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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칸 '악녀'] "흡혈귀→킬러 컴백"…김옥빈이 밝힌 칸의 추억 (종합)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7-05-23 08:28



[스포츠조선 칸(프랑스)= 조지영 기자] "8년 전 뱀파이어였던 제가, 이제 킬러가 돼 칸영화제를 찾았데요!"

제70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비경쟁부문) 초청작인 액션 영화 '악녀'(정병길 감독, 앞에 있다 제작). 22일(현지시각) 오후 프랑스 칸 인터컨티넨탈 칼튼 칸 호텔에서 한국 기자 간담회를 열어 '악녀'에 대한 비하인드 에피소드와 칸에 입성한 소감을 전했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는 김옥빈, 성준, 김서형, 그리고 정병길 감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김옥빈은 2009년 열린 제62회 칸영화제에서 '박쥐'로 경쟁부문에 초청, 칸 레드카펫을 밟아 화제를 모았다. 당시 그의 나이 23세, 데뷔 4년 차에 칸에 입성한 김옥빈은 파격적인 연기와 기묘한 매력으로 전 세계 영화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눈을 못 뗄 정도로 매력적인 여배우' '올해 발견한 최고의 배우' 등 외신의 호평을 받았던 김옥빈이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8년 만에 칸영화제와 재회하게 된 것.

지난 21일 밤 12시 30분 열린 공식 상영회로 본격적인 칸영화제 일정을 소화한 김옥빈은 "너무 기쁘고 설레서 오늘(21일)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미드나잇 스크리닝으로 상영해서 영화가 끝나고 나니 새벽 3시가 넘었는데 다 같이 모여 뒤풀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아침부터 일정이 많아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너무 하고 싶었는데 못해 답답한 상태다. 많이 이야기 하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칸영화제에 대한 소회를 전하던 김옥빈은 '악녀' 공식 상영회에서 화제를 모았던 박찬욱 감독의 응원에 대한 에피소드도 털어놨다. '박쥐'로 과거 김옥빈과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함께 밟은 박찬욱 감독은 올해엔 심사위원으로 칸영화제에 참석했는데 바쁜 일정 속에서도 김옥빈과 의리를 지키기 위해 '악녀' 공식 상영회를 방문했다. 그는 '악녀'가 상영되기 전 "옥빈아!"라고 외치는 등 김옥빈에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김옥빈은 "박찬욱 감독이 영화를 보고 나서 '너무 멋지다'라는 감상평을 남겨줬다. 오늘(22일) 밤 열리는 영화진흥위원회 주최 '한국영화의 밤'에서 못 나눈 회포를 풀자고 하더라. 8년 전에는 박찬욱 감독과 같이 칸영화제를 갔는데 이제는 정범길 감독과 칸에 왔다. 박찬욱 감독은 아버지가 딸을 시집보내는 마음으로 보고 계시더라. 개인적으로 감격스럽다"고 남다른 애정을 과시했다.

김옥빈은 "사실 8년 전 칸영화제에 왔을 때는 내가 기댈 수 있는 분들이 옆에 많았다. 매번 따라가기만 했고 믿고 맡길 수 있는 분들이라 칸영화제에 와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칸영화제는 모든 게 처음처럼 느껴졌다. 공항에 도착할 때부터 호텔까지 오는 길도 마치 처음 와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과거 칸영화제에 대한 기억이 전혀 안 나더라. 올해 칸영화제 도착 첫날 기분 좋게 술을 한잔 하고 영화제 근처를 걸었는데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번 칸영화제가 내게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 주는 것 같다. 며칠 다녀보니 날씨도 좋고 기분 좋은 설렘이 가득한 곳이라는 걸 느꼈다"고 웃었다.


8년 전 걸었던 칸의 풍경이 낯설기만 하다는 김옥빈. 하지만 칸은 김옥빈을 잊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후문. 그는 "바로 영화에 대한 평을 듣고 싶었는데 상영이 새벽에 끝나 많은 평을 듣지 못했다. 그나마 아침에 외신과 인터뷰를 통해 들었는데 실제 내 모습을 무섭다고 하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한 프랑스 기자는 '박쥐' 때 날 기억하고 있어 신기했다. 그 기자가 말하길 '8년 전 뱀파이어가 킬러가 돼 돌아왔다'며 반갑게 맞아 줬고 '악녀'에서 너무 고생하고 생갭다 액션 연기를 잘해서 놀랐다는 칭찬을 들었다"고 전했다.

여배우로서는 최초이자 최고의 액션을 '악녀'를 통해 선보인 김옥빈. 그는 극 중 본 모습을 숨기고 국가 비밀조직의 요원으로 살아가는 숙희로 완벽히 변신해 칸영화제를 뜨겁게 달궜다. 총, 칼, 도끼 등 다양한 무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은 물론, 달리는 오토바이나 버스 외벽에 매달린 상태에서도 거침없는 액션을 펼쳐 '액션퀸'으로 등극했다. 실제 합기도, 태권도 유단자이기도 한 김옥빈은 '악녀'로 여배우 액션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액션의 신기원을 열었다.


김옥빈은 "액션을 준비하면서 어느 정도, 그리고 어떻게 훈련했는지 여러 번 말을 해왔다. 영화의 합을 위해 훈련한 기간이나 연습량은 두말 할 것 없이 열심히 했다"며 소회를 전했다. 이어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이 났던 지점이 합이었다. 나 혼자 합을 맞춘다고 해서 빠르고 강하게 액션이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영화 속 액션은 CG가 아니다. 앵글을 보면 카메라 감독과 같이 움직이면서 액션을 연기한 장면이 많다. 나와 카메라 감독이 합을 맞춰 나가는 과정이 필요했고 이 과정에서 많이 다치기도 했다"며 액션을 연기하는 것에 있어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실제로 정병길 감독은 '악녀' 김옥빈의 액션에 대해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액션신'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어린 나이에 뤽 베송 감독의 '니키타'(90)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런 영화가 있었나?' 싶더라. 그러다 중학교 때 '펄프 픽션'(94,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을 보면서 '영화를 이렇게 만들 수 있구나' 싶었다"며 "'악녀'를 만들 때는 레퍼런스가 되는 영화를 찾아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무술 감독과 이야기를 할 때도 기존의 액션이 아닌 새로운 걸 만들자고 했다. 몸으로 익히면서 앵글을 짰다. '하녀'(60, 김기영 감독)에서 봤던 섬뜩한 이미지 등을 떠올렸던 것 같다. 그런 장면을 이어 붙이면서 시나리오를 만들어 갔다"고 설명했다.

한편, '악녀'는 살인 병기로 길러진 최정예 킬러 숙희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김옥빈, 신하균, 성준, 김서형이 가세했고 '내가 살인범이다' '우린 액션배우다'의 정병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칸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악녀'는 오는 6월 8일 국내서 개봉된다.

칸(프랑스)=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NEW, 칸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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