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모델 정혁 "희극인의 꿈, 매소드 연기로 런웨이에 풀어내죠"

최정윤 기자

기사입력 2016-12-29 17:04 | 최종수정 2017-01-19 11:20



[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최정윤 기자] 모델 정혁을 만났다.

지금은 소셜네트워크의 발달로 누구나 손쉽게 타인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고,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때다. 어떤 이들은 SNS를 통해 셀럽 못지 않은 인기로 영향력을 떨치며 스타 등용문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렇듯 영향력 있는 개인, 인플루언서에 대한 관심은 마케팅 수단 또는 정보를 담은 하나의 콘텐츠로 주목받으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패션 트렌드의 중심에서 넘치는 끼와 재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모델은 큰 힘을 발휘하는 핫한 인플루언서로 손꼽힌다.

모델 정혁은 올해 데뷔 3년차를 맞았다. 남들보다 조금 늦게 출발했지만 개성 강한 얼굴과 유니크함으로 똘똘 뭉친 에티튜드로 업계의 수 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다. 정혁을 좀 더 가까이서 보고 싶다면 역시 SNS 채널을 활용하면 된다. 패션에 조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익숙한 얼굴. 인스타그램 속 정혁이 보여주는 세계에는 특유의 에너지와 개성이 가득 담겨 있다. 일부에서는 관종(관심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며 부정적인 시선을 던지기도 하지만, 오히려 정혁은 "관종. 싫지 않아요. 남과 다르다는 소리는 오히려 좋게 느껴지는 걸요?"라며 시원스레 웃어 보였다.

그의 모습을 찬찬히 들여다보자면 정형화된 모델의 '멋짐' 보다는 정혁만이 할 수 있는 '괴상한 멋짐'이 느껴진다. 모델로 인플루언서로 그리고 20대 청년으로 거침없는 매력을 발휘하는 그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요즘에는 학생 때부터 모델 일을 시작하는 친구들이 많다. 그에 비해 정혁은 데뷔가 느린 편인데, 모델이라는 직업을 꿈꾸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정확한 데뷔는 2015년 1월 11일이다. 에스팀에 들어오고 그해 3월 15 F/W 서울패션위크를 진행했다. 당시 나에게 주어진 쇼는 단 하나였다. 사실 다른 친구들처럼 오랫동안 모델을 꿈꿔왔던 건 아니다. 본래 꿈은 희극인이었고 실제 청소년 개그팀에서 활동한 적도 있다. (뜻밖의 이력이다. 희극인의 꿈은 어떻게 생겨났냐 물으니) 그냥 재미있지 않나. 어렸을 때는 형편이 좋지 않아서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했다. 다른 사람들이 그냥 웃고 지나칠 일에도 예민해지니 너무 슬프더라. 희극인을 꿈꾸며 남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면 나 또한 긍정적으로 변하고 행복했다. 군대 제대 후 곧바로 사회생활을 했다. 희극인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꿈틀거리기도 했지만 성인이 되니 현실적인 문제가 크더라. 유니클로에서 VMD 영업 매니저 등 가리지 않고 일을 했는데, 그때 주위에서 모델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많이들 얘기해줬다.


정혁X스노우

모델 정혁 인스타그램(@artistboy_)
-지금 정혁의 SNS만 보더라도 남들을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재주가 보인다. 희극인을 꿈꿨을 때나 지금이나 남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똑같은데.

좀 다른 루트이긴 하지만 좋게 풀렸다. 그때의 경험들이 지금 다양한 활동을 소화하는데 자양분으로 쓰이고 있어 운명으로 생각하고 있다.


-원래부터 패션에 관심이 있었나.

당시에는 살집도 좀 있는 편이라 스스로 멋있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평범하게 김영광 홍종현 이수혁 등 인기 있는 남자 모델들을 보며 마냥 멋있다고만 생각을 했다. 옷 입는 것은 좋아했지만 패션 브랜드나 디자이너에 대해 잘 알지는 못 했다.


