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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규모를 바꾸다!'
이는 네트워크만 연결돼 있다면 굳이 오프라인 판매망이 없이도 시공간을 초월해 다운로드 방식으로 손쉽게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스팀(Steam) 등 글로벌 오픈마켓의 존재 덕분이다. 모바일게임의 경우 디바이스의 성장과 궤를 함께 하면서 전년도보다 18% 이상 성장, 게임시장의 45%를 차지할 정도의 큰 규모가 됐다.
이처럼 국내 시장의 10배에 이르는 글로벌 게임시장의 존재로 인해, 세계 시장으로의 도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특히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NHN엔터테인먼트, 스마일게이트 등 이른바 '빅5'가 매출의 50% 이상을 휩쓸며 양극화가 격화되고 있는 국내 상황에선, 더욱 절실해진 전략이다.
지난달 말 컴투스는 모바일게임 '서머너즈 워'가 글로벌 진출 이후 만 3년도 되지 않아 누적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이는 국산 모바일게임 가운데선 당연 최초이고, 온라인게임을 포함해도 역대 가장 단기간에 이뤄낸 성과다. 1998년 서비스를 시작한 엔씨소프트의 장수 온라인게임 '리니지'가 9년만인 2007년 누적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2013년 2조원 그리고 2016년 3조원을 달성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치임은 분명하다.
지난 2014년 4월 국내 출시된 '서머너즈 워'는 세계 53개국 애플 앱스토어, 11개국 구글플레이 게임 매출 1위를 달성했고, 동서양 구분없이 100여개국에서 '톱(Top)3'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다른 산업과 비교를 해도 그 가치를 알 수 있다. 지금까지 10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한국 영화 10편의 매출보다 많다. 또 국산 중형 승용차 33만6000대, 최신 스마트폰 441만대의 판매 이익과 맞먹는 수치다. 게임산업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그대로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PC온라인게임에서도 지난 10일 놀라운 성과가 발표됐다. 온라인게임 '테라'를 만든 블루홀이 개발한 배틀로얄 장르의 온라인게임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Player Unknown's BattleGrounds)'가 스팀의 얼리 억세스(Early Access, 공개 테스트 버전)로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지 16일만에 판매량 100만장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운로드 판매로 29.99달러이니, 342억원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이는 출시 한 달만에 100만장 판매를 달성한 '아크(ARK)'의 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역시 국내 게임 가운데선 첫 사례다.
또 '배틀그라운드'는 스팀 동시 접속자수 8만9000명을 돌파하며 '도타3(DOTA3)', 'CS:GO'에 이어 3위를 달리기도 했고, e스포츠 방송 플랫폼 트위치에서는 동시 시청자 수 15만명을 기록하며 이미 e스포츠로 정착된 '리그 오브 레전드', '하스스톤' 등에 근접하고 있다.
100인의 유저가 고립된 섬에서 무기와 탈 것을 활용해 최후의 1인으로 살아남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게임으로, '플레이어언노운'이라는 배틀로얄 모드의 창시자인 아일랜드인 브렌든 그린이 아예 게임 개발 초창기부터 한국에 상주하며 개발자로 제작에 참여해 더욱 화제가 됐다. 30여명의 인력이 개발에 착수한지 1년만에 거둔 성과이기에 더욱 가치가 있다. 올 여름 정식 출시를 계속 콘텐츠 업데이트를 하며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의 개발 총괄을 맡은 블루홀 김창한 PD는 "정체된 국내 시장에 머물기보다는 아예 구상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에 통할 수 있는 장르를 선택했다"며 "브렌든 그린을 비롯해 글로벌 개발자들을 적극 활용, 협업을 하면서 보편적으로 통할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스팀이 있기에, 더욱 많은 전세계 유저들에게 손쉽게 서비스할 수 있게 됐다. 정체된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오픈마켓을 적극 활용할 필요성을 확실히 체감했다"고 덧붙였다.
다른 국내 게임사들도 글로벌 시장 도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다음달 코스피 상장을 앞둔 넷마블은 잼시티와 카밤 등 인기 IP를 보유한 퍼즐과 액션게임 장르 전문 개발사를 인수해 해외 시장을 두드리고 있고, 엔씨소프트는 자사 게임 캐릭터가 모두 등장하는 MOBA장르 게임 'MXM'을 올 여름 해외에서 먼저 출시할 예정이다. 컴투스 형제사인 게임빌은 국내에선 마이너한 장르이지만, 세계 시장에선 통할만한 전략 RPG '워오브크라운'을 지난 28일 글로벌 시장에 출시했다.
게임 전문가들은 "'서머너즈 워'나 '배틀그라운드'는 국내 게임 개발력이 충분히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최고의 사례이자, 롤모델이 되고 있다"며 "'서머너즈 워'는 지속적인 지역 친화적 마케팅 실시, '배틀그라운드'는 글로벌 개발자들과의 적극 협업 등으로 성공을 일궈낸 것처럼 나름의 특화된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