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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여섯 김우빈에겐 감사할 사람이 많다

김겨울 기자

기사입력 2014-12-25 10:47


김우빈, 사진제공=싸이더스HQ

지난해였다. 김우빈이 '상속자들'로 큰 인기를 끌 때, 관계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김은숙 작가가 김우빈을 굉장히 좋아하나보다. 이 뜻은 김우빈의 캐릭터가 매력적이게 그려진다는 뜻이다. 이에 한 관계자는 이런 말을 들려줬다. "김우빈의 연기는 브라운관으로만 보면 안된다. 그의 연기는 글(시나리오)을 보고, 화면을 보면 뚜렷하게 알 수 있다. 캐릭터가 멋진 것도 있지만, 김우빈의 시나리오 분석력이 좋다. 젊은 배우답지 않은 해석력, 본인이 장면을 압도할 수 있는 해석력이 있는 배우다." 극찬이었다. 그 차이를 알아보고자, '상속자들'의 대본을 구했다. 그리고 김우빈의 연기를 다시 보게 됐다.

그리고 1년 후에 김우빈은 새내기 스타에서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스크린 스타로 발돋움했다. 김우빈은 두 번째 주연 영화 '기술자들'의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가졌다. "시간이 후다닥 지나간 느낌이 있다. 그래서 부담감도 있고, 책임감도 크다. 갑자기 많은 분들이 일을 맡겨주니까. 그 기대에 부흥하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는데, 아주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 김우빈의 말은 기자에게 하는 말이지만, 스스로에게 하는 말같이 들리기도 했다.

그리곤 "'기술자들'에서 그 인물처럼 보였으면 좋겠다. 지혁이처럼 말이다. 실제 있을 법한 인물 말이다. 감독에게 허락을 받아서 싸움을 못하는 설정으로 그렸다. 금고털이범인데도 모든 것을 잘하는 게 너무 영화적 캐릭터 같아서. 싸우는 장면을 살펴보면 휘두르기만 하고, 휘두르는 것도 헛방망이 질을 한다"고 설명했다.

주연배우로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묻자, 김우빈은 "지혁의 감정선대로 흘러가긴 하지만, 좀 더 전체를 보려고 했다. 씬 순서대로 촬영을 하진 않기 때문에 헷갈리거나, 촬영 분위기 때문에 깊이 갈 때도 있다. 그럴 때 내 마음을 제어한다. 깊이갔다는 느낌이 들면, 한 발 떨어져서 보려고 한다"고 답했다. 전체 그림을 볼 줄 아는 여유가 있는 그다.

고작 스물 여섯살, 데뷔 기간도 길지 않다. 게다가 모델 출신으로 시작한 김우빈의 과거가 궁금했다. "부모님께 감사하다. 처음에 모델 일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 어느 누구보다 가장 많이 응원해준 분들이다. 지방에서 자랐고,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성격도 내성적인 편이었다. 그것도 장남이었고, 공부를 아예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중학교 1학년, 14살밖에 안됐는데, 뭘 믿고, 뭘 보고 응원해주셨는지. 평범하고 바르게 살아온 분들이라 연예계라는 길을 선택한다고 했을 때, 쉽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부모님 이야기를 하면서 김우빈의 목소리는 잠겨들어갔다. "어머니가 어릴 때 대학을 너무 가고 싶었다고 하더라.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갈 수 없었는데, 그게 한이 됐다더라. 그래서 내게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인생은 한 번 사는 것이니 무슨 일이나 열심히 하면 된다'고 했다.


그렇게 모델이 된 후, 연기자가 되고 싶었다. "모델 선배들의 덕을 보고 있다. 선배들이 연기자로 전향할 때는 힘들고, 선입견도 컸다고 안다. 선배들이 길을 잘 닦아줘서 조금 더 수월하고, 안미끄러지고, 걸을 수 있는 것 같다. 누를 안끼치고 싶은 생각이다." 그리곤 "연기 수업이 너무 재밌었다. 아무 것도 없는 무에서 하나하나 채워가는 게 참 행복하더라. 연기 선생님한테 '숙제 더 내주세요'라고 졸라서 고민해서 가고, 혼나면 수정을 다시 하고, 그래도 또 혼났다. 하하. 이런 시간들이 너무 소중했다. 난 누가봐도 벼락스타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나 빠른 시간에 사랑을 받기때문에 나는 내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됐다"고 말했다.

문득 지난 17일 청룡영화상에서 인기스타상을 받고 눈시울이 붉어졌던 김우빈이 떠올랐다. "그랬나? 무대 위에서 주목받는 게 그럴 수도 있다. 너무 대단한 선배들도 많으신데, 그런 자리에서 상을 받는다는 게 울컥했나보다." 이정재와 듀엣 시상이 여성 팬들을 설레게 했다고 하자, 김우빈은 "어릴 때부터 동경해 온 선배다. 어떤 분이 '여배우랑 시상하고 싶지 않았나'라고 묻지만, 이정재 선배랑 할 수 있다는 게 내가 더 설레였다 선배에게도 감사하고, 개인적으로 좋았다"며 웃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김우빈에게 나오는 에너지는 '감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에게 감사, 모델 출신 선배들에게 감사, 또 함께 출연한 배우들에게 감사, 팬들과 관객들에게 감사 등 끝도 없이 감사 릴레이기아 이어졌다. 이토록 자신의 삶에 감사할 줄 안다면 연기를 어찌 설렁설렁 할 수 있을까. 그의 이 마음이 10년 20년 30년 변치않기를.

보너스 인터뷰

-크리스마스 때 뭘 하나?

'기술자들' 무대인사가 24,25,26,27,28까지 있고, 1월에도 무대인사가 잡혔다. 감사한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해피 크리스마스가 될 듯.

-드라마보다 영화에 집중했다. 이종석과 '절친'이자 비교도 많은 상대인데, 출연하는 드라마 모니터는 해주는지.

라이벌이란 말이 불편하다. 모델 일 때부터 선배고, 나보다 훨씬 먼저 시작했다. 선배다. 하하. 내가 많이 배운다. 오히려 라이벌이라기보다 친구가 맞지 않을까. 종석이가 출연하는 '피노키오'는 잘 본다. 거기 나오는 네 명 다 패밀리가 같은 사람들이다. 알고보니까 더 재밌다. 아는 사람만 아는 그런 것. 하하.

-크리스마스 카드 부탁한다.


사진=스포츠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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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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