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이러니 '톱'이다.
김혜수는 tvN 10주년 특별기획 '시그널'에서 베테랑 형사 수현 역을 맡고 있다. 강도 높은 액션 연기는 물론 신입을 냉철하게 훈련시키는 고참의 모습까지, 카리스마 형사 그 자체의 모습이다. 그런가하면 신입 여순경 시절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극중 해영(이제훈)과 미제 사건을 수사하던 중 등장한 과거 신에서 20대 신입 순경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정의감에 불타는 순수한 여순경의 모습은 현재와는 180도 다른 매력을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이처럼 믿고 보는 연기력으로 한 캐릭터의 현재와 과거를 자유자재로 그려내고 있는 김혜수이지만 가장 존재감이 빛났던 건 바로 19일 방송이다.
19일 방송된 '시그널'에서는 수현이 장기 미제 사건 피해자가 되는 모습이 그려졌다. 수현과 재한(조진웅)은 머리에 검정 비닐 봉지를 씌우고 온몸을 쌀 포대나 김장 비닐 등으로 싸맨 채 시체를 유기했던 과거의 두 엽기 미제 살인사건을 수사하게 됐다. 재한은 두 피해자가 우울한 성향을 지닌 여성이란 공통점을 발견했다. 이에 수현은 재한 몰래 홀로 밤길 수사에 나섰다 범인에게 납치됐다. 김혜수는 검정 비닐봉지가 씌워진채 양손을 결박당한 피해자의 공포를 소름끼치게 재연해냈다. 너무나 실감나는 연기에 시청자들 역시 이것이 허구의 이야기인지 실제 상황인지 분간되지 않을 정도의 극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제작진도 "김혜수가 피해자의 공포를 느끼기 위해 직접 봉투를 쓰고 극한의 공포를 느끼며 촬영에 임했다. 가장 고통스럽게 촬영한 에피소드였다"고 밝히기도.
이와 같은 김혜수의 프로 정신은 왜 김혜수가 톱 배우인지를 납득하게 만든다. 심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고통스럽고 공포스러운 상황인 만큼 대역을 써도 큰 무리는 없었을 터다. 얼굴도 보이지 않는 마당에 위험한 상황을 넘기고 다시 감정을 잡아도 시청자들을 속일 수 있었을 법 하다. 그러나 김혜수는 직접 캐릭터의 고통을 체험하면서 연기에 설득력을 더했다.
'시그널'은 과거로부터 걸려온 간절한 신호로 연결된 과거와 현재의 형사들이 오래된 미제 사건을 파헤친다는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20일 오후 8시 30분 10화 방송.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