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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태닝을 7번이나 해도 뽀얗기만 하던 얼굴이 전남 고흥 촬영장에 내려간 지 이틀만에 새까매졌다. 순박한 바닷마을 소년이 되기 위한 준비는 이걸로 충분했다.
무대 위의 엑소 멤버 디오가 아닌 '배우'로 마주한 도경수는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잘생긴 얼굴은 더욱 입체감 있게 도드라졌고, 표정이 매우 풍부했다. 특히 울림이 큰 중저음의 목소리가 감미로웠다. 여기에 연기까지 잘하니 충무로 제작자들이 탐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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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사랑은 이뤄지지 않아서 더 아련한 법이다. 범실의 아픔은 관객의 마음까지 저리게 만든다. 영화의 절정을 이루는 이별 장면에선 캐릭터 안으로 쑥 들어가 어느새 하나가 돼버린 도경수를 발견하게 된다. "촬영 당시 등 뒤에서 팽팽한 고무줄이 저를 잡아당기는 느낌이었어요. 잠시 쉬고 싶을 만큼 숨이 벅찼죠. 감독님의 '컷' 소리가 들리자, 비로소 그 고무줄이 탁 끊어지더라고요. 순간 몸이 딱딱하게 굳어버렸어요. 스태프들이 몸을 주물러줘서 간신히 경직이 풀렸죠. 도경수와 범실이 완벽하게 교집합이 된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도경수는 "그 희열을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며 몸을 살짝 떨었다. 스스로 "연기 욕심이 많다"고도 했다. '순정'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묻자, 되려 자신의 연기가 만족스럽지 않은 장면을 떠올리며 두고두고 아쉬워했다. 욕심은 곧 열정이고, 열정은 반드시 노력으로 이어지는 법이다. 도경수의 성장판은 아직 열려 있다.
도경수가 신이 나서 수다스러워지는 모습도 봤다. 영화에서 함께한 친구들 얘기에 한껏 들떴다. 두세 살 어린 또래인 연준석, 이다윗, 주다영은 물론이고 여섯 살이나 어린 김소현과도 허물없이 어울렸다. 고흥에서 촬영하는 틈틈이 게임도 하고, 볼링장도 갔다. 남자 셋이서 술자리도 가졌다. "반바지 차림에 돌아다녀도 아무도 못 알아보던 걸요.(웃음) 지금은 가질 수 없는 자유로움을 조금이나마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일하러 간 거지만, 친구들과 여름방학을 함께 보냈다는 느낌이 더 커요."
다섯 친구들의 끈끈한 우정은 스크린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찧고 까불고 웃는 그들의 모습이 연기가 아니라 '리얼'이었나 보다. "우리 영화에 23년 후 성인 모습도 나오잖아요. 우리가 그 나이가 돼서, 선배님들이 하신 그 연기를 하게 된다면 어떨까 진짜 궁금해요. 아이의 성장 과정을 12년 동안 촬영한 '보이후드'처럼, 우리도 그렇게 또 만났으면 좋겠어요."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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