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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⑤]이창동 감독 "'버닝', 마블과 맞붙어 처절히 깨져..운명이라면 운명"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8-05-25 13:47 | 최종수정 2018-05-25 13:57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이창동 감독이 자신이 느끼는 세상의 미스터리에 대해 이야기 했다.

제71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유일한 한국 영화로서 아쉽게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해외 영화인들과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화제를 모은 '버닝'(이창동 감독, 파인하우스필름 제작). 연출을 맡은 이창동 감독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오아시스'(2002) '박하사탕' '밀양'(2007) '시'(2010) 등 선보이는 영화마다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며 깊이 있는 내공을 전세계적으로 인정받아 온 이창동 감독. 특히 세상을 향한 올곧은 시선과 뛰어난 통찰력으로 깊이 있는 스토리텔러라는 평가온 받아온 그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버닝'으로 관객을 찾았다.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 온 세 젊은이 종수(유아인), 벤(스티븐연), 해미(전종서)의 만남과 이들 사이에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그린 '버닝'은 세 남녀 사이에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 강렬한 이야기를 통해 불타버린 청춘의 공허함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준다.

'버닝'으로 미스터리에 대해 이야기 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이창동 감독. 그는 인간 이창동이 느끼는 삶의 미스터리는 뭐냐는 질문에 "이 영화를 만들고 공개하고 영화제를 가는 과정에서 미스터리가 더 깊어 진 것 같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그는 "예전에는 세상이 뭔가 잘못 됐는데 이유가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계급의 문제든 정치적인 민주화의 문제든, 사회 모순이든. 그게 해결책이라고 믿지 않더라도 뭔가 싸울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싸워도 소용없을 것 같고 뭐가 잘못됐다고 설명하기도 힘든 것 같다. 그게 요즘 세상인 것 같다. 그게 요즘 세상의 문제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감독은 "지금 이 이야기는 종수나 해미같은 처지에 놓여있는 인물 청년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게 공개되는 자리는 칸의 붉은 카펫이지 않나. 그건 벤의 세계 꼭지점에 있는 비현실의 세계다. 미스매치인 것 같다. 항상 칸에 갈때마다 느끼긴 한다"며 "그리고 이 영화가 공개되서 극장에서는 마블 영화와 싸우는 거다. '인피니티워'나 '데드풀' 같은 경우는 슈퍼히어로 이야기지 않나. 세상을 슈퍼히어로가 구원해준다는 이야기다. 정말 슈퍼히어로가 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하필이면 세상의 미스터리에 대해 어떤 분노를 가지는지 이야기하는 '버닝'같은 영화가 그런 영화와 맞붙어서 처절하게 깨지는데 그것 또한 운명이면 운명일거라 생각한다. 우리 같은 서사는 지금 대중들에게 별로 환영받지 못할 수 있는데, 그럼 환영받는 서사는 뭔지, 그게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건지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한편 '버닝은 이창동 감독의 6번째 연출작으로 유아인, 스티븐연, 전종서가 출연한다. 지난 17일 개봉해 상영중이다.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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