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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칸(프랑스)= 이승미 기자] 벌써 반환점을 돈 제 71회 칸 국제영화제. 훌륭한 영화와 초특급 영화인들이 축제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가운데, 올해도 의미있는 퍼포먼스와 색다른 이슈들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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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박찬욱'이라고 불리는 거장 감독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 그는 이번 칸 영화제에 러시아의 국민 영웅으로 추앙받는 록스타 빅토르 최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레토'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하지만 지난 9일 진행된 공식 스크리닝을 물론, 포코콜과 레드카펫 등 그 어디에서도 그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이는 그가 러시아에 9개월 동안 가택구금 중이기 때문. 그가 이 같은 처분을 받은 '표면적인' 이유는 운영 중인 고골극장의 공금 횡령이지만 러시아 대중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영화 관계자들은 그가 전적 '스튜던트'(2016)을 통해 러시아 정교를 향한 맹신을 비판하는 등 반정부적 성향을 보인 그가 푸틴 정부에 밉보였으며 그로 인해 불합리한 처우를 받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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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쿠르드족 게릴라 여성 부대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여성 감독 에바 허슨의 영화 '걸스 오브 더 선'의 상영을 앞두고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인 케이트 블랏쳇을 비롯해 레아 세이두, 크리스틴 스튜어트, 셀마 헤이엑, 마리옹 꼬띠아리, 패티 젠킨스('원더우먼' 감독) 등은 여성 영화인 82명은 팔짱을 끼고 뤼미에르 극장 앞에 깔린 레드카펫 계단을 올랐다. 이는 영화계의 만연해 있는 양성 불평등을 타파하자는 취지로 진행된 '성 평등' 시위로 '2020년까지 영화계 젠더 불균형을 바로잡자'는 프랑스 운동 모임 '5050x2020′이 주도했다.
이날 선두에 선 케이트 블란쳇은 "우리는 82명이다. 1946년 칸 영화제가 처음 열린 이후 지금까지 이 계단을 오른 여성 감독들의 수와 같다. 같은 기간 동안 똑같은 위치에 오른 남성 감독의 수는 1688명이었다"며 "우리의 의지와 진보에 대한 상징으로 이 계단에 섰다. 누구나 영화계의 계단을 오를 수 있어야 한다. 함께 오르자"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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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를 대표하는 거장 감독 장 뤽 고다르는 '이미지의 책'으로 올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하지만 레드카펫이나 포토콜에서 그의 모습은 볼 수 없었는데, 그런 그가 12일 진행된 기자회견장에서는 '스파트폰 화상 전화'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기자회견장에 모인 취재진들은 그에게 질문을 하기 위해 스마트폰 앞에 줄 지어 서는 진풍경을 보여줬다.
스마트폰에 대한 칸 영화제의 이슈는 또 있다. 이번 칸 영화제 측은 개막식에 앞서 취재진을 비롯한 영화 관계자들에게 '레드카펫 위 스마트폰 촬영 금지' 조항을 알렸다. 앞서 칸 영화제는 셀카를 찍기 위해 레드카펫 행렬이 지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스마트폰 사용 자제를 알려온 바 있지만 실질적으로 지켜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혀 다른 모양새였다. 칸 영화제 측은 이를 철저히 금했다. 레드카펫 위에서 스마트폰을 꺼내거나 들여다 보기만 하더라도 레드카펫을 지키고 있는 수십명의 진행요원이 곧바로 자제를 요청했다. 이에 올해 칸 영화제 레드카펫은 정체 현상 없이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지나치게 까다로운 규정이 '축제'인 영화제를 제대로 즐길 수 없게 만든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AFPBBNews =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