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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예능인들 어떠하리, 교양인들 어떠하리

최보란 기자

기사입력 2017-06-04 16:07



[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요즘 예능과 교양의 오묘한 경계에 있는 신상 프로그램들이 눈길을 끈다.

예능 프로그램들은 최근 인문학 소재를 담거나 전문가들을 패널로 섭외해 웃음과 더불어 유익함을 선사하고자 욕심을 내고 있다. 교양 프로그램은 오히려 예능적인 진행 방식을 차용해 지루함을 벗고자 노력하고 있다.

tvN '우리들의 인생학교'도 제목부터 교양 프로그램 분위기가 물씬나지만 굳이 정체성을 따지자면 예능이다. MBC 예능국에서 tvN으로 이적한 손창우 PD가 연출을 맡았다. 나 자신을 이해하는 법, 선택을 잘 하는 법, 대화를 잘 하는 법, 대인관계를 잘 하는 법 등을 배우며 예능 본연의 재미는 물론 성장의 기회까지 제공하겠다는 각오다.

tvN '수업을 바꿔라'는 해외의 선진 교육에 대해 다룬다는 점에서 교양 프로그램 같아보이지만 '화성인 바이러스', '강용석의 고소한19' 등의 문태주PD가 연출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스타가 해외의 선진 교육을 직접 듣고 배운 뒤 한국에서 해당 수업에 대해 게스트와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으로 펼쳐진다.

OtvN '어쩌다 어른'도 '스타특강쇼', '김미경쇼' 등의 강연 예능을 선보였던 정민식 PD가 지친 어른들의 걱정을 치유하고자 기획한 프리미엄 특강쇼다. 매회 다양한 영역의 셀럽들이 등장해 삶에서 얻은 교훈을 나눈다. 이정재가 즐겨보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꼽기도 했다.

최근 막을 내린 종합편성채널 JTBC '말하는대로'는 많은 셀럽들이 경험으로 깨달은 인생의 교훈을 공유했다. '잡스'는 다큐멘터리 못잖게 직업과 관련한 생생한 정보를 전달했다. 야구해설가부터 웹툰작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인들을 초대, 해당 직업의 장단점을 현실적으로 알아보며 자신의 길을 고민하는 시청자들에게 도움을 줬다.


특히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 '신서유기', '윤식당' 등 내놓는 프로그램마다 히트 시키며 '예능 미다스'로 불리는 나영석PD는 새 예능에서 인문학을 소재로 택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 2일 첫 방송된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하 '알쓸신잡')은 제목처럼 세상 온갖 화두에 대해 각 계 전문가들은 사석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하는 궁금증에서 출발, 시청자들이 지식에 대한 희열을 맛볼 수 있도록 잡학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낸다.

우선 늘 화제가 됐던 배우나 예능인이 없다. 작가 유시민을 필두로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소설가 김영하, 뇌를 연구하는 물리학자 정재승 등 각 분야 최고의 지식인이 뭉쳤다. 여행과 사람이라는 면에서 특유의 개성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인문학이라는 소재부터 라인업과 포맷 등은 그간 나영석 PD가 보여줬던 예능 프로그램 스타일과는 사뭇 달라 눈길을 모으고 있다.


반면 교양 프로그램들은 예능인가 생각될 정도로 실험적이고 색다른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KBS 1TV'천상의 컬렉션'은 마치 본인의 컬렉션을 자랑하기라도 하듯, 유명인사가 무대에 등장해 열정적으로 문화재를 설명하며 흥미를 자극했다. 배틀이라는 형식 또한 긴장감을 높였다.

'트루밥쇼'는 영화 '트루먼쇼'에서 따온 제목에서도 엿보이듯이 노량진 고시생, 푸드트럭을 하는 투잡 직장인,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생 등 평범한 이들의 하루를 관찰 카메라로 담아냈다. 현대인의 생활상을 일반 다큐멘터리와 달리, 마치 '미운우리새끼'나 '나혼자산다'처럼 전달해 흥미롭다.

KBS 1TV '역사기행 그곳', EBS '까칠남녀', OtvN '동네의 사생활', JTBC '차이 나는 클라스' 등도 교양 프로그램이지만 예능 프로그램처럼 어떻게 하면 정보를 흥미롭게 전달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엿보인다.

앞서 나영석 PD는 '알쓸신잡' 제작발표회에서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게 예능인데 재미라는 게 웃음만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예능이라고 해서 말초적인 웃음을 줄 필요도, 교양이라고 해서 진지하기만 할 필요가 없는 것.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이를 전달하는 방식이 한층 다채로워지고 있다.

교양이든 예능이든, 즐거움과 유익함을 동시에 줄 수 있다는 것은 모든 콘텐츠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아직 눈에 성과는 없지만 '알쓸신잡'이 5%를 넘는 시청률로 출발을 알리는 등 그 가능성이 엿보인다. 두 장르의 진정한 시너지를 보여줄 진화가 기대된다.

ran61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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