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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협회장님, 게임인사이트의 최호경 기자입니다.
글로벌 비즈니스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제 많은 해외의 퍼블리셔들이 한국의 게임들 보다 중국의 게임들을 찾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전히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게임들이 선전하고 있지만, 현 상황을 보면 낙관하고 있다가 보다 큰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도 느껴집니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사행성' '중독' 등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게임산업은 가능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시장의 큰 부분을 해외 게임사들에게 내어주고 있습니다. 업계에 오래 계셨기에 이미 많은 부분을 알고 계시리라 생각되지만, 현직 기자로서 협회장님께 몇 말씀 드리고자 편지를 적게 되었습니다.
먼저 취임식과 함께 지스타 부산 개최가 향후 2년간 확정되었습니다. 결과에 대해 말씀을 드리는 것은 아니지만 과정이 다소 아쉬운 것은 사실입니다. 이미 실무진들에 의해 대부분의 내용들이 결정된 상태라 기자간담회에서 협회장님은 이에 대해 코멘트 하기 쉽지 않았을 것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취임사를 통해 '소통'의 중요성을 언급하셨지만, 결과적으로 취임 이후 첫 행보에서 일방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최소한 '결정이 이러했지만 앞으로 어떤 부분을 보완하겠다' '성남시가 준비를 했지만 부산시에 비해 아직 어떠한 부분에서는 부족했다' '부산시에서 향후 이런 부분을 약속했다' 등의 협회장님으로서 결정의 중심이 되는 멘트 정도는 해주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취임사 부분은 많은 부분을 공감할 수 있었고, 업계에 몸담았던 경험을 녹여 좋은 내용을 많이 주셨습니다. '자율규제', '진흥대책', '협회의 외연 확대'라는 큰 목표를 제시하셨고 어떤 부분이 필요하고 해나가야 할지도 아마 이해하고 계시리라 판단됩니다.
행사장에서 잠깐 말씀드리기도 했지만 우선 업계의 의견과 방향성을 한 곳으로 모아줄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과거부터 많은 협회장님이 항상 언급하셨지만 가장 미흡했던 부분입니다. 의견이 하나로 모이지 못하면 협회에서 아무리 좋은 목표와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입니다.
'업계의 많은 분들이 지지해주기로 했다' 보다는 '어떤 목표와 비전을 제시해 함께 하겠다'가 조금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협회장님으로서의 리더십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의 많은 이들이 위기라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취임 직후 많은 부분의 부담과 짐을 얻어드리고 싶지 않지만 현재의 상황이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단순히 해외의 자본이 유입되고 국내 게임사들의 점유율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는 부분 보다, 능력 있고 유능한 젊은 청년들이 산업으로 진입을 꺼려하고 현직 개발자들은 현실에 눌려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들에 보다 관심을 가지고 근본적인 타개책을 마련해야 할 것 입니다.
취임식이 웃으면서 가볍게 인사하며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가 되지 못하고, 현재 산업의 문제를 언급하고 향후 협회와 산업의 미래를 무거운 주제로 고민했던 이유도 그래서였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협회장님, 2년의 시간은 말씀하신대로 상당히 짧은 시간입니다. 중장기적 비전도 좋지만 결정을 요하는 시급한 현안들이 있습니다. 많은 것을 준비하고 결정하기 위해 조심스럽고 느려지는 협회가 아닌, 단 몇 가지라도 확실한 목표와 비전을 전해줄 수 있는 협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 2년간 게임 산업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최호경 게임인사이트 기자 press@gam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