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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주원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린다. 수줍게 웃는 표정과 달리 눈빛도 살짝 초조한 기색이다. "나름 변화를 많이 시도한 작품인데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너무나 긴장되고 떨려요." 개봉 전 주원의 말은 기우였다. 아니면 괜한 엄살이었거나. 영화 '그놈이다'는 지난달 28일 개봉 이후 일주일째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깜짝 흥행몰이 중이다.
범죄 스릴러와 오컬트가 뒤섞된 독특한 장르. 주원은 "변화에 대한 갈망" 때문에 도전을 택했다. "언제까지나 20대 청년의 순수함과 풋풋함만 보여드릴 순 없잖아요. 30대를 앞두고 변화를 시도하고 싶었어요. 장우가 그 과정에 잘 맞는 캐릭터라 생각했죠."
주원은 외모부터 확 바꿨다. 태닝으로 피부를 검게 그을렸고 8kg을 찌웠다. 노동으로 다져진 생활 근육의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실내 암벽등반도 했다. "물론 노출은 없지만" 말이다. 심지어 영화 속 의상은 단 세벌밖에 없었단다. "외모를 신경 안 써도 되니까 무척 편했어요. 눈꼽 끼고 콧털 보여도 다 되는 인물이니까. 외모가 확 풀어진 것이 연기할 때 큰 도움이 됐어요. "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로 데뷔해 벌써 6년차. '오작교 형제들', '각시탈', '굿닥터', '용팔이' 등 출연 드라마를 모두 흥행시킨 '시청률의 제왕'. 상대적으로 성적이 저조했던 영화에서의 징크스를 이번 영화로 날려버리며, 원톱배우로서 티켓 파워까지 충전했다. "주인공이라 좋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던 것 같아요. 주인공의 부담과 책임에 대해선 크게 느끼고 있죠. 주인공이라 대우받는 만큼 실패에 대한 타격이 더 크잖아요. 부담되는 자리지만 견뎌야 하는 자리이기도 하죠."
주원은 모든 작품에서 사실상 원톱 주인공이었다. 필모그래피를 훑어보다가 '소년가장'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 얘기에 주원은 "푸핫" 웃음을 터뜨렸다. "한 작품 한 작품 애 쓰고 있다는 느낌, 또는 작품에 대한 절실함이나 애착을 봐주신 거 아닐까요?" 주원은 또 "오지랖"이라고도 설명했다. "주연이라 대우를 더 받는 만큼 챙겨야 할 것들이 늘어나요. 연출부가 놓친 부분이나, 다음 촬영에 챙겨야 할 것들, 때론 보조출연자 분들도 눈에 들어와요. '용팔이' 때였는데, 촬영이 한참 뒤인데도 보조출연자가 입에 호흡기를 물고 누워 계시더라고요. 연출부가 미처 못 챙긴 거죠. 그래서 제가 보조출연자 분을 쉬게 해드린 적도 있어요. 작품을 두루 살펴보는 여유가 생긴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오지랖인 것 같기도 해요.(웃음)"
이제 촬영장의 기둥 역할을 할 수 있을 만큼 주원은 큰 배우로 성장했다. 후배들에게 모범이 돼야 한다고 다짐하기도 한다. "그동안 선배들께 많이 의지했다면 이젠 제가 그런 존재가 돼야 할 텐데요. 그런데 워낙 살가운 편이라, 후배들 앞에서 이미지 관리하는 건 포기했어요. 그래서 요즘엔 후배들에게도 애교 부려요.(웃음)"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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