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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박열'의 이준익 감독이 15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열'은 1923년 도쿄, 6천 명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 최고 불량 청년 박열(이제훈)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후미코(최희서)의 실화를 담았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7.06.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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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박열'은 항일운동에 대한 이야기 보다 플라토닉 사랑을 그린 슬픈 러브스토리다."
1923년 도쿄, 6000명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 최고 불량 청년 박열(이제훈)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후미코(최희서)의 믿기 힘든 실화를 그린 영화 '박열'(이준익 감독, 박열문화산업전문유한회사 제작). '황산벌'(03) '왕의 남자'(05) '평양성'(11) '사도'(15) '동주'(16)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배경, 시대적 인물을 그리는 탁월한 연출력으로 정평이 난 '사극 킹' 이준익(58) 감독의 신작이다.
스스로를 '불령선인'이라 칭하며 불령사를 조직해 항일운동을 펼치던 청년 박열. '박열'은 일본 황태자 폭탄 암살 계획을 자백한 후 대역 사건으로 기소돼 일본에서는 조선인 최초의 대역 죄인으로, 조선에서는 영웅으로 불린 인물을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사실적이고 드라마틱하게 또한 강렬하게 풀어냈다.
기존 알려진 항일운동가와 달리 박열은 생소한 항일운동가이자 아나키스트인데, 이준익 감독은 이런 기이하고 낯선 박열을 자신만의 위트와 감동으로 129분을 가득 채웠다. 고정관념 깨뜨리는 파격적인 시대극, 이준익 감독의 또 다른 인생작이 탄생한 셈.
'동주'가 끝나자마자 연달아 '박열'을 선보인 이준익 감독은 전보다 더 편안하고 생기 넘치는 모습으로 '건강한 모습'으로 취재진을 반겼다. "전작 때보다 더 건강해진 느낌이다"라는 인사말에 "왜? 영화 속 캐릭터처럼 건달스러워졌나?"라면서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준익 감독은 "특히 나는 내 영화의 분위기에 따라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 아무래도 '사도'나 '동주' 같은 경우는 무겁고 암울한, 억눌린 그들의 삶을 표현하다 보니 내 컨디션 역시 그렇게 되는 것 같더라. 지치고 기운 빠지는, 울적할 때도 많았는데 이번 '박열'은 영화 분위기 자체가 앞선 두 작품과 달라서인지 컨디션이 좋아졌다. 물론 '박열'도 마냥 웃을 수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영화에서 표현된 해학이 내게도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박열'을 관객에게 선보일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뚜껑을 열기 전 '박열'은 말 안 듣는 조선인 중 가장 말 안 듣는 조선인이었던, 역사상 가장 버릇없는 피고인 박열에 대한 서사를 펼쳐낸 줄 알았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박열의 항일 정신도 정신이었지만 이 과정에서 만난 영원한 동지이자 연인이었던 가네코 후미코의 사랑 이야기가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박열'은 시대극의 탈을 쓴 진한 로맨스, 러브스토리였던 것.
"내가 정말 보여주고 싶은 대목이 바로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플라토닉 사랑이다. 사실 영화를 찍으면서 '박열'에 헤드카피를 붙이고 싶었다. '제국도 막지 못한 사랑'이라는 부제를 붙이고 싶었는데 너무 촌스러웠는지 홍보팀에서 극구 말리더라(웃음). 실제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박열이 22세, 가네코 후미코가 20세였다.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이건 사랑 이야기였다. 나 역시 러브스토리로 '박열'을 촬영했다. '동지로서 동거한다'라며 못을 박을 정도로 두 사람은 육체적인 사랑이 아닌 정신적으로 사랑한 것이다. 이제 막 사랑을 꽃피운 청춘이 안타깝게 떨어지면서 더 깊어지는 감정을 따라가는 서스펜스 심리극이다. 전국의 많은 사랑꾼들이 꼭 보길 바라는 작품이기도 하다. 하하."
이준익 감독은 '박열'에 대해 "여러 번 보면 볼수록 다른 지점이 보이는 독특한 영화"라고 평했다. 물론 대부분의 많은 관객이 '항일운동'이라는 큰 서사를 기대하고 '박열'을 관람하겠지만 분명한 지점은 항일운동 속 인류애, 사랑 등의 다양한 메시지 또한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 앞서 이준익 감독은 '왕의 남자' '동주'를 통해 반복관람 열풍을 일으키며 '재관람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는데 이번 '박열' 역시 '재관람 필수' 영화로 신드롬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재관람으로 힘을 얻은 전작들이 많다. '왕의 남자'도 그렇고 최근 '동주'도 많은 관객이 여러 번 재관람한 사랑받은 작품이다. '박열'도 그럴 것이라 확신한다. 일단 이제훈을 사랑하는 여성팬들이 여러 번 봐줄 것이고 처음에 사랑이란 코드를 놓친 관객은 다시 극장을 찾아 제대로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 두 번째 볼 때부터는 손수건 없이 볼 수 없는 슬픈 러브스토리가 될 것이다."
한편 '박열'은 이제훈, 최희서, 김인우, 권율, 민진웅 등이 가세했고 '동주' '사도' '소원'의 이준익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8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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