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올해 22번째 생일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어느덧 반환점을 돌았다. 전 정부의 외압으로 찬바람이 쌩쌩 불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영화의 바다'는 아시아 스타들은 물론 개최 이래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방문하는 등 조금씩 활기를 되찾은 모습이다. 저마다 "BIFF 살리자"라는 사명으로 축제에 임했다.
일단 첫 부산영화제의 꽃으로 불리는 개막작, 개막식에 대한 호평이 부활의 신호탄이었다. 개막작으로 첫선을 보인 '유리정원'(신수원 감독, 준필름 제작)은 세 번째 한국 출신 감독 작품으로 시선을 끌었다. 판타지적인 요소에 현실적인 공감을 녹여 일상과 환상의 경계를 허무는 독특한 연출 방식을 선보인 신수원 감독과 데뷔 이래 가장 파격적이고 밀도 높은 감정선을 펼친 주연 배우 문근영의 도전은 재기를 예고한 부산영화제의 포부를 드러내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이어진 개막식 역시 사건·사고 없는 안정적인 진행으로 점수를 얻었다. 무엇보다 지난 5월 제70회 칸국제영화제 출장 당시 유명을 달리한 고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의 애도식은 많은 영화인의 슬픔을 달랬다. 부산영화제의 명예와 품격이 드러난 대목이었던 것.
개막식이 끝난 뒤 이어진 뒤풀이 자리 또한 화제를 모았다. 손예진, 장동건, 윤아, 민호(샤이니), 문소리, 박성웅, 유인영, 이원근 등 개막식에 참석한 스타들이 이후 해운대로 이동, 부산영화제만의 뒤풀이 문화인 포차촌 코스를 밟아 관객의 관심을 끌었다. 손예진은 함께 온 스태프들과 포차촌을 방문해 축제를 만끽했고 이를 SNS에 공개해 재미를 선사했다. 또 장동건과 윤아, 민호는 같은 소속사로서 포차촌을 통해 의기투합했고 박성웅, 이원근 역시 각각 해운대 한 식당에서 스태프들과 의리를 다졌다. 외압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에는 개막식을 비롯해 포차촌까지 영화인들의 발길이 끊겼는데 이와 달리 올해엔 스타들이 다시금 부산에 집결, 영화의전당과 해운대를 찾으며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들은 부산영화제의 외압, 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 불안한 한반도 정세, 외면받는 여성 영화, 영화계 성추문 등 영화계를 둘러싼 다양한 이슈를 서슴없이 꺼냈다. 방은진 감독은 '서병수 시장은 부산국제영화제에 사과하십시오'라는 피켓으로, 문소리는 "여배우는 영화의 꽃이라고 불리지만 그 말이 좋게만 들리지 않는다. 열심히 꽃이 될 수도 있고 열매가 될 수도 있고 뿌리가, 거름이 될 수도 있다. 여배우도 더 여러 가지로 공부해서 관객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야 할 것 같다"고 여배우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올리브 스톤 감독은 "한반도 정세가 위험한 상황일 때 부산영화제를 찾았다. 외교 문제로 많이 긴장했지만 영화의 가능성을 많이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고 언급했다.
클라이맥스는 영화의 바다에 뛰어든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함께 부산영화제를 찾았다. 영화의전당에 입성한 문 대통령은 아주담담 토크, '미씽: 사라진 여자'(16, 이언희 감독) GV, 영화 전공 학생·영화인과 오찬·만남 등의 자리에 각각 참석해 "근래에 정치적 영향으로 부산영화제가 위축돼 가슴이 아팠다. 현재도 영화인들이 참여하지 못하는 현실이 됐다. 부산영화제 위상이 되찾길 바란다. 정부와 부산시가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정책으로 부산영화제가 지속됐으면 한다. 영화제의 자율과 독립을 맡겨야 영화인들이 최대한 저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 같다. 지원을 최대한 하되 간섭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우리 정부는 부산영화제가 과거의 위상으로 되살릴 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한편, 올해 부산영화제는 지난 12일 개막해 오는 21일까지 10일간 부산 일대에서 성대하게 개최된다. 월드 프리미어 100편(장편 76편, 단편 24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29편(장편 25편, 단편 5편), 뉴 커런츠 상영작 10편 등 전 세계 75개국, 298편의 영화가 부산을 통해 선보인다. 개막작은 한국 출신 신수원 감독의 '유리정원'이, 폐막작으로는 대만 출신 실비아 창 감독의 '상애상친'이 선정됐다.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