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혜진 기자] 사극 장인과 사극 첫 발이 빚어낸 아련한 케미, 어쩐지 보내기 아쉽다.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SBS 월화극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이하 달의 연인)'가 지난 1일 20부를 끝으로 종영했다. 150억원 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라는 점과 눈을 즐겁게 하는 화려한 캐스팅의 조합으로 방영전부터 대단히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지만 경쟁작 KBS2 '구르미 그린 달빛'에 밀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신통치 않은 성적을 냈다. 초반 다소 산만한 이야기 구조와 얕고 어지러운 인물들의 관계, 그리고 연기력 미숙 등을 지적받으며 대중에 흡인력 있게 다가가지 못했다.
그러나 '달의 연인'은 절반인 10회를 기점으로 후반전을 치고 올라오며 두터운 팬층을 만들어냈다. 초반 여러 군데 흩어져 있던 감정선들이 왕소(이준기)와 해수(이지은)의 사랑 확인으로 스토리와 함께 한데로 모아지며 몰입감이 높아졌고 몇몇 배우들의 부자연스러운 연기 또한 점차 자연스러워져 재미와 감동을 만들어냈다. 인터넷 화제성 측면에서는 여타 드라마들에 밀리지 않으며 뜨거운 이슈거리가 되었고, 시청률도 점차 상승세를 탔다. 지난달 24, 25일 방송된 17회는 시청률 9.8%(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을 기록, 월화극 시청률 1위 자리에도 올랐다. 그리고 마지막회는 지난 방송분(9%)보다 2.3% 포인트 상승한 11.3%의 시청률을 기록,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한 것은 물론 월화극 1위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 중심에는 믿고 보는 배우 이준기가 있다. '일지매' '조선총잡이' '밤을 걷는 선비' 등 사극 연기에서 두각을 드러낸 바 있는 이준기는 '달의 연인'을 통해 그간 보여주지 않았던 가장 치명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극을 압도감 있게 이끌었다. 무겁고 진중하지만 이면에는 상처와 따뜻함 그리고 욕망 까지 지닌 복잡다난한 감정의 인물을 눈빛 연기와 힘있는 대사 전달력으로 납득시켰다. 초반 드라마가 중심을 잡지 못할 때에도 이준기의 연기는 시청자들을 유입하게 하는 힘이 됐으며 후반부엔 권력 다툼 속 점차 변해가는 인물을 공감가게 그렸다. 마지막회까지 그대로 이어진 그의 광기어린 눈물 연기는 '달의 연인'을 끝까지 보게 만든 이유였다.
이준기에 탄력을 받아서일까, 초반 연기력 논란으로 뭇매를 맞은 이지은 또한 빛을 발했다. 극 초반 이지은은 현대에서 고려로 타임슬립한 인물을 연기하며 어색한 화법, 과장된 몸짓 등으로 혹평을 받았다. 하지만 극중 해수가 힘든 사건들을 겪으며 성숙되고 성장해 나갈수록 이지은 또한 점차 진전된 연기를 펼쳐 보이며 몰임감을 더했다. 특히 자꾸만 예견되는 미래의 잔인한 피의 군주 왕소의 모습과 현재 피부로 느끼는 연인 왕소의 모습 사이 혼란을 느끼는 해수의 모습을 차분하게 표현했다.
이준기와 이지은, 초반에는 어울리지 않을 듯 우려가 많았던 커플이지만 이들의 케미는 러브라인을 정리한 후반부로 갈수록 숨겨놨던 포텐을 터뜨리며 가슴 아픈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자신의 상처를 구원해준 여자를 위해 목숨을 내걸었던 남자, 그를 따뜻하게 품었지만 의심 속에 결국 진심을 다하지 못했던 여자, 두 사람은 사랑을 확인하고 이뤄내고 또 죽음으로 이별하기까지 펼쳐진 매 순간의 감정들을 고스란히 전달했다. 수치적인 면, 질적인 면 모두 아쉬움이 남는 드라마지만 애청자들에게 두 사람의 가슴아픈 케미는 잊지 못할 깊은 여운을 남겼다.
gina1004@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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