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톱모델 이영진의 패션인] 서울이 사랑하는 디자이너 로우 클래식 이명신

배선영 기자

기사입력 2015-06-15 07:59


K-드라마, K-무비, K-팝에 이어 이제 전 세계가 K-패션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모델은 물론, 디자이너들의 팬덤이 형성되는 등 패션을 바라보는 시선은 들떠있다. 화려함만큼이나 치열함이 공존하고, 창의력만큼이나 지구력도 요하는 세상이 패션계다. 패션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하는 독자들을 위해 스포츠조선은 톱모델 겸 배우 이영진과 마주 앉았다. 2015년 '떡국열차'를 시작으로 또 다른 자신을 내어놓는 것에 주저 없는 이영진이 그의 패션인을 더 넓은 세계로 초대하기로 마음먹었다. '톱모델 이영진의 패션인', 다섯 번째 주자는 서울이 사랑하는 디자이너 로우 클래식의 이명신이다.

'톱모델 이영진의 패션인' 다섯 번째 인터뷰, 이명신


이영진과 이명신 디자이너(왼쪽부터)가 함께 인터뷰 사진을 촬영 중이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한류의 전세계적 유행으로 서울 여자들이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그 여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로컬 브랜드가 바로 디자이너 이명신의 로우 클래식이다. 서울이 사랑하는 디자이너는 어쩌면 당연하게도 지극히 서울스러웠다. 행복한 미소 속에 고민이 담겨있고, 천진한 표정 가운데 묘한 그늘이 공존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옷도 서울을 닮았다. 다정하면서 새침하고 사려깊고 모던한 것 말이다.

사실 이날의 인터뷰는 느지막한 오후에 예정돼 있었으나, 이영진은 "같이 점심 먹자"라며 이명신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녀는 곧장 가로수길로 도착했다. 서울의 패션을 이끌어 가는 모델과 디자이너는 한 낮에 만나 저녁이 가까워질 때 까지 한참을 까르륵 거리다가 때로는 한숨을 내뱉었다. 그녀들의 웃음도 그녀들의 고민도 모두 오늘날 서울 그 자체였다.


이영진과 이명신 디자이너(왼쪽부터)가 함께 '톱모델 이영진의 패션인' 인터뷰 사진을 촬영 중이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이영진(이하 이)-한 잡지에서 이명신이 고(故) 앙드레김에 이어 가장 서울다운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 2위에 뽑힌 것을 본 적이 있어요.

이명신(이하 명):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공부했죠. 스스로도 서울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항상 컬렉션 주제로도 서울 여자나 서울에 관련된 것이나 그런 분위기를 넣곤 했죠. 제가 잘 알고 있는 도시의 느낌이니까요.

이-그런데, 지난 번 컬렉션 주제는 아메리칸 드림이었어요? .

명 : 그 역시도 서울의 정서였어요. 미국 사람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말하지는 않으니까요. 일탈을 꿈꾸고 싶은 서울 소녀의 정서랄까요?

이-그렇다면 디자이너 이명신이 생각하는 가장 서울 다운 것, 그들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명: 제가 생각하는 서울이란, 일단 지극히 도시적이에요. 빠르고 소비성이 있죠. 어떤 도시 사람들보다 패셔너블하기도 하고요. 취향도 생갭다 다채로워요. 그러다보니 새로 시작하는 디자이너들이 참 많은데 은근히 다 소비되고 있죠.

이-그런 한편, 서울의 빠르다는 면 덕분에 SPA 브랜드가 빠르게 확산됐어요. SPA 브랜드가 점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그런 서울에서 로우 클래식이 지향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명 : 저 역시도 SPA 브랜드를 좋아해요. 그렇지만 SPA는 어떤 나라에 가도 있는 옷이죠. 하지만 로우 클래식은 한국인의 정서를 잘 알고 담고 있는 옷이라는 점이 확실히 다르죠. 전 여행을 참 좋아하는데, 여행을 가면 그 나라 브랜드의 옷을 꼭 사요. 가격도 가장 좋고, 무엇보다 그 나라에서만 살 수 있는 옷이니까요. 어떤 이들이 한국에 와서 사고 싶고 살 수 있는 한국다운 옷이 로우 클래식이 되길 바라요. 한국하면 상징적인 브랜드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도 생각하고요.

