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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림은 왜 '미생'신은정을 만났을까?

김겨울 기자

기사입력 2014-12-23 08:05


사진제공 문학동네

"육아로 인해 일을 그만둘까 고민됐다. 왜 그런 생각 안했겠나. 나 역시도 일을 나가야 하는데, 아이가 목에 매달리고, 가지말라고 나를 잡을 때 무엇을 위해서 일을 해야하나. 애가 이토록 엄마를 원하는 데 내가 일을 굳이 해야하나. 일을 잠시라도 쉬어야 하는 게 아닌가하는 고민이 됐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들더라. 내가 진정 아이를 위해 그만두려고 하는 것인가. 내가 일도 힘들고, 육아도 힘드니까, 이리저리 힘드니까 그냥 놓아버리자고 한 것 아닌가. 이런 고민이 들 때 인터뷰를 시작하게 됐다."

'엄마' 박경림의 메시지는 강했다. 마냥 소녀같을 줄 알았던 박경림도 서른이 넘고,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고, 그 아이가 벌써 7세가 됐다. 방송사를 종횡무진하고 자기에게만 집중해도 모자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딸과 아내, 며느리, 올케, 엄마, 이제는 학부모 역할까지 생겼다. '엄마' 박경림에게 사회는 더이상 관용이란 없었다. 꿈이 아닌 희생을 더 중요시 할 때 즈음 박경림은 흔들렸다. 박경림은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를 가진 엄마들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듣고 싶었다. 그렇게 만난 인터뷰가 '엄마의 꿈(문학동네)'의 에세이로 탄생했다.

22일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엄마의 끔' 출간 기념회가 열렸다. 박경림은 "이 책을 시작하고, 내가 가장 놀랐던 것은 내 꿈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정작 나 조차도 내 엄마의 꿈을 물어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처음으로 궁금했다. 내 엄마의 꿈이 말이다"라며 집필 계기를 밝혔다. 이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엄마들에게 조언, 격려, 위로, 응원이라고 해야할까. 같이 나누고 싶더라"고 덧붙였다.

채시라 홍은희 신은정 박은혜 심재명 대표 최태지 발레리나 이영희 디자이너 임오경 감독 송경애 SM C&C 대표 신의진 의원 등 화려한 면면의 인터뷰 주인공들에 대한 다양한 질문도 나왔다. 박경림은 이에 "특별히 인터뷰이의 분야를 나눴던 것은 아니지만, 파일럿, 발레리나, 스포츠계, 연예계, 바둑기사, 쇼핑 호스트, 디자이너, 의사 출신 의원, 직장인에서 사업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들과 함께 했다. 섭외 과정에서 내 의견은 중요치 않았다. 직업보다는 '엄마'라는 관점에서 기획했다. '엄마'로서 아이를 다 키우고 일을 시작한 엄마, 아이가 하나인 엄마, 둘인 엄마, 아이를 키우기 위해 잠시 회사를 그만둔 엄마, 아이를 안고 회사에 가서 일을 한 엄마, 쌍둥이 엄마 등 다양한 엄마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노력했다"고 답했다.

그리곤 섭외 대상들 하나하나 인상 깊었던 내용을 열거했다. 박경림은 "'미생'에서 워킹맘의 모습을 보여줬던 신은정에게 느낀 점은 '천상 엄마구나'라는 점이다. 엄마가 되고 굉장히 단단해졌다는 것, 엄마가 되기 전에는 흔들림이 많았지만, 오히려 엄마가 되고 나서 '괜찮아. 다음에 더 좋은 일이 있을거야'라고 자신을 더욱 믿게 됐다는 것. 그리고 엄마가 되고 나서 비로소 엄마가 없는 아이들에게도 엄마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말한 점이 뭉클하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또 "이영희 선생님은 마흔이 넘어서 꿈에 도전했다. 그런 말을 했다. '늦은 시기는 없다. 늦은 마음만 있을 뿐이다'라는 말은 여전히 내 가슴에 남아있다. 홍은희는 유준상이 고생한 와이프를 위해서 '엄마 휴가'를 보내준다고 하더라. 엄마가 쉬어야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는 말, 우리 남편에게도 들려줬다. 하하"라고 회상했다. 이어 "임오경 감독과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울었다. 선수 시절 이야기를 들으면서 살면서 언제 어떻게 불행이 찾아올 지 모른다. 다가오는 불행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를 많이 배웠다. 송경애 대표는 엄마의 어려움을 알기에 워킹맘들을 위한 회사를 만들려 노력한다고 했다. 채시라 선배님은 연기나 생활적인 면에서 늘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나. 아이를 키우면서도 완벽해지려고 했는데, 오히려 그대로 놔두고 그 자체를 인정하는 게 행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하더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리곤 "뻔한 말 같지만 18명의 인터뷰 대상자 모두 진심 어린 말씀을 해주셨다. 일주일에 한 번씩 꾸준히 했는데 신기하리만큼 인터뷰 장소에 가면 앞 서 인터뷰를 했던 분들의 모습이 하나씩 지워질 정도로 몰입하게 됐다. 나에게는 그 자체가 '힐링'의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박경림은 '엄마의 꿈'의 궁극적 메시지에 대해 한 마디로 이렇게 정의했다. "내가 이렇게 힘든데, 아, 다른 엄마도 힘들었구나." 이어 "18명이 각각 제시하는 이야기가 다 다르다. '엄마의 꿈'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엄마들에게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습니다. 버텼습니다.' 나도 오늘을 꿋꿋하게 버티면서 '엄마의 꿈'이 욕심이 아니라 엄마들을 버티게 하는 힘을 줄 수 있길 바란다.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들도 겪고 있는 시련에 대해서 버티고 살아갈 수있는 용기를, 꿈을 놓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경림은 저자 수익의 100%를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나는 18분의 이야기를 전하는 스토리텔러일 뿐이다. 인터뷰이들께도 말씀 드렸더니 좋아하더라. 그 분들의 이야기가 헛되지 않도록 경력 단절을 겪는 우리시대 엄마들의 꿈을 응원하기 위해 기부할 계획이고, 출판사하고도 적절한 기부처를 찾고 있다. 사실 아직 책이 얼마나 팔릴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거창하게 말하기는 부끄럽다. 하지만 곧 기부처가 정해질 것이다."

'엄마의 꿈'은 출간 전부터 각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에서 주문량이 많아 벌써 2쇄에 들어갔다. "출간되기도 전에 2쇄 들어간 점 너무 감사드린다. 우리 남편도 10권을 산다고 했는데, 꼭 확인해봐야겠다.하하. 개인적으로는 엄마 뿐 아니라 딸들이 많이 읽어줬으면 한다. 우리의 엄마를 이해하는 데 이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작은 거인이라는 말이 있다. 체구는 작아도 포부는 크다는 의미가 아닐까. 엄마가 된 박경림의 첫 발걸음. 동의해 준 18명의 발자국이 모여 하나가 됐다. 오늘 내딛은 작은 발걸음 하나가 수 천, 수만, 수억의 의미있는 발걸음으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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