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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이캔스피크' 감독 "위안부 소재로 코미디? 진정성 전달되길"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7-09-19 11:30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애써 외면했던 부분이 있었어요. 너무 가슴 아픈 이야기라 들추고 싶지 않았거든요. 이런 과거가 많이 부끄러웠어요."

휴먼 코미디 영화 '아이 캔 스피크'(영화사 시선 제작)를 연출한 김현석(45) 감독. '쎄시봉'(15) 이후 2년 만에 신작을 선보이게 된 그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가진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연출 의도와 비하인드 에피소드를 전했다.

1995년 개봉한 영화 '사랑하기 좋은 날'(권칠인 감독) 갱으로 충무로에 입성한 김현석 감독. 이후 2002년 'YMCA 야구단'으로 연출 데뷔, '광식이 동생 광태'(05) '스카우트'(07) '시라노; 연애조작단'(10) '열한시'(13) '쎄시봉' 등 특유의 섬세하고 세련된 갱과 따뜻한 유머로 휴먼 드라마, 로맨틱 코미디에 두각을 드러냈다.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공감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김현석 감독이 신작 '아이 캔 스피크'를 통해 더 큰 감동, 웃음, 그리고 공감으로 올 추석 극장가 문을 두드린 것.

"그동안 작품은 주로 제가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해 연출까지 맡았는데 이번 작품은 다른 작가의 글을 연출하게 된 경우죠. 친분이 있었던 영화 제작사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가 '아이 캔 스피크'를 제안했는데 아무래도 제가 직접 쓴 시나리오로 연출하고 싶어서 처음부터 '고사해야지'라는 마음이 있었어요(웃음). 그래도 감사한 제안이라 시나리오는 읽고 고사해야겠다 싶어 읽기 시작했는데 영화 중반까지는 제가 자신 있는 코미디 요소가 강하더라고요. 그런데 중반부를 넘어가니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펼쳐지면서 무섭게 몰입되더라고요. 민폐 할머니와 고지식한 공무원이 펼치는 고만고만한 휴먼 코미디인 줄 알았는데 이들의 속 사연을 알고 나니 너무 충격적이기도 했고 놀라기도 했어요. 그야말로 감동이 '훅' 밀려왔어요. 아무 정보 없이 본 작품이었는데 시나리오를 끝까지 읽고 나니 '이거다!' 싶었죠. 거절은 생각도 못 하고 '잘 만들어야겠다' 마음만 가득했죠. 하하."


'아이 캔 스피크'는 민원 건수만 무려 8000건, 구청의 블랙리스트 1호 도깨비 할매 나옥분(나문희)과 오직 원칙과 절차가 답이라고 믿는 9급 공무원 박민재(이제훈)가 영어를 통해 운명적으로 엮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2007년 2월 15일 미국 하원 의회 공개 청문회에서 있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고(故) 김군자 할머니의 실제 청문회 증언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CJ 문화재단이 주관하고 여성가족부가 후원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시나리오 기획안 공모전' 당선작이기도 하다.

"요즘 위안부 소재 영화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각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방향, 의도 등 다양하겠지만 전 다큐멘터리 적인 접근보다 좀 더 대중적으로 편안하게 다가가길 바랐죠. 위안부 피해자들의 실상을 직접적으로 드러내 공분을 일으키는 방법도 있겠지만 우리 영화는 처음부터 위안부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가 없었어요. 위안부 피해자 영화라고 해서 꼭 현미경 들여다보듯 파고들 필요는 없잖아요. 우회하는 것도 방법이라면 방법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사회적인 의식을 갖고 만들어야 하는 작품이고 절대 쉽게 만들 수 있는 영화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접근해야 했죠."


추석 극장가에 등판한 '아이 캔 스피크'는 기존의 위안부 영화와 결을 달리한 접근법으로 언론과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자칫 관객들이 받아들이기에 불편하고 부담스러울 수 있는, 직접적인 표현을 우회적으로 다뤘다. 그야말로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다가가 아픈 역사를 공감하고 또 그들을 진심으로 위로할 수 있게 만들었다. 김현석 감독 특유의 따뜻함이 적절하게 배어든 작품이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위안부 역사가 주는 무게감과 괴로움 때문에 외면하고 싶은 것도 있었던 것 같아요. 비극이잖아요.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리는 역사죠. 변명이면 변명일 수 있지만, 그래서 애써 피하려고 했던 적도 있었어요. 두려웠어요. 진실을 마주하기가.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런 제 모습이 부끄러워졌어요. '아이 캔 스피크'를 준비하면서 나눔의 집도 가보고 수요집회도 참석해봤는데 우리의 역사 중 가장 비극의 역사라고 다시 한번 느꼈어요. 그래서 '아이 캔 스피크'를 꼭 하고 싶었고 더 잘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죠. 제가 선택한 이 방식이 또 다른 파동을 일으키길 바라요."



마지막으로 김현석 감독은 '아이 캔 스피크'에 대한 우려도 언급했다. 위안부 소재를 너무 가볍게 다룬 것이 아니냐는 혹자의 반응에 대해 연출자로서 진심을 전한 것.

"사실 누군가는 '위안부 피해자 소재를 코미디야?' '그게 어떤 역사인 줄 알고 코미디로 만들어?'라며 불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보편적으로 편하게 접근해 누구나 공감하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컸어요. 코미디도 왁자지껄한 코미디가 아니라 조심스럽게 수위를 조절하며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썼어요. 편견이 있겠지만 우리 영화를 본다면 분명 제작진의 의도를 전달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이 있었어요. 이야기의 진정성에 모험을 걸어볼 가치가 있었다고 판단해요."

한편, '아이 캔 스피크'는 나문희, 이제훈, 엄혜란, 이상희, 손숙, 김소진, 박철민, 정연주 등이 가세했고 '쎄시봉' '열한시'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김현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1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리틀빅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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