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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만평] 게임 업계 메갈 논란, '비상식적 미러링'에 대응하는 상식적 미러링

송경민 기자

기사입력 2018-05-09 09:08





미대 수업 중 몰래 촬영된 남성 누드모델 사진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유출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해당 사진은 남성 누드모델 나체를 모자이크도 없이 누구나 열람 가능한 커뮤니티에 공개됐을 뿐만 아니라, 모델에 대한 성희롱 발언이 도를 넘은 수준이라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5월 1일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 게시판에는 홍익대학교 미대 회화과 수업 중 몰래 촬영된 남성 누드모델 나체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 속 모델은 강의실 무대 위에 누운 모습으로, '워마드'에서는 "어디 쉬는시간에 저런 식으로 2.9 까면서 덜렁덜렁거린답니까"라며 남성 누드모델을 성적으로 희롱하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워마드'라는 커뮤니티는 '메갈리아'에서 파생된 곳으로, '메갈리아'를 축약한 '메갈'은 '워마드'를 뜻하기도 한다. '메갈리아'는 2015년 디시인사이드 '메르스 갤러리'에서 비롯된 커뮤니티로, '메르스 갤러리'에서 '메'를 따고 노르웨이 작가 게르드 브란튼베르그(Gerd Brantenberg)가 남성과 여성이 가진 사회적 위치가 정반대인 가상 세계 '이갈리아'를 배경으로 둔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에서 '갈리아'를 따서 만든 이름이다.

창설 후 거대 커뮤니티로 성장하기 시작한 '메갈리아'는 여러 가지 성 소수자 비하 용어 사용을 금지했는데, 이에 반발한 회원들이 '메갈리아'에서 떠나 새로 커뮤니티를 세우게 된다. '메갈리아'를 떠난 유저들은 여성을 뜻하는 영어단어 'Women'과 유목민을 뜻하는 'Nomad'를 합해 '워마드(WOMAD)'라는 이름을 짓는다.

'메갈리아'는 2018년 현재 사이트가 폐쇄된 상태지만, 여기서 파생된 '워마드'는 여전히 활발히 활동 중이다. 특히 과거 온갖 사건, 사고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를 그대로 따라 하거나 혹은 '일베'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곤 하는데, '워마드'에서는 이를 영어단어 거울(Mirror)에서 의미를 따 '미러링(Mirroring)'이라고 한다.

홍익대학교에서 발생한 도촬 사건 외에도 '워마드'는 '일베'가 '여성 혐오'를 한 데 대한 '미러링'을 이유로 5.18 민주화 운동 비하, 6.25 전쟁 참전 용사 비하, 독립운동가 비하, 고인 모독, 남자 공동 샤워실 도촬 영상 공개 등을 비롯한 '남성 혐오'를 지속해 왔다. 지난해 11월에는 유저 중 한 명이 호주에서 아동 성범죄 사건을 저질러 체포되기도 했다.

이처럼 '메갈리아'에서 파생된 '워마드'는 '일베'와 마찬가지로 '이성 혐오'나 사회적 약자 조롱 및 혐오 등 심각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이에 따라 '워마드', 곧 '메갈'은 과거 '일베'처럼 사회 여러 분야에서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 게임 업계도 마찬가지다.

2016년 출시된 모바일 게임 '이터널 클래시'는 챕터 제목 때문에 '일베 논란'이 발생했다. 챕터 4-19는 '반란 진압', 5-18은 '폭동'이었는데 순서대로 4.19 혁명, 5.18 민주화 운동을 비하하는 '일베'식 표현이었다. 이에 유저들은 크게 반발했는데, 개발사 대표가 사과하고 사퇴했지만 3년 동안 개발된 게임은 서비스를 종료하고 말았다.


최근 국내 게임 시장에 발생한 '메갈 논란'도 '일베 논란'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소비자 입장인 게임 유저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메갈', 즉 '워마드'와 연관된 콘텐츠 구매를 거부했고, 판매자인 게임회사들은 유저 의견을 수렴해 해당 콘텐츠를 삭제했다. 소비자-판매자 간 일어나는 정상적인 거래 절차다.

게임 유저들이 해당 콘텐츠를 거부한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메갈 논란'이 발생한 게임 대부분은 귀여운 미소녀가 등장하는, 남성을 타깃으로 삼은 게임들이다. 따라서 주요 구매층 또한 남성인 게임인데, '메갈-워마드'가 주장하는 '남성 혐오'와 연관된 콘텐츠를 구매하는 데 거부감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

최근 국내 게임 시장에 발생한 '메갈 논란'은 과거 '일베 논란'과 마찬가지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커뮤니티에 대한 거부감에서 비롯됐다"며 "'일베'를 똑같이 따라 하는 '비상식적 미러링'을 시도한 '메갈-워마드'는 그 취급 또한 '일베'와 똑같은 '상식적 미러링'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림 텐더 / 글 박해수 겜툰기자(gamtoon@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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