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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엄마 생각"…이보영, '마더' 인터뷰 중 눈물 쏟은 사연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8-03-16 06:59


사진=tvN 제공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tvN 수목극 '마더'를 마친 배우 이보영을 만났다.

'마더'는 동명의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상처받은 소녀를 구해내기 위해 그 소녀의 엄마가 되기로 한 엄마의 이야기를 담았다. 원작 자체가 도쿄 드라마 어워즈 4관왕을 수상했을 정도로 작품성과 화제성을 고루 갖춘 작품인데다 아역을 맡은 아사다 마나의 열연으로 방영 시작 전 원작 팬들의 우려가 상당했었다. 그러나 강수진 역을 맡은 이보영은 김혜나(허율)를 구하기 위해 그를 유괴한 죄로 실형을 선고받는 이 기구한 캐릭터를 절절한 모성애로 풀어내며 몰입을 높였다. 자신 또한 입양아였다는 것을 털어놓으며 생모보다 더 크고 따뜻한 모성으로 김혜나를 끌어안는 그의 모습에 수많은 시청자가 눈시울을 붉혔다. 이에 '마더'는 웰메이드 드라마로 인정받으며 원작 팬들까지 사로잡았다.

"시청률을 생각했다면 이 드라마를 선택하진 않았을 거다. 기대한 건 이 대본이 너무 내 가슴에 훅 들어왔고 이걸 어떻게 전달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었다. 시청자들이 인내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그러면 슬프고 먹먹하면서도 따뜻한 기분을 같이 느끼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많은 분들이 그래도 느껴주시는 것 같아 좋다. 모든 사람의 마음에 진심이 통한 것 같다. 드라마를 시작하기로 했을 때 처음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끝까지 가면 좋겠다고 했었다. 감독님도 촬영하다 우셨다. 제작진 스태프 배우들 모두 우리 드라마를 정말 사랑한 것 같다. 이렇게 좋은 얘기를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거다. 한땀한땀 공들인 기분이 매신마다 느껴졌다. 그런 진심이 통한 것 같다. 원작 스토리도 워낙 좋았지만 우리 온 스태프가 다 기원한 마음이 통한 느낌이다."


사진=tvN 제공
이보영은 '믿고 보는 배우' 중 하나로 꼽히는 연기파다. 그만큼 '마더'의 리메이크 소식이 들리고 이보영이 출연을 확정했을 때 대중은 많은 관심을 보냈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였다. 아이를 낳고 내가 나쁜 엄마인가라는 반성을 많이 했었다. 우리 아이이고 맞벌이 부부인데 남편이 하는 건 대단한 것을 해주는 게 되어있고 나는 왜 이기적이고 나쁜 엄마처럼 느껴지게 하지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아이를 낳으면 우리 아이가 세상에서 제일 예쁠 줄 알았는데 나는 그러지 않았다. 내가 이상한가 싶었다. 아이와 가까워지는, 관계의 시간이 필요한데 아빠들은 그 시간을 이해해주면서 엄마는 당연한 것처럼 여겨진다. 그에 대한 의문과 반발심이 많았다. 그래서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아이를 낳고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가 너무 예뻐지더라. 그러면서 키운 정이 아닌 기른 정이 맞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와 쌓아가는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했다. 그러자 아동학대 기사가 눈에 띄더라. 세상이 평등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의 사랑과 존중에 따라 아이의 삶이 달라질 수밖에 없겠더라. 기사만 보면 너무 슬퍼서 매일 울었다. 그때 이 작품 소식을 듣고 하고싶다고 연락했다. 가장 좋았던 게 수진이는 윤복이에게 아이의 언어를 쓰지 않는다. 그냥 친구처럼 솔직하게 얘기하고 아이의 의견을 존중한다. 그런 대사가 좋았고 나도 딸을 그렇게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번에 드라마를 찍으며 더 좋은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tvN 제공
출연을 결심한 뒤에도 고민은 깊었다. 원작 드라마가 워낙 유명한 작품이었던데다 담고 있는 메시지 또한 강렬했기 때문에 그것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고민에 빠졌다.

"방송 일자가 다가오면서 무서워졌다. 원작을 넘을 수 없을 것 같고 원작에서 전하려 하는 엄마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원작이 너무 뛰어나서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지 하고 무서웠다. 원작을 훼손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고 비교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겁도 없이 덤빈 것 같아 무서웠다. 원작을 미리 보고 알고 있었다. 원작의 엄마가 자꾸 잔상에 남아서 힘들었다. 전화하는 신에서 그대로 따라가야 하나 가장 힘들었다. 감독님과 처음 얘기할 때 원작은 일본 정서에 맞는 드라마이고 그보다는 좀더 감정이 살아있고 따뜻한 사람 같은 느낌의 표현을 하자고 하셨다. 전화하는 신 빼놓고는 신에 충실해서 연기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행복하다. 감독님한테도 어제 '너무 행복한 하루하루였습니다. 감사했습니다'라고 문자를 보냈다. 다시 이런 현장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었다."


사진=tvN 제공
아동 학대라는 민감하고 무거운 주제를 다룬 만큼, '마더'에 대해서는 '웰메이드'라는 평가와 함께 '보기 힘들다'는 평도 나왔다.


"나도 개인적으로 그런 공포를 좋아하지 않는다. 싫어하지만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동 학대로 죽어가는 아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렇게 죽는 게 영상만 하겠나. 우리가 외면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많이 거르고 표현해도 이정도인데 학대받는 아이들은 더 힘들고 아팠을 거다. 우리가 자극적으로 표현해서 시청률을 높이려고 한 게 아니다. 외면하지 않고 봐주셔서 아동학대에 대한 생각을 한번 더 하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했다."

어렵게 출연을 결정했고, 보람차지만 어렵게 작품을 마무리했다. 그만큼 이보영은 아직 작품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는 "내 딸이 자라는 만큼 엄마는 남은 날이 많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요즘 들었다"며 눈물을 쏟았다. 그리고는 이내 "아직 작품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리도 안 됐고 아이 낳고 조리도 없어졌다. 아이 낳고 이 아이가 내 모든 걸 다 가져가서 나는 껍데기밖에 안 남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자꾸 깜빡깜빡 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어쨌든 이 작품으로 또 한번 이보영은 '믿고 보는 배우'임을 입증하며 연기파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신인 때 내가 나왔을 때 재밌을거야 하는 신뢰를 주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 그런 반응들을 볼 때는 내가 목표하고 꿈꿔왔던 것에 다가가고 있는 것 같은데 '더 실망시키지 않아야 할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작품에 들어갈 때는 다 잘될 줄 알고 들어간다. 결국 잘된 작품을 생각해보면 삼박자가 맞아서 잘된 거지 누구 하나가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그런 작품을 만나는 게 솔직히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렇게 운 좋게 좋은 작품을 잘 만나서 감사하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사진제공=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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