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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하 개훔방)은 올 초 '갑의 횡포'라는 이슈를 선점해 충무로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덕분에 재개봉이라는 '행운'(?)을 얻었지만 성적표는 처참했다. 재개봉 후 최종 관객수는 30만 5544명이 됐다. "스크린 독과점의 폐해로 관객이 못들어온다" "스크린만 많이 잡으면 흥행할 것"이라는 등의 주장이 무색한 성적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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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훔방'에 대해 CGV측은 '마이 리틀 빅히어로'(26만) '아빠를 빌려드립니다'(25만)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23만) 등 3작품을 유사작품으로 보고 25만명의 관객을 예측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내용배우감독 면에서는 비교 작품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시즌 규모, 즉 개봉 시기의 관객 상황에서는 지난 해 11월 개봉한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보다는 좋은 상황에서 개봉했지만 2013년 1월 개봉한 '마이 리틀 빅히어로'나 2010년 1월에 개봉한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와는 같은 점수를 받았다. 문제는 개봉 시기 경쟁 상황이었다. 당시 이미 '국제시장' '상의원' '기술자들' '숲속으로'가 개봉한 상황이었고 '테이큰3'과는 하루 차이로 개봉했다. 덕분에 비교 3작품보다 많이 낮은 점수를 받았다. 그리고 예상 관객은 25만이 됐다. 실제 30만 관객이 들었으니 예측치와 그리 많이 빗나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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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다양성 문제에 중심을 두면 이같은 계산 방식은 의미가 없다. 영화가 대중문화라는 측면에서 다양성 문제를 간과할 수는 없기는 하다. 배우 정우성은 예전 인터뷰에서 "돈이 많이 들어간 메이저 영화와 소규모 자본으로 진행된 마이너 영화의 구분이 확실해져야 시장이 안정될 것 같다. 지금처럼 메이저 영화와 마이너 영화를 무조건 같은 극장 시스템에서 경쟁을 시키니까 마이너 영화가 묻히는 상황이 계속 나오는 것 같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양성 영화들을 보여줄 수 있는 극장 시스템이 좀 더 많아져야 한다는 의미다. 이제 '갑의 횡포'를 무기로 극장을 제압하려면 좀 더 새로운 논리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