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대사발과 배우발의 싸움이다.
김은숙 작가와 박지은 작가는 공통점이 꽤 많은 작가다. 두 사람 모두 로맨틱 코미디물에서 두각을 드러냈고, 집필한 작품마다 흥행에 성공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tvN 금토극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이하 도깨비)'와 SBS 수목극 '푸른바다의 전설'도 그렇다. 두 작품 모두 큰 인기와 화제를 모으며 방송되고 있다. 작품 구성을 봐도 전생에서의 인연이 현생까지 이어지며 스토리가 진행된다는 점, 도깨비 저승사자 인어 등 설화 속 판타지적 존재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김은숙 작가와 박지은 작가에 대한 평은 극명하게 갈린다. 두 작가의 특기가 현저히 다르기 때문이다.
김은숙 작가는 소위 말하는 '대사발'에 강한 작가다.
등장인물끼리 핑퐁게임처럼 차지게 대사를 주고받으며 극을 이끌어나가고, 이는 캐릭터 간 케미 상승 효과를 불러온다. '도깨비'에서도 도깨비 김신(공유)과 저승사자(이동욱)가 티격태격하면서도 미운 정을 쌓아가고, 김신과 류덕화(육성재, 비투비)가 톰과 제리 같은 깨알 케미를 뽐낸다.
'프린스 메이커'라는 별명답게 남자주인공 캐릭터에 모든 힘을 쏟는다는 것 또한 김 작가의 특징이다. 남자주인공에게 모든 판타지를 부여, 여심에 어필할 수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독특한 어투를 심어줘 그의 특색을 살려낸다. '시크릿가든'의 "김~수한무" 현빈, '신사의 품격' 장동건의 '~걸로'체, '태양의 후예' 송중기의 '~말입니다'체 등이 대표적인 예다.
'도깨비'의 김신 역시 '속절없이 설레는구나'라는 등의 고어체를 사용한다. 그의 고어체는 900년이 넘게 살아온 도깨비의 역사를 나타냄과 동시에 서정적이고 시적인 도깨비만의 감수성을 드러내는 효과를 낸다.
다만 '도깨비'는 김은숙 작가의 자기 반성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태양의 후예'에서 송중기를 불사신으로 만들며 개연성에 대한 힐난을 받았던 것과 달리 '도깨비'는 전생과 현생을 잇는 기묘한 인연을 쫀득하게 그려내며 큰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저승사자 류덕화 써니(유인나) 등의 전생은 무엇인지, 그 전생이 현생에서 어떠한 작용을 할 것인지를 미스터리하게 표현하는 한편 칼을 뽑으면 무로 돌아가는 도깨비의 기구한 운명이라는 설정을 더해 수수께끼같은 로코물을 만들어냈다.
남자주인공에게만 힘을 쏟았던 전작과 달리 이번 '도깨비'는 도깨비와 저승사자 뿐 아니라 류덕화 써니 삼신(이엘) 도깨비 신부(김고은) 등 모든 캐릭터에 고루 매력을 분포해 생명력을 더했다. 김 작가의 필력 덕분에 '도깨비'는 신비롭고 요상한 판타지마저 설득력을 갖게될 수 있었다. 오죽하면 '도깨비'의 결방에도 시청자들이 '우리가 시간을 맞추면 될 일'이라며 응원을 보내는 상황이다.
박지은 작가는 '배우발'에 강하다.
누구에게나 매력을 어필할 만한 매력적인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그들의 압도적인 케미에 힘입어 극을 살려내는 재주가 있다. '푸른바다의 전설' 역시 전지현과 이민호의 멜로 케미가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리며 시청률 상승 효과를 내고 있다.
박지은 작가는 특히 여자배우에게 힘을 실어주는 몇 안되는 작가로 유명한데, 한번 기용한 배우들과 꾸준히 호흡을 맞추며 그들의 장점을 극대화시킨다. 예능 작가 출신이라는 경력 때문인지 여배우를 사정없이 망가뜨리면서 웃음을 주고 화제를 불러모은다는 것도 박 작가의 특징이다. 김남주와는 '내조의 여왕', '역전의 여왕', '넝쿨째 굴러온 당신'까지 인연을 맺었고, 전지현과도 '별에서 온 그대'와 '푸른바다의 전설'에서 연달아 합을 맞추고 있다.
박 작가의 경우 자기 복제 성향이 강하기도 하다.
'여왕' 시리즈도 그랬지만 '푸른바다의 전설'은 그런 박지은 작가의 특색이 강하게 배여나온다. 전작 '별에서 온 그대'와 '푸른바다의 전설'은 외계인이 인어로 바뀌었을 뿐, 다른 설정에서의 차이점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계의 생명체와 지구인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리며 애틋함을 더하고 새드엔딩일지 해피엔딩일지 궁금증을 자극하는 매개체로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외계 생명체의 특이 능력을 겨냥한 악인들이 등장하고, 이들은 주인공들의 사랑을 탄탄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지만 그 역할을 다하면 개연성 없이 사라진다는 것도 같다.
그래서인지 '푸른바다의 전설'은 아쉬움이 꽤 많이 남는 작품이다. 전지현과 이민호의 호흡이 없었다면 이 정도의 파급력을 기대하기 어려웠을 듯 하다. 또 배우에게 표현의 자율성을 부여하지만, 그만큼 극의 얼개가 엉성하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보인다.
어쨌든 김은숙 작가와 박지은 작가 모두 '도깨비'와 '푸른바다의 전설'을 통해 독보적인 로코 작가라는 것을 입증했다. 두 사람의 차기작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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