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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가 들어가야 좋은 작품? 동물 제목 선호하는 충무로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5-08-20 05:59



[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영화 제목에는 여러가지 상징이 난무한다. 특히 동물에 비유한 제목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나 '거북이 달린다' '박쥐' '펜트하우스 코끼리' '킹콩을 들다' 등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동물에 비유해 제목으로 풀어낸 경우가 잦다. 그중 많이 활용되는 동물이 바로 '돼지'다.

2011년 관객과 평단에 호평을 받았던 '돼지의 왕'은 중학교 아이들의 폭력적인 먹이사슬을 통해사회의 부조리함을 애니메이션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여기서 '돼지'는 힘과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복종하고 철저하게 군림 당하는 주인공들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부조리한 현실을 순응하고 침묵하는 수동적인 캐릭터로 나타난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2003년 작품 '붉은 돼지'는 돼지로 변한 파일럿, 프로코 롯소의 모험담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애국심을 가지고 전쟁에 참여했지만 전우들이 죽고 자기만 살아남은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스스로 돼지가 된 인물이 등장한다. '붉은 돼지' 속 '돼지'는 파시즘에 신물을 내며 국가에 종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하늘을 날며 살아가는 자유롭고 당찬 신념을 가진 캐릭터를 나타낸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96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의 '돼지'가 있다. 홍상수 감독의 데뷔작으로 그 해 영화제 신인감독상 수상, 한국 영화계는 물론 해외에서도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이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은 우물에 빠진 돼지처럼 탈출구 없는 인생을 사는 도시인들의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영화 속 '돼지'는 이미 정해진 운명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단상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 달 10일 개봉하는 '바람 피기 좋은 날' '행복한 장의사' 장문일 감독의 신작도 '돼지'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어촌 로맨스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돼지 같은 여자'가 바로 그것이다. '돼지 같은 여자'는 바닷마을 유일의 총각 '준섭'을 두고 무공해 처녀 3인이 벌이는 총각 쟁탈전을 그린 유쾌한 어촌 로맨스로 제목만으로도 벌써부터 관객들의 기대와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돼지 같은 여자' 속 '돼지'는 우리에게 복을 가져다 주고,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모든 것을 바쳐 생활에 보탬이 되는 긍정적인 의미의 동물로 등장한다. 사랑도 가족도 모두 지키려는 주인공 재화(황정음)와 동일시 되고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돼지에게는 좋은 의미와 나쁜 의미를 동시에 부여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돼지의 왕'에서는 부조리함을 상징했지만 '돼지 같은 여자'에서는 생활에 보탬이 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 때문에 돼지를 활용한 제목이 많이 등장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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