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천하] '네가 있어 내가 빛나' 최강의 웃음 케미 3쌍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무릇 예능천하를 읽지 않은 자와는 '무도'를 논할 수 없다,했다.' 지상파 채널은 물론, 신흥 세력으로 떠오른 종편과 케이블 채널까지 현대 예능은 춘추전국시대. 시청률 경쟁이 과열될수록 예능인들의 삶은 더 치열해지는 법. 난세가 영웅을 낳는다고 했던가. 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유재석,강호동,신동엽, 이경규,이휘재를 비롯해 신흥 예능 대세들에 이르기까지 흥망성쇠로 본 예능 영웅담을 펼쳐본다.

수어지교(水魚之交)란 말이 있다. 고기와 물의 관계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특별한 친구 사이를 지칭하는 사자성어. 특별한 우정을 나누며 서로를 더욱 빛나게 하는 이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말임이 아닐 수 없다. 소리 없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치열한 예능판에서도 이런 특별한 '수어지교' 같은 짝궁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몇 년이나 함께 목소리를 맞춰온 듀엣 가수처럼, 열렬히 사랑하는 연인 사이보다 더한 애정을 뽐내며 호흡을 맞추고 있는 예능인들. 물론 단독 진행으로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거물급 예능인들이지만 '친구'와 함께 하면서 열 곱절은 더 되는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 연인인 듯 연인 아닌 거물급 예능인들의 '찰떡궁합'은 가히 예능판을 뒤 흔들만 하다.

지금 예능판의 단 한명의 1인자를 꼽으려면 열의 아홉 사람은 유재석의 이름을 외칠 거다. 진행이면 진행 인성이면 인성, 그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그가 '국민MC'라고 불리기 시작한 건 이미 오래된 일. 하지만 예능계의 유일무이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그에게 '1인자'라는 타이틀을 달아준 사람은 바로 자신을 2인자로 칭하며 유재석의 오른편을 단단히 버티고 있는 박명수다.

10년간 호흡을 맞추고 있는 국민 예능 MBC '무한도전'과 KBS2 '해피투게더'에 함께 출연하고 있는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검고 흰 바둑돌이 떠오른다. 타고난 성품과 게스트를 먼저 생각하는 진행 방식을 선보이는 유재석의 하얀색 바둑돌이라면 불같은 성격과 남보다는 '나' 위주의 진행을 선호하는 박명수는 검은돌이라 하겠다. 두 사람의 진행 색깔이 다를 뿐 누가 맞고 틀리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악마의 아들'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강한 예능 스타일을 선보이는 박명수 덕에 유재석의 차분하고 선(善)한 예능 스타일이 더욱 빛을 발하고, 유재석의 깔끔한 정리와 리액션 덕에 박명수의 시도 때도 없이 치고나오는 애드리브가 큰 웃음이 될 수 있는 것. 그 누구보다 오랜 시간 곁에 있는 두 사람은 그야말로 '아-어-이-다'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다.

아우 같은 형 신동엽과 형 같은 아우 성시경도 예능계에서 돋보이는 조합이다. 신동엽과 성시경의 조합은 두 사람이 계사년(계사년·2013년) JTBC '마녀사냥'에서 진행 호흡을 맞고 본격적으로 빛났다. 시도 때도 없이 '야드립'을 시전하는 국내 19금 토크의 1인자 신동엽과 연애고수다운 촌철살인 조언부터 신동엽 못지 않은 수위를 넘나드는 토크를 선보이는 성시경은 '마녀사냥'을 인기 예능 프로그램 반열에 올려놓는데 한 몫 했다. 이들의 방송을 보고 있노라면 방송 카메라 다 치우고 이들이 나누는 순도 100%의 '야한 얘기'가 듣고 싶어 못견딜 지경이다. 사석에서도 같이 자리를 자주 마련한다는 '애주가'인 이들의 19금 토크쇼 최적화 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 일지도 모르겠다.

이들의 호흡은 19금 예능 프로그램에서 쿡방까지 이어졌다. 올리브 '오늘 뭐 먹지?'에서 또 다른 호흡을 맞추고 있는 것. 요리까지 잘하는 성시경은 보기만해도 어설픈 신동엽의 요리 실력을 수시로 '디스'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신동엽은 기죽기는 커녕 '성시경 씨 할일 없을까봐 그러는 거예요' '이렇게 하면 안된다는 걸 보여드리는 겁니다'라며 뻔뻔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것이 신동엽을 놀리는 성시경이 마냥 얄밉지 만도, 성시경에게 놀림을 당하는 신동엽이 마냥 안쓰럽지도 않은 이유다. 이런 두 사람의 톰과 제리같은 관계가 묘한 균형을 유지하며 프로그램의 맛을 살려준다.

유재석-박명수, 신동엽-성시경 보다 짧은 시간 호흡을 맞췄지만 가장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조합이 있다. 정형돈과 김성주다. 지난해 부터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호흡을 맞추기 시작한 정형돈과 김성주는 고작 2년의 호흡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쿵짝'을 선보인다. 새 프로그램이 선보일 때 으레 진행하는 제작발표회도 열지 않고 시작했을 정도로 '기대작'이 아니었던 프로그램인 '냉장고를 부탁해'가 지상파와 비지상파를 통틀어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두 MC의 '미친 호흡'이 가장 큰 몫을 차지했다.

전문 방송인이 아닌 셰프 8명의 예능감을 최대로 끌어올리며 '쿡방'에 맛깔나는 조미료를 첨가했다. 회를 거듭할수록 스포츠 중계에 강한 김성주의 긴박감 넘치는 15분 요리 중계와 출연자들의 특징을 잘 잡아내어 캐릭터를 살려주는 정형돈의 진행 실력은 찰떡 궁합을 자랑하며 방송의 매끄러운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 예능계 新4대 천왕으로 꼽히고 있는 이들을 현재 가장 핫한 예능 콤비라고 불러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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