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인터뷰②]`치인트` 지윤호 "6년 만에 받은 관심, 몸둘바 모르겠어요"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6-02-04 16:04 | 최종수정 2016-02-05 11:01

[포토] 배우 지윤호 인터뷰
tvN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에서 극 중 오영곤 역을 맡은 배우 지윤호를 만났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너무나 감사해요"

배우 지윤호(24)가 1시간 동안 이어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한 말이다. 시청률부터 화제성까지 모두 잡으며 '덕후몰이'를 하고 있는 tvN 월화극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에서 최고의 '밉상' 캐릭터 오영곤을 연기하는 그는 생전 처음 받아보는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에 몸둘바를 몰라 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지윤호는 이간질부터 스토킹까지 세상에 온갖 밉상짓을 다 하며 시청자의 복창을 터지게 만들던 '치인트' 속 오영곤과는 180도 달랐다. 허리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인사를 하며 인터뷰실로 들어선 그는 '어쩜 그렇게 연기를 잘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쑥스러운 얼굴로 '아직도 멀었다'며 손사래를 쳤다.

시청자에게는 신선한 얼굴이지만 사실 지윤호는 2011년 MBN 드라마 '갈수록 기세등등'으로 데뷔한 중고 신인이다. '스타 배우'를 꿈꾸며 연기를 시작했지만 지금 '오영곤'이라는 캐릭터로 자신을 알리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그는 긴 무명의 시간을 '내게 꼭 필요했던 시간'이라고 꼽았다. "내가 바로 떴다면 스타병 걸린 안하무인이 됐을 거다. 건방의 끝을 달렸을 거다"며 "바로 뜨지 못했기에 겸손해야 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에 대해 감사해 할 줄 아는 자세와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한 열정. 이것이 지윤호의 행보에 더욱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다.
오영곤
tvN '치즈인더트랩'

-가족이나 주변 지인들 반응은.

부모님이 정말 좋아하시죠. 제가 벌써 데뷔한 지 6년이나 됐는데, '우리 아들은 언제 잘되나'라며 걱정이 많으셨거든요. '치인트'를 하고 난 후에 주변 분들에게도 '아들 나오는 거 잘봤다'고 연락을 받으시니 뿌듯하신가 봐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데뷔 한지 벌써 6년차다. 연기를 포기하려고 한 적은 없나.

별의 별 생각을 다 해봤지만 결국 힘들어도 스스로 회복하고 이겨내려 했어요. 사실 힘든 일도 많았어요. 15년 동안 연예계에서 일하고 있는 매니저 형이 내게 '15년 동안 일하면서도 안 겪어본 일을 네가 다 겪었다'고 말했을 정도였죠. 데뷔를 주인공으로 했는데, 촬영이 진행되면서 작가님과 감독님이 바뀌면서 어느새 단역보다 더 분량이 줄었었고 굉장히 임팩트 있는 통신사 광고를 메인 모델로 촬영을 했었는데 상품에 문제가 생겨서 광고가 전파 한번 타지 못했던 적도 있어요. 그럴수록 더 오기가 생기더라구요. 지금 포기하고 다른 일을 하더라도 힘든 건 마찬가지라 생각했죠. 배우만 힘든 일이 아니잖아요. 모든 일이 똑같이 힘든 건데 배우하는 게 힘들다고 다른 일을 찾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치인트'를 통해 얻고 있는 시청자의 관심이 더욱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정말 정말 감사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이런 관심을 받아보는 게 처음이라서 얼떨떨하고 기쁘고 소중해요. 이 모든 게 지난 6년이라는 시간 덕분이라 생각해요. 힘든 시간이었지만 소중한 시간이기도 해요. 만약에 제가 일찍 유명해졌으면 굉장히 건방져 졌을 거에요. 제가 제 성격을 잘 알잖아요. 세상 물정 모르고 날뛰기만 하던 시절에 잘 됐더라면 정말 안하무인인 됐을 거예요. 6년이라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작은 관심도 소중하고 감사한 거라는 걸 알게 됐고 사람들과 진심으로 소통하는 법도 배우게 됐어요.

[포토] 지윤호
배우 지윤호.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일찍 잘 됐으면 건방져 졌을 거다'라고 스스로 인정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

제가 저를 잘 알잖아요. 예전에 저였으면 정말 그랬을 거예요. 일찍 잘됐으면 그게 제가 잘나서 그렇게 된 줄 알고 아마 지금쯤 승천하고 있을 거예요. 그런데 미끄러져보고 실패하면서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거죠. 제가 얼마나 우물 안의 개구리 같은 존재였는지, 얼마나 개미같이 하찮은 사람이었는지 알게 됐어요. 6년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사회 생활도 해보면서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연기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나.

어리바리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원래 성격이 좀 내성적이고 어리바리하거든요. 이왕 오영곤으로 악역을 한 김에 진짜 나쁜 조폭 건달 같은 역으로 '나쁜놈 끝판왕'을 딱 찍고 실제 성격과 비슷한 역을 해보고 싶어요.

-올해 가장 큰 목표는.

사투리를 고치는 거예요. 고향이 부산인데 억양에 사투리가 조금 남아있거든요 연기자로서 사투리는 꼭 고쳐야 된다고 생각해요.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교 2학년 때까지 혼자 살았는데 그때 당시에는 사람들이 제가 부산 사람인지 잘 모를 정도로 사투리를 잘 안 썼어요. 그런데 친누나랑 둘이 살게 되면서 사투리를 다시 쓰게 됐어요. 집에서는 누나랑 사투리를 쓰고 밖에서는 표준어를 쓰니까 괴리감이 생기잖아요. 그래서 최근에 누나랑 분가하기로 했어요.(웃음)

-롤모델이 있나.

하정우 선배님이에요. 정말 존경하는 배우에요. 하정우 선배님은 싸이코패스 연기를 할 때조차도 연민을 느끼게 하는 능력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아요. 또 하정우 선배님은 연기뿐만 아니라 TV에서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유머러스하면서도 능숙하세요. 그런 모습을 닮고 싶어요.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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