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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이현주 감독의 동성 성폭행 사건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해 과오를 발빠르게 인정하고 진심으로 반성했다. 그동안 영화계 블랙리스트 실행기구로서 정부의 검열기관 역할을 해 비판을 받았던 영진위가 새 위원장을 필두로 마침내 변화의 움직임을 보였다. 그 변화의 첫 걸음이 최근 영화계를 충격으로 몰고간 이현주 감독의 동성 여감독 성폭행 사건이다.
영진위는 C원장에 대해 "C원장은 B교수로부터 이현주 감독의 성폭행 및 고소 사실을 인지했지만 KAFA 내에 알리지 않고 은폐하려했으며 피해자의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 사건을 독자적으로 처리한 B교수를 묵인했고 더불어 이현주 감독의 졸업작에 대해 학교 차원의 지원 및 홍보를 적극적으로 임했다. 또 KAFA 행적직의 선임 직원은 C원장의 요구에 동조해 본 사건을 사무국에 보고하지 않았고 하급 행적직원은 상부 결재 없이 이현주 감독에게 법원에 제출될 사실 확인서를 작성해주고 사후 보고를 하지 않는 등 보고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결과 사건이 장기간 은폐됐다"고 경위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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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분명 변화는 존재했다. 늦었지만 사건을 인지한 후 사흘 만에 진상위원회를 꾸렸고 오명을 벗기 위해 철저한 진상 조사에 나서 사건을 추적했다. 그리고 조사를 통해 나타난 KAFA의 부폐, 은폐, 방관 등 모든 과실을 언론에 공개하고 참회했다. 비록 제 살 깎아먹는 과정이었지만 KAFA의 부폐는 곧 영진위의 부폐를 뜻하기도 했기에 더욱 철저하게 조사하고 반성했다. 또 진심어린 마음으로 피해자와 대중에게 사과했다. 마침내 영진위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한편, 이현주 감독은 지난 2015년 같은 영화학교(한국영화아카데미) 동기였던 여감독 A로부터 강간 혐의로 고소당했다. 피해자인 여감독 A에 따르면 이현주 감독은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피해자의 동의 없이 유사 성행위를 했다는 것. 피해자는 사건이 일어난 한 달 뒤 이현주 감독을 강간 혐의로 고소해 재판을 이어갔고 지난해 12월, 2년여에 걸친 재판 끝에 대법원으로부터 이현주 감독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이현주 감독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성폭력 교육 40시간 이수 명령을 내렸다. 여성 간의 성폭력 사건으로는 최초의 유죄 판결이다.
이후 A감독은 법원 판결 이후 '여감독 성폭행' 사건을 자신의 SNS를 통해 밝혀 충격을 안겼다. 이는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의 시발점이 됐고 이후 수 많은 성폭력 피해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현주 감독의 동성 성폭행 사건이 드러나자 영진위는 지난 2월 6일 진상조사팀을 꾸려 KAFA 내 관련자를 재조사했다. KAFA는 영진위에서 설립한 영화 전문 교육 기관으로 이번 이현주 감독의 동성 성폭행 사건에서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안긴 관련자들이 있었기 때문. 앞서 A감독은 모르쇠로 일관하는 이현주 감독과 KAFA의 B교수로 인해 2차 피해를 받았다고 호소했다. A감독의 주장에 따라 영진위는 약 두 달간 조사에 착수했고 A감독의 말처럼 KAFA 내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하려 한 정황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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