17S/S 서울패션위크 컬렉션
(왼쪽부터)디그낙 카이 비욘드클로젯 키미제이

(왼쪽부터)로켓런치 블라디스 커스텀멜로우 비엔비트웰브
-지난 17 S/S 패션위크, 데뷔 4회만에 가장 많은 쇼에 선 남자 모델 순위에 꼽혔다.

총 13번의 쇼를 섰다. 기대를 안한데 비해 소화하기 힘들 정도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서 기뻤다. 스케줄이 겹쳐서 잘린 게 많은데 컨텍이 많이 됐던 걸로 알고 있다. 요즘은 키나 몸의 비율 등 피지컬보다 모델 개인의 개성을 선호하는 시대가 아닌가. 운 좋게 맞아떨어진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매번 쇼를 진행할 때마다 여유도 생기고 무드에 집중하며 흐름을 타는 스킬이 늘고 있다. 패션위크가 열린 DDP에서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이 알아봐 주셔서 못 움직일 정도였다. 유명한 모델 중 한 명이 된 것 같아서 좋았다.

-쇼에 오르기 전 특별히 연구하는 부분이 있는가?

흔히 배우들이 메소드 연기를 한다고 얘기하는데, 런웨이에 오르는 모델도 똑같은 것 같다. 짧은 시간이지만 쇼가 진행되는 동안의 딥(deep)한 분위기 속에 감정이입되어 연기하는 거다. 또 컬렉션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딥에도 종류가 있다. 메이크업과 착장 룩에 따라서도 마음가짐이 확연히 차이 난다. 예를 들어 17 S/S 같은 경우, 같은 불량아 콘셉트지만 로켓런치가 '나는 건방진 10대 반항아다' 라면 블라디스는 '한바탕 붙어보자' 이런 느낌이랄까. 그런 미묘한 차이가 있다. 쇼를 준비하는 기간에도 디자이너 선생님과 계속 상의하고, 워킹 하는 동안은 '여기서는 내가 짱이다'라고 곱씹으며 나의 모습 나이에 상관없이 변신하려고 노력한다. 빨리 캐치하고 해석하는 게 승부수다.

-정혁의 화보는 유난히 특이한 것들이 많다. 그것 역시 메소드 연기인가.

망가져야 잘 풀리더라고. 하하. 개성 있는 마스크 때문인지 아트워크적인 부분도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것 같고, 개인적으로 모델이라면 일반인들이 못해보는 콘셉트도 과감하게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억에 남는 작업은?) 최근 패션 트렌드 중 하나로 떠오른 젠더리스부터 옴 몸에 점액을 뿌린 에일리언 콘셉트가 있다. 해외 매거진에 소개되는 경우도 있었고. 그런 작업들이 좋더라.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방송화면
-전에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도 출연하지 않았나.

아니. 아직도 마리텔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 벌써 팔 개월 전이다. 그만큼 인상에 남았나 보다. 푸시버튼 박승건 디자이너 선생님이 모델 콘테스트가 한다기에 근처 놀러 갔다가 갑작스레 참여하게 됐다. 당시 내가 재미있게 잘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줬더니 다들 좋아하더라. 모델이니까 과감한 옷도 내 것처럼 소화해야 하고, 남들이 봤을 때 촌스러운 반짝이나 혹은 때밀이 수건 같더라도 아트로 만들어야 한다. 메소드 연기하듯 말이다.

-매체의 힘이 큰 것 같다.

느낀다. 방송 후 부쩍 불러주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아직도 회자 되는 걸 보면. 나도 그렇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가능성을 보기 전까지는 도전을 안 하지 않나. 방송이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 같다. (방송 일을 꾸준히 해보고 싶지 않은지?) 겁은 나지만 도전해보고 싶다. 스피치도 연습하고 다양한 정보도 많이 습득해두려 노력한다. 얼마 전에 점괘를 봤는데 귀인을 만나면 성공선이 열린다고 하더라. 어린 나이에 성공한다고 했으니 두고 봐야지. 하하.

dondante14@sportschosun.com 사진=이새 기자 06sej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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