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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방송가에 농염한 사랑 바람이 불고 있다.
한동안 안방극장은 달달한 풋사랑을 담은 로맨틱 코미디물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에는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청춘 멜로보다 좀더 진하고 현실적인,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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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티'에 이어 지상파에서도 속속 어른 멜로가 선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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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는 3월 14일 새 수목극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를 내보낸다.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는 '장녹수' '왕과 비' '명성황후'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 등을 집필한 정하연 작가와 '자체발광 오피스'를 연출한 정지인PD의 합작품으로, 한 부부가 죽음의 위기에 직면하며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고 잊고 살았던 것들을 하나씩 되짚어 보며 서로에 대한 사랑과 가족의 소중함을 재확인하는 과정을 그린다. 2014년 '따뜻한 말 한마디' 이후 공백기를 가졌던 한혜진이 4년 만에 선택한 안방극장 복귀작인데다 윤상현이 연기 변신을 예고하며 기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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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홍보사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로맨틱 코미디, 혹은 장르물 위주의 드라마가 우후죽순으로 선 보이다 보니 신선함이 많이 떨어졌다. 비슷비슷한 그림에 시청자도 싫증을 느끼기 시작한 터라 정통 멜로에 대한 소구가 높아진 것 같다. 이와 함께 여배우들의 타이밍도 잘 맞아떨어졌다. 20대 여배우 가뭄 현상이 계속되다 보니 흥행력과 연기력을 동시에 갖춘 배우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그런데 3~40대 배우들 중에는 그런 파워를 가진 배우들이 오히려 더 많다. 또 이들은 성숙미와 원숙미를 갖고 있기도 하다. 젊은 배우들보다 감수성을 표현하는 내공은 더 깊다는 얘기다. 시청자 트렌드와 여배우의 타이밍이 맞아 떨어져 정통 멜로가 나올 수 있게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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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정통 멜로, 그 자체로 갖는 파워도 매력적인 요인이다. 젊은 배우들이 보여주는데 한계가 있는 생활의 향기와 실제 결혼 생활에서 일어나는 권태와 사랑을 보다 현실적이고 힘 있게 그려내며 드라마 주 시청층인 2049 여성층의 공감대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스티' 제작사 관계자는 "사실 실제 부부의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애정신을 여성팬들도 좋아할 수 있도록 예쁘게 그릴 수 있을지, 부부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릴 수 있을지 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다행히 그 부분에서 잘 표현이 된 것 같다. 아무래도 부부 간에 일어나는 에피소드와 인물 간의 감정 교류와 같은 부분에 많이 공감해주시는 것 같다. 드라마의 주 시청층은 2049 여성층이지만, 의외로 남성 시청층도 많아 우리도 놀랐다. 그만큼 캐릭터와 드라마에 감정이입해 공감해주신다는 것이라 고무적이다"라고 전했다.
배우에게 있어서도 멜로는 놓치기 싫은 기회다. 한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남자 배우보다 여배우에게 나이의 장벽이 높은 게 사실이다. 남자 배우는 나이가 들어도 장르물 등으로 활동 폭을 넓힐 수 있는데 반해 여배우는 외모나 연기력을 떠나 '엄마' 역을 강요받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세월이 지나며 표현할 수 있는 감성의 깊이가 깊어지는데 그것을 보여줄 기회를 박탈당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 면에서 여배우들의 연기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어른들의 정통 멜로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