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한쪽에서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쏟으면 다른 한쪽에선 약속한듯 추임새가 붙었다. 댄디한 양복 차림의 이찬혁이 춤추듯이 노래하고, 푸른 원피스를 입은 이수현이 통통 튀듯 무대를 누볐다. 리얼 밴드의 생생한 소리에 재치 넘치는 가사, 그리고 독특한 리듬의 랩까지 경쾌한 두 남매가 특별한 감동을 선사했다.
악동뮤지션은 23일 서울 서강대 메리홀에서 소극장 장기 콘서트 '일기장'의 첫 공연을 펼쳤다. 남매의 어머니가 직접 내레이션에 참여한 영상으로 시작된 이날 콘서트는 하나의 다큐멘터리와도 같았다. 대본이 따로 필요없는 현실남매의 생생한 증언도 공연의 큰 재미였다. 악동뮤지션이 성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가감 없이 털어놨다.
'일기' 콘셉트인 이번 공연은 음악, 무대, 연출까지 모두 남매의 리얼스토리로 꾸며졌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나이가 들어 집에 돌아와 지난 추억을 회상하기까지 시간순으로 배열됐다. "순수하지만 능수능란하고 싶다"는 멤버들의 바람처럼, 여러 장르를 다루면서도 악동뮤지션의 가장 원초적인 색은 공연에서도 빛났다. 그저 남매가 바라본 일상의 발견, 기쁨 슬픔의 감정을 조용히 마음에 저미는 식이다. 관객들 역시 기분좋은 에너지에 휘감겼다.
'생방송'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리얼리티' '못생긴 척' 등을 연이어 부를 때면 라이브 못지 않은 춤실력도 뽐냈고, '시간과 낙엽' '오랜 날 오랜 밤'을 부르며 진심을 전달하기도 했다. 여기에 '남매전쟁' 버전으로 개사한 'One Of A Kind'나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나만 안되는 연예' 등의 커버무대를 마련하기도 했다.
특히 남매의 청량하고 맑은 목소리는 듣는 재미의 역할에도 충실했다. 깔끔한 라이브 실력을 뽐낸 두 사람은 매우 개인적이면서도 공감을 꿰뚫는 노래들로 감정을 전달했다. 말하듯 노래하며 일기장을 써내려갔다. 작은 규모의 공연장을 택했기에, 멤버들의 작은 행동과 말, 숨소리까지 가까운 거리에서 감상하는 재미 또한 극대화됐다.
이날 콘서트에서 즐길 것은 음악 뿐만이 아니었다. 다양한 과거영상들과 페이크 다큐멘터리, 그리고 '만담뮤지션'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화려한 언변으로 예능적인 재미까지 더해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악동뮤지션의 이번 '일기장' 콘서트의 또 다른 재미는 매공연마다 콘셉트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23일 공연의 콘셉트는 '악뮤일기'로 악동뮤지션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로 꾸며졌지만, 이외에도 '찬혁일기', '수현일기'의 콘셉트를 준비해 매 공연마다 다른 이야기와 음악을 선보일 계획이다.
2013년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등장한 10대 남매가 어느덧 공연을 즐기는 뮤지션으로 성장했다. 공연은 남매의 진솔한 음악으로 가득 찼다. 과장되지 않은 정직함을 머금고 있으니 감정을 그대로 전달함에 있어 흐트러짐이 없다. 히트곡 무대로 반짝 환호를 이끌어내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남매가 진짜 자신들의 노래로 감동을 전달했다.
hero1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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