이-로우 클래식은 건국대 의상학과 출신이 만든 브랜드에요. 함께 브랜드를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고, 브랜드 이름의 유래도 궁금해요.

명 : 시작은 다섯이었어요. 같은 의상학과 출신으로 항상 같이 다니며 감정을 교류했죠. 처음에는 소비자 입장에서 '이런 브랜드가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많이 했고, 한국 디자이너의 브랜드를 찾아다니기도 했어요. 그렇게 늘 같이 다니다 몇몇은 취직을 하고 취직이 안 된 나머지 셋이 브랜드를 시작했어요. 그러다 현재는 한 명이 유학을 가서 두 명이 남았죠. 로우 클래식은 같이 떠들면서 우리가 아는 영어 단어 안에서 지은 이름이에요(웃음).

이-브랜드 명의 뜻은 뭔가요?

명 :클래식한 것이 좋았고, 그러면서 위트 있는 느낌을 갖는 이름. 클래식하면 흔히 노블하다고 여기고 또 재미는 없잖아요.



이-로우 클래식을 처음 들었을 때, 뭔가 대중이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클래식에 가까운 느낌이 났어요. 참, 원래는 미술을 공부했다고요?

명 : 언니도 미술, 조소를 하고 있었는데 그 작업을 보면서 저 역시 예술적 감성을 발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렇지만 막연하게 사람들에게 쓰임을 얻지 못하는 것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됐어요. 그러다 디자인 쪽으로 가게 됐고 그렇게 패션을 하게 됐죠.


가로수길에 위치한 로우 클래식 매장에서의 디자이너 이명신.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이- 로우 클래식은 세컨 브랜드도 있어요. 로클이죠?

명 : 로우 클래식을 끌어오면서 디자이너의 성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더 가볍게 '이런 거 입고 싶잖아?'에서 출발한 브랜드였는데, 하다보니 욕심에 또 컬렉션 라인을 시작하다보니 한국에 없는 감성을 끌어내고 또 위치를 찾고자 하게 됐어요. 점점 어려워진 거죠.

이-로우 클래식에서 시작했는데 하이 클래식이 된 거군요(웃음).

명 : 그렇죠. 그러다보니 타깃층이 좁아진 느낌도 들고요. 원래 우리가 하고자 했던 쉽고 밝은 느낌의 브랜드를 가져가야 되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있었어요. 그렇게 시작된 로클이에요.

이-로우 키즈라는 아동복 라인도 있어요.

명 : 사실 로우 키즈는 조용히 시작한 것인데 반응이 생갭다 강해서 놀랐어요.

이-남 모르게 시작했다고 하지만 너무 예뻤다고요! 모를 수가 없었어요.

명 :시작은 재능 기부였어요. 제가 매년 기부를 조금씩 해왔는데 색다른 방식으로 해보고자 한 거죠. 룩북 촬영도 다들 재능기부로 해주셨고, 그렇게 뜻을 모아 수익금을 기부하려고 시작한 거죠.

이-내가 아는 이명신은 참 착한 '사람'이에요.

명 : 어렸을 때부터 보고 자란 엄마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어머니가 항상 집으로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데려와 식사를 대접하곤 했어요. 어린 마음에는 모르는 분들이 오시는 게 싫었어요. 그런데 제가 자라 바쁘게 일 하며 살다보니 어느 순간 회의감이 들더라고요. 특히 패션 자체가 소비성이 짙고 또 환경을 해치는 비지니스이기도 하고요. 그런 곳에서 오는 회의감을 지금 기부로 풀고 있어요 .

이-너무나 공감하는 게 저 역시 엄마가 어렸을 때 병든 동물을 치료하고 보살피고 유기견 봉사하시는 것이 그렇게 싫었어요. 그런데 자라서 제가 그걸 하고 있죠(웃음). 이상해요, 참. 나중에는 로우 펫도 하는 것은 어때요? 크림이(이영진의 반려견)가 모델을 하면 되니까요! 참, 아동복 수익금은 전액 기부인가요?

