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인터뷰 종합]"어른 되지 않기를"…日대표 배우 츠마부키 사토시의 연기론(ft.하정우)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9-01-08 17:04


배우 츠마부키 사토시가 8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영화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 기자간담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행록'은
일본 열도를 충격에 빠뜨린 일가족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1년, 기자 '다나카'(츠마부키 사토시)가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추리 스릴러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9.01.08/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청춘 스타로 시작해 일본을 대표하는 얼굴이 된 배우 츠마부키 사토시(38). 매 작품 마다 묵직하면서 섬세한 감정 연기로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아온 그가 신작 '우행록'으로 다시 한번 자신의 진가를 발휘한다.

일본 열도를 충격에 빠뜨린 일가족 살인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기자 다나카(츠마부키 사토시)가 이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추리 스릴러 영화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이하 '우행록', 이시카와 케이 감독). 극중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 기자 다나카 역의 츠마부키 사토시가 8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가진 라운드 인터뷰에서 개봉을 앞둔 소감과 영화 속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전했다. 츠마부키 사토시는 영화 홍보차 7일 내한했다.

2001년 개봉한 영화 '워터보이즈'(야구치 시노부 감독)로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과 신인상을 받으며 단숨에 스타로 등극한 츠마부키 사토시. 그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3, 이누도 잇신 감독), '악인'(2010, 이상일 감독), '분노'(2016, 이상일 감독) 등 작품을 통해 각종 시상식의 트로피를 휩쓸며 스타성과 연기력을 동시에 갖춘 일본 대표 배우임을 증명했다.
그런 그가 이번 작품 '우행록'에서는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며 자신의 한계를 또 한번 넘었다. 그가 연기하는 다나카는 도쿄 주택가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의 취재를 맡은 기자이자 아동 학대 혐의로 인해 감옥에 들어간 여동생 미츠코(미츠시마 히카리)의 오빠. 어떠한 상황에서도 냉철하고 이성적인 면모를 보이면서도 쉽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비밀스러운 인물이다.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실제로 기자를 만나 말투, 행동을 관찰했다는 츠마부키 사토시는 말하는 상대마다 목소리와 표정의 톤에 미묘한 차이를 두며 관객을 몰입시킨다.

이날 츠마부키 사토시는 "우선 작품을 한국 여러분께 선보이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제가 생각하는 한국 영화의 장점은 섬세한 심리 묘사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이 돋보이는 작품이 많더라. 이 작품이 그리고 있는 섬세한 부분이 한국 관객이 알아주실거라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본이 완성되기 전부터 '우행록' 출연을 결정했다는 츠마부키 사토시는 "우선 이번 작품에 출연을 결정하게 된 이유는 이시카와 케이 감독님이다. 이 분이 유럽에서 단편영화로 상도 받으셨는데 직접 그 영화를 보니 너무 훌륭하더라. 그래서 꼭 함께 하고 싶었다"고 입을 열었다.
배우 츠마부키 사토시가 8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영화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 기자간담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행록'은
일본 열도를 충격에 빠뜨린 일가족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1년, 기자 '다나카'(츠마부키 사토시)가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추리 스릴러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9.01.08/
그러면서 "기존의 일본 영화는 뜨거운 온도가 느껴지는데, 이분의 영화는 차갑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분위기가 우행록이란 작품에 잘 맞을거라 생각한다"며 "원작 소설이 정말 재미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사람이 상대방에 갖는 이미지가 이렇게 쉽게 무너질 수 있구나라는 걸 체감했다. 사람이 자신의 안에서 어떤 대상에 대한 답을 미리 정하는데, 그 답이 간단히 무너져내리는 모습을 보며 인간의 약함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츠마부키 사토시는 극중 감정이 거세된 듯 보이기도 하는 다나카라는 캐릭터 구축에 대해 "특별히 참고한 대상은 없지만 자연스럽게 감정이 없는 듯한 표정이 나온 것 같다. 실제로 신문사 기자분들이 어떻게 취재하시는지 보기 위해 찾아가서 기자분을 제가 직접 취재하기도 했다. 의도를 가지고 연기했다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그런 연기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행록'에서 연기가 "난이도가 높은 연기였다"고 운을 뗀 츠마부키 사토시는 "모든 대사를 의미있게 전달하려고 하면 그냥 단순히 대사가 되어버린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하는 행동과 말이 인상에 남는 것들도 있지만, 사실 모든 말과 행동에 의도를 가지고 하는 건 아니지 않나. 그래서 그런 부분을 연기할 때 표현하려고 한다. 영화를 찍을 때 좋은 대사일수록 멋지게 표현하려는 습관이 있지만 그걸 가급적으로 덜어내는 방식으로 연기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배우 츠마부키 사토시가 8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영화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 기자간담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행록'은
일본 열도를 충격에 빠뜨린 일가족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1년, 기자 '다나카'(츠마부키 사토시)가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추리 스릴러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9.01.08/
'갈증' '악인' '분노' '우행록'까지 차갑고 어두운 스릴러 영화를 자주 택한 츠마부키 사토시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그늘, 어두운 면모를 가지고 있지 않나. 저는 그런 부분을 확실히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긴 한다. 그런데 제가 그런 역을 한번 맡고 나니 그런 역할이 많이 들어오는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츠마부키 사토시는 원작 소설과 영화와의 가장 큰 차이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영상화를 하면서 제가 연기하는 다나카라는 인물이 역할로 등장한다는 거다. 소설에서는 다나카라는 역할이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다. 인터뷰 형식으로 드러나다보니까 인터뷰를 진행하는 다나카가 아닌 '인터뷰 대상'의 말에 의해서 진행된다. 하지만 영화를 하는데 있어서 캐릭터로 화면에 등장하는게 큰 차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다나카라는 인물에 인상을 받으셔야 하기 때문에 표현하는게 쉽지만은 않았다."


