모두 두 손을 들었다는 후문. 이러한 이수진 감독의 집요함에 대해 설경구는 앞선 인터뷰에서 "이수진 감독은 근래에 보기 드문 집요함을 가진 감독이다. 정말 집요하다. 요즘에는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돼 있어서 쉽지 않았는데 그래도 집요했다. 솔직하게 한 번 이수진 감독에게 들이받으려고 한 적도 있다. 촬영을 끝낸 뒤 술 한 잔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수진 감독과 서로 들이받으려고 했는데 한석규 선배가 '경구야 하지 마라'라고 말려 진짜 들이받지는 않았다"며 "'우상'에서 내 첫 촬영은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듣고 정신없이 차를 몰고 병원으로 가는 뒷모습을 찍은 롱테이크 장면이었다. 그 장면만 23번을 넘게 찍은 것 같다. 새벽부터 찍었는데 그때 '아, 이런 감독이구나' 싶었다. 집요한 감독 중에는 이창동 감독도 있는데 이수진 감독과 다른 집요함이 있었다. 물론 이수진 감독과 또 작업하고 싶다. 좀 더 합리적인 방법으로 서로의 리듬으로 호흡을 맞추면서 다시 한번 작업하고 싶다"고 밝히며 이수진 감독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수진 감독은 "나도 내가 왜 그런지 모르겠다. 감독이라는 위치는 특유의 권한이 딱 하나 있는 것 같다. 현장에서 '오케이'라는 사인을 주는 것이다. 물론 그거에 대한 책임과 권한이 있다. 그걸 준비하고 그 과정에서 배우와 스태프가 이해 못 하는 상황에서 계속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그 집요함이라는 게 지금 돌이켜 보면 '왜 그랬지?' 싶다. 당시엔 그래야 한다는 확신과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찾아내야 한다는 것과 인물의 감정 등을 고려한 집요함이 있다. 배우나 스태프를 일부러 힘들게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런 마음은 1도 없는데 집요하게 집착해야 하는 지점에서는 그렇게 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는 "설경구와 그때도 돈독했고 지금도 돈독하다. 아마 설경구가 우스갯소리로 말한 것 같다. 설경구는 지금 이렇게 농담 식으로 말하지만 현장에서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유중식이라는 캐릭터가 항상 감정이 올라와 있어야 했다. 예민해야 할 부분이 있었는데 티도 안 내고 성실하게 열심히 해왔다. 특히 다리를 저는 장면이 있는데 신발에 병뚜껑을 넣어놓을 정도로 몰입하려고 했더라. 혹시 자신이 연기하다 다리를 저는 걸 잃어버리게 되면 안 되니까 병뚜껑을 넣고 다녔다고 뒤늦게 들었다. 또 심하게 절어야 할 때는 쇠로 된 병뚜껑을, 점점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때는 플라스틱 병뚜껑을 넣고 연기를 했다고 하더라"고 머쓱하게 웃었다.

예상보다 길어진 촬영 기간에 대해 "길어질 것이라고 예상은 했다. 다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좀 더 길어진 부분이 있다. 날씨와 계절을 관통하는 영화였는데 날씨의 도움을 많이 못 받은 영화라 자연스럽게 촬영 기간이 연장됐다. 나도 힘들었지만 스태프와 배우들이 많이 힘들었다고 들었다. 촬영 기간이 연장되면서 오는 배우들의 스케줄 꼬임이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한편,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에 공식 초청된 '우상'은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 등이 가세했고 '한공주'의 이수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0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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