명 : 사실 수익금이 목표액에 차지 않아 더 보태 기부하고 있어요. 앞으로 아동복을 계속 할지는 모르겠으나 기부 등의 활동은 계속 할 것 같아요. 참, 그런데 키즈 라인이 생갭다 어렵더라고요. 아이들은 얼굴이 크잖아요. 목의 비율이 달라 목 둘레부터가 달라요. 또 어머니들이 꼼꼼하니까 소재나 마감도 더 민감하게 신경써야 하고요.


디자이너 이명신이 로우 클래식 매장에서 촬영 중이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이-그렇게 브랜드가 여러 방향으로 확장되고 뻗어나가고 이제는 로우 클래식에서 확고한 위치를 점한 것 같아요. 특히 20대가 가장 환호하는 브랜드죠. 그런 디자이너에게도 고민이 있나요?

명 : 있죠. 정말 많아요. 언젠가부터 한국에서 시작하는 디자이너가 엄청나게 많아졌더라고요. 전국 대학에도 의상학과들이 지나치게 많아요. 그런데 그 디자이너들을 다 수용할 만큼의 소비자가 있는 나라가 아닌데 말이죠. 예전에는 다들 기업에 취직하려고 했는데 이제는 웬만하면 자기 브랜드를 내고 싶어하는 분위기 같아요. 아무래도 성공 사례들이 있으니까요.

이-사실 이명신 디자이너가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같이 대중 매체에서 로컬 디자이너들을 많이 다뤘는데, 지금은 그런 것들도 많이 사라졌어요. 그래서 지금 자기 브랜드를 내려고 하는 이들은 늦은 감이 있지 않을까요?

명 :물론 디자이너 브랜드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늘긴 했어요. 백화점 브랜드가 아닌 또 다른 브랜드가 있다는 것을 인지는 했으니까요. 하지만 패션 자체가 가진 특성, 소비성과 빠른 것, 트렌드들이 과연 나라는 사람과 잘 맞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커요. 저는 느리게 살고 싶은 사람이거든요. 또 환경이나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관심도 크고요. 그런 면에서 더 좋은 것을 제시하려면 더 노력하고 더 열심히 일해야 하는데 그러자면 제 개인의 인생을 또 포기해야 한다는 것도 고민 중 하나에요. 또 하나 더 덧붙이자면 카피가 너무 많아요. 회의감이 들죠.

이-로우 클래식이 특히 20대에 인기가 많다보니 카피를 유독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디자이너로서는 꽤나 좌절스러운 문제일 거라 생각해요.

명 : 컬렉션은 항상 시즌에 앞서 선보이기에 옷이 시장에 나올 무렵이면 어떤 매장에도 카피들이 깔려있어요. 심지어 파리와 도쿄에서 제 옷 카피를 발견한 적도 있어요. 디자이너들이 매 시즌 다른 컬렉션을 선보이게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 그 노력 끝에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만들게 되는데, 카피가 나오면 힘이 빠지죠. 심지어 제 옷을 사간 다음, 일주일 만에 환불하기도 해요. 모두 카피를 위해서죠.

이-하지만 로우 클래식은 너무 귀한 브랜드에요. 생각을 바꿔보는 것으로 고민을 해결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래 입는 친환경 옷이라거나 다음 시즌에서 디자인 자체에 변화가 아니라 퀄리티의 변화를 꾀하는 것 정도요.

명 : 현재가 과도기인 것 같긴 해요. 사실 지난 2015 S/S에서는 오래 입을 수 있는 고급 핸드 메이드를 시도해봤어요.

이-참, 서울이 사랑하는 디자이너 이명신의 뮤즈는 누구인지 궁금해요.

명 : 주변 사람들이에요. 영진 언니가 될 수도 있어요. 이렇게 만나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영향을 미쳐요.

이-앞으로의 계획은요?

명 : 1년 동안 여행을 다니고 싶어요.


배선영기자 sypo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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