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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천생연분이란 비단 사람 사이에 쓰는 표현이 아니라는 걸. 강예빈 그리고 그와 9년간 함께한 반려견 마리를 보고 깨달았다. 인터뷰 내내 서로에게 눈을 마주치고 교감하는 모습은 뭉클할 정도였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 세상에는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도, 또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버려진 동물, 즉 유기동물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은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도 모두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동물 애호가, 혹은 반려 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도 유기견을 위해 행동에 나서거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은 많지 않다.
무더운 더위가 꺾이고 살랑살랑 가을 기운이 피어오르던 날,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에서 강예빈을 만났다. 가을 하늘 만큼이나 청명한 하늘색 원피스를 입은 강예빈의 품에는 9년째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는 반려견 마리가 안겨있었다. 어느 새 10살 노견이 된 마리가 낯설어 하지 않도록강예빈은 밝은 색 원피스도 아랑곳 하지 않고 공원 바닥에 앉거나 엎드려 계속해서 마리와 따뜻한 시선을 마주쳤다. 촬영 중간중간 이가 성치 않은 마리를 위해 간식을 직접 씹어서 입에 넣어줬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오히려 마리가 저에게 준 게 더 많은 걸요"라며 울컥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진심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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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리는 말티즈(몰티즈)예요. 추정 나이이긴 하지만 지금 10살이 조금 넘었고 저와는 9년 가까이 함께하고 있어요. 마리를 처음 만난 건, 마리가 한 두 살 반정도 됐을 때 유기견 봉사활동을 갔을 때예요. 지금 보시다시피 우리 마리는 굉장히 얌전한 아이예요. 보이시죠? 인터뷰 하면서도 이렇게 제 무릎에서 얌전히 있잖아요. 어떨 때는 강아지 같지 않을 때도 있어요.(웃음) 정말 사람 같아요. 정말 아기라고 생각하고 키우고 있고요.(웃음)
─ 유기견 센터에서 마리를 처음 봤을 때, '아! 딱 이 아이가 내 아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나요?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에요. 유기견 센터에서 이 아이를 처음 만났고 이 아이를 제가 입양 보냈었죠.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뿐이었는데, 새벽 3시에 센터에서 전화가 왔어요. 아이가 파양이 됐다하더라고요.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지만 사실 충동적인 마음으로 덜컥 결정하면 안되는 문제잖아요. 당시에 제가 강아지 두마리를 키우고 있었는데 세 마리를 부양한다는 건 확실히 부담스러울 수 있고, 또 한 아이를 들인다는 게 지금 함께 하고 있는 두 아이에게도 불편할 수도 있으니까요. 센터장님께 30분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고 끊었어요. 새벽 3시에 혼자 밖에 나가서 공원을 계속 걸으면서 생각했어요. 그런데 자꾸 마리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 거리더라고요. 그때 마리가 밥을 잘 몰라서 굉장히 말랐었는데, 그 마른 모습이 자꾸 떠오르는 거예요. 그래서 어쩔 수 없다. 이 아이와 가족이 되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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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솔직히 아침에 일어나서 마리가 잘 자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이제야 탁 놓여요. 강아지가 나이가 들면 기도가 얇아진대요. 그래서 마치 오리 소리 같은 소리를 낼 때가 있어요. 새벽에 마리가 그런 소리를 오랫동안 내면 정말 식은 땀이 나요. 힘들어하는 마리를 보는 것도 너무 마음이 아프고요. 새벽에 그 걱정을 하다가 아침에 잘 자는 모습을 보면 별의 별 마음이 다 들죠. 그리고 지금 마리가 치아도 많이 빠졌어요. 그래서 먹고 싶은 것도 잘 못 먹고 음식도 입에 넣었다 뱉었다 그래요. 잘 씹지를 못하거든요. 그럴 때는 씹기 좋게 음식을 물에 불려서 주거나 밖에서 급히 먹을 걸 줘야 할 경우에는 제가 넘기기 쉽게 씹어서 주기도 해요.
─마리와 진심으로 교감하고 있다고 느껴질 때가 있나요?
그럼요. 사실 처음에는 제가 마리를 키운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보니 오히려 마리가 저를 성장시키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더 많아요. 우리가 반려견하게 사랑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 아이들이 우리에게 주는 사랑이 더 큰 것 같아요. 정말 힘들 때 오면 조용히 옆에 와서 제 눈물을 다 핥아주기도 해요. 정말 제 기분을 다 알고 있는 것만 같죠. 화를 내면 자기도 방에 들어가서 등 돌리고 있고 벽만 보고 있고, 제가 기분 좋아하면 또 제 곁에 와서 뱅글뱅글 돌며 신나요. 마리가 되게 뚫어지게 저를 쳐다보는 편인데, 그런 마리를 볼 때마다 마리가 제 이야기를 다 알아듣고 공감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영상=한예지 기자 hyyyj2267@sportschosun.com
[셀럽스펫] 배우 강예빈 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