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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동극장이 오는 3월 1일부터 26일까지 판소리 음악극 '적벽'(연출 정호붕)을 선보인다.
판소리 '적벽가'는 소리꾼의 기량을 드러내는 척도로 여겨질 만큼 고난이도로 유명하다. 어려운 한자어와 특유의 스피드, 웅장한 소리로 섬세함과 에너지까지 겸비해야만 할 수 있다.
'적벽'은 판소리 특유의 난해한 소리의 특징을 서양 음악의 '합창'을 통해 해결한다. 판소리 합창으로 만들어낸 '적벽'의 소리는 판소리의 웅장하고 에너지 넘치는 소리를 유지하면서 '적벽'만의 독특한 음악성을 완성한다. 창자 한 명과 한 명의 고수로 진행되는 전통 판소리 공연 양식에서 벗어난 '판소리 합창'은 '적벽가'의 비장함을 스토리와 대사를 음악으로 듣는 뮤지컬처럼 청각화한다. 여기에 9인의 국악 연주팀 LEMI의 라이브 연주는 공연의 생동감을 높인다.
오직 부채 하나로 완성하는 장면 연출은 '적벽'의 백미다. 황금색과 붉은색의 부채는 접히고 펼쳐지며, 공중으로 던져졌다 떨어진다. 마치 마스게임처럼 부채를 든 배우들이 보여주는 집단적 군무는 강렬한 잔상을 남긴다. 특히 주유가 제갈공명이 불러온 동남풍에 맞춰 펼치는 화공(火攻) 장면은 부채의 곡선으로 화르르 타오르는 불길을 표현한다.
정호붕 연출은 "이번 무대에서 연기적 디테일을 더 살려 전달력을 높이고자 한다"며 "현대적인 춤과 연기, 그리고 음악과 합창을 통해 우리 판소리의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