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리뷰]"연기력 논란은 잊어라"…'나저씨' 이지은, 인생작 만났다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18-03-23 06:50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나의아저씨'가 심상치 않다. 가수 아이유가 아닌 배우 이지은으로선 배우 인생을 새로 쓸만한 인생작을 만난 것 같다.

22일 tvN '나의아저씨' 2화에는 뇌물 누명을 벗기 위해 몸부림치는 박동훈(이선균)과 도준영(김영민)-강윤희(이지아)의 의뢰를 받아 움직이는 이지안(이지은)의 모습이 방송됐다. 이날 이지안은 웃음기 한번 없이 이광일(장기용)부터 박동훈, 도준영 등을 차례로 상대하며 현실에 찌든 차가운 해결사의 면모를 보였다.

이날 이지안은 "상품권은 챙기고, 이지안은 감옥 보내자"는 이광일의 흉계를 피해 위기를 탈출, 박동훈의 상품권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박동훈은 택배로 뇌물을 받는 모습이 CCTV에 찍혀 회사 출입증을 빼앗기고 대기발령 상태가 됐지만, 춘대(이영석)는 쓰레기통에서 주웠다며 감사팀에 상품권 뭉치를 건네 박동훈의 누명을 풀어줬다. 상품권의 뒤에는 박동훈의 아내인 강윤희와 후배이자 상사인 도준영이 있었다.

박동훈은 퇴근하는 이지안을 뒤따라갔다가 행인들에게 치한으로 오해받았고, 다음날 출근길에 다시 이지안을 뒤쫓아갔지만 이번에도 대화를 거절당했다. 이지안을 상품권을 훔친 용의자로 고발하려던 박동훈은 혐의가 풀렸다는 말에 어리둥절했다. 박동훈은 이지안의 속도 모른채 도움을 받은 꼴이 된데다, 불의에 흔들리던 마음을 다잡아준 모양새가 됐다.

이지안은 자신을 계속 이용하려 하는 도준영에게 "부장 하나 자르려고 왜 이러나 했는데 번호 보고 알았다. (박동훈의)집사람이더라"라고 받았다. 이어 얼버무리려던 도준영에게 "아줌마를 사귀냐. 그래봤자 아줌마 아니냐"라는 말로 강렬한 카운터를 먹임과 동시에 그가 속내를 숨길수 없게 했다. 이지안은 도준영에게 "박상무와 박동훈 둘다 내가 잘라줄 테니 한사람당 1000만원 내라"고 제안하기까지 했다. 냉혹무비한 무법자 포스다.

'나의아저씨'는 가수 아이유가 아닌 배우 이지은의 6번째 작품이다. 이지은은 지난 2011년 '드림하이'로 처음 연기에 발을 디뎠고, 이후 '최고다이순신', '예쁜남자', '프로듀사', '달의연인-보보경심려(달의연인)'에 출연한 바 있다.

하이틴물, 가족드라마, 로맨틱코미디, 사극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며 인상적인 연기들을 펼쳤지만, 전반적인 평은 썩 좋지 않았다. 연말 여론조사 때면 지금도 '아이돌'로 분류되는 이지은의 태생에 대한 반감도 컸지만, 과장된 톤의 연기력 자체도 분명 아쉬움이 있었다. 이지은의 연기평을 반전시켰던 '프로듀사' 속 신디는 인기 아이돌이란 배역 자체가 가수 아이유의 연장선에 있었다. 이때도 동년배인 김수현을 상대할 때와 극중 일편단심이었던 차태현을 대할 때의 연기력 차이는 자명했다.

첫 사극이었던 '달의연인'의 연기력 논란은 이지은에 대한 평가를 다시 가시밭길로 돌려놓았다. 혼란스럽게 전개된 대본으로 인해 흔들린 연기력은 고스란히 이지은을 향한 혹평으로 돌아왔다. 중반 이후 극이 자리를 잡자 비극적인 상황에 잘 녹아들며 한결 발전한 모습을 보였지만, 방송 초반 쏠렸던 관심은 대부분 떠난 뒤였다. 또한 '주연배우'에 걸맞는 연기력이라기엔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의 아저씨'는 다르다. 이지안에게선 그간 가수 아이유와 배우 이지은의 캐릭터성이었던 조증에 가까운 웃음과 장난스런 행동, 촉촉하게 젖어드는 감성 등을 찾아볼 수 없다. 버려진 면도날 같은 거칠면서도 차가운 연기가 돋보였다. 2화 방송에 앞서 방영된 V앱 드라마토크에서의 본래 모습이 생경해보였을 정도다.

'나의아저씨'는 이지은에게 있어 터닝포인트가 될 작품임은 분명하다. 단 2화만에 묵직하게 내려않는 존재감은 그녀의 인생작을 예감케 한다.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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