계급사회에 대한 비판 의식을 담고 있는 '우행록'. 츠마부키 사토시는 일본 내 계급 사회를 묻는 질문에 "계급사회라는게 존재를 한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없어졌겠지만 우리가 모르는 세계, 계층이 일본에도 남아 있을거라 생각한다. 그런 부분을 이 작품에서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감독님도 잘 직시해서 표현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사회적 메시지를 많이 담고 있는 작품에 출연하고 있는 그는 "책임감까지는 아니지만, 사회적 문제와 대상에 대해 이해하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6년 개봉한 영화 '분노'를 예를 들었다. "제가 영화 '분노'에서 동성애자 역을 맡았었다. 제가 그들의 세계를 아주 자세히 알지는 않지만 실제로 친구 중에 동성애자가 있었고 그들의 사회와 세계가 있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었다. 사실 주변을 보면 그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 비판을 하고 비난하는 분이 많지 않나. 물론 저도 게이 친구가 없을 땐 그들을 꺼리기도 했지만 그들을 알고 지내다보니까 이해하게 되더라. 어떤 대상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비판과 비난을 하는 건 실례라고 생각한다."

변함없는 동안 외모로 유명한 츠마부키 사토시. 그는 동안 비결을 묻자 "한국 분들은 피부 관리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 것 같더라. 너무 많이들 생각을 안하시는 게 좋은 것 같다. 피부 관리에 너무 신경 쓰지 않는게 더 좋을 것 같다. 그게 스트레스도 덜 받을 것 같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그러면서 "사실 가장 좋은 건 운동이다. 운동을 해서 신진 대사율이 올라가면서 근육을 키우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배우 츠마부키 사토시가 8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영화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 기자간담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행록'은
일본 열도를 충격에 빠뜨린 일가족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1년, 기자 '다나카'(츠마부키 사토시)가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추리 스릴러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9.01.08/
동안 외모의 장단점을 묻자 츠마부키 사토시는 "동안이기 때문에 연기할 때 좋은 점은 39살임에도 젊은 역을 맡을 수 있다는 거다. 반면 40살이 넘어가 가정을 꾸린 가장의 역할이 잘 안들어온다. 관계자분들이 제가 그런 역이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셔서 그런 것 같다. 제 동안의 이미지에 저항하기 위해서 수염도 기르고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츠마부키 사토시는 영화 '보트'(2008)에서 호흡을 맞췄던 하정우에 대해 이야기해 눈길을 끌었다. "해외에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가 생긴 것이 하정우 씨가 처음이다"고 입을 연 그는 "저는 하정우 씨를 친한 친구, 친한 형이라고 생각한다. 연기를 함께 하며 10년전에 못보여드렸던 제 얼굴을 하정우 씨께도 보여드리고 싶고 10년간의 변화된 하정우 씨도 고 싶다. 저는 하정우 씨를 정말 형이라고 생각을 해서 형제 역을 맡아도 좋을 것 같다. '보트' 같은 버디 물을 다시 해도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하정우와 만날 계획은 없냐는 질문에 "원래 어제 같이 밥을 먹을려고 했는데 바쁘시다고 해서 무산됐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에도 연락을 자주 하냐는 질문에 "원래 라인(SNS)아이디를 공유했었는데 제가 핸드폰을 바꾸면서 아이디가 바뀌었다. 공통의 친구를 통해서 형에게 아이디를 전달해달라고 말했다, 친구도 분명히 전다했다고 했는데 형이 추가를 안한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배우 츠마부키 사토시가 8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영화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 기자간담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행록'은
일본 열도를 충격에 빠뜨린 일가족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1년, 기자 '다나카'(츠마부키 사토시)가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추리 스릴러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9.01.08/
청춘스타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가 된 츠마부키 사토시. 지난 연기 인생을 회고해보면 어떠냐는 마지막 질문에 그는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에 대해서는 틀린 건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작품은 실패했다는 평을 받기도 하지만, 실패가 있었기에 제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같은 작품을 했을 20대에는 정말 뭣모르고 모든 걸 다 접할 수 있다는 게 행복했다. 하지만 20대 후반에는 그전에 얻은 지식, 받았던 평가에 얽매이고 집착하게 되더라. 지금 되돌아보면 제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빨리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며 "30살이 넘어서 보니까 오히려 30대에 더 아이같은 구석이 남아 있더라. 최근에는 유치한 부분이 있으면 어때?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처음부터 다시 쌓아나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나 자신을 흐름에 맡기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는 평생 어른이 되지 않는게 나을 것 같다"며 웃었다.

한편, '우행록'은 2006냔 츨간돼 압도적인 반전과 정교한 구성으로 걸작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일본 열도를 뒤흔든 누쿠이 도쿠로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단편 영화로 해외 영화제에서 인정 받은 이시카와 케이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츠마부키 사토시, 미츠사마 히카리, 코이데 케이스케, 아수마 아사미, 이치카와 유이 등이 출연한다. 오는 17일 개봉한다.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김경민 기자 kyungmin@, 영화 '우행록' 포스터·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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