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블리즈컨 2014', 온라인게임 인기 지속 가능성 제시하다!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4-11-09 11:04


◇8~9일(한국시각) 미국 애너하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블리자드의 게임 축제 '블리즈컨 2014'를 보기 위해 참관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장면. 사진제공=블리자드


'블리즈컨 2014' 개막식에서 블리자드 마이크 모하임 CEO가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블리자드

블리자드가 17년만에 선보인 새로운 IP인 '오버워치'

◇'오버워치'의 게임 장면

◇'오버워치'의 게임 장면

'블리즈컨 2014'의 참관객들이 '스타크래프트2'의 2번째 확장팩 '공허의 유산'을 직접 플레이해보고 있다. 애너하임=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블리즈컨 2014' 현장을 찾은 한국의 5명 고등학생 참가자들이 블리자드 마이크 모하임 CEO(왼쪽에서 네번째), 그리고 제이 알렌 브렉 총괄 프로듀서(왼쪽에서 세번째)와 애너하임컨벤션센터에서 만남을 갖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블리자드

'온라인게임 희망 이어갈까?'

전세계적인 스마트폰 대중화는 디바이스의 중심을 PC에서 모바일로 전환시켰다. 24시간 곁에 두는 '손안의 컴퓨터'는 세계인들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키고 있다.

문화 콘텐츠 가운데 대세 장르인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바일게임 열풍이 뜨겁다. 이는 PC 온라인게임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게임 종주국으로서 수준과 양적인 면에서 세계적인 작품을 쏟아낸 한국은 이 급격한 변화가 가장 뚜렷하게 감지되는 곳이다. 그러나 모바일게임은 낮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경쟁이 엄청난데다, 급격한 트렌드 전환으로 인해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다. 게다가 플랫폼을 가진 회사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상당해 높은 매출에 비해 순익률이 낮아 '선순환'의 생태계 조성이 쉽지 않다. 따라서 플랫폼을 초월하는 멀티 콘텐츠와 함께 온라인게임의 위력이 재조명받고 있다.

세계 최대 게임사 가운데 하나인 블리자드는 8~9일(한국시각) 자사의 게임 축제인 '블리즈컨 2014'를 미국 애너하임에 위치한 애너하임컨벤션센터에서 개최했다. 블리자드는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시리즈 등 다양한 PC 온라인게임을 빅히트 시켰다. 또 자신의 IP를 활용한 '하스스톤'을 지난해 선보인데 이어, 기존 게임의 캐릭터가 총출동하는 온라인 팀전 게임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은 비공개 테스트를 앞두고 있다.

블리자드는 역대 8번째를 맞는 올해 블리즈컨을 통해 '스타크래프트2'의 2번째 확장팩인 '공허의 유산', 그리고 '스타크래프트1' 이후 17년만에 완전히 새로운 IP인 온라인 FPS게임 '오버워치'를 선보이며 다시 한번 세계 게임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우직하게 온라인게임을 계속 만들겠다는 의지라 할 수 있다. 재미만 있다면 플랫폼의 한계는 뛰어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한국 온라인게임에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었다.

온라인게임, 블리즈컨의 성공 이끌다

블리자드 마이크 모하임 CEO는 '블리즈컨 2014'의 개막식에서 "올해는 '워크래프트'의 출시 20주년이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10주년이다. 내 인생에 있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게임이 바로 '워크래프트'이다"라며 "곧 출시되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5번째 확장팩 '드레노어의 전쟁군주'에서 지난 20년간의 모험과 캐릭터를 다시 소개하게 된다"고 말했다.

1995년 첫 출시한 '워크래프트'는 3번의 시리즈가 나왔고, 이 세계관을 집대성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2005년에 첫 선을 보인 이래 5번째 확장팩까지 소개될 예정이며 이를 활용한 온라인 카드게임 '하스스톤'도 지난해 출시돼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워크래프트'는 영화로도 제작되고 있는데 이번 행사에서 던컨 존스 감독과 주인공 카진스키가 패널 토론에 나와 그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3편까지 제작된 '디아블로'는 1997년, 2편까지 만들어진 '스타크래프트'는 1998년에 각각 첫 출시됐다. 두 게임 역시 곧 20주년을 맞을 예정이다. 재미있는 온라인게임 하나를 만들어서 빅히트를 칠 경우 그만큼 오랜기간 서비스를 하며, 하나의 게임만이 아닌 종합 문화 콘텐츠로 위상을 높일 수 있다는 좋은 사례가 됐다. 한국에서도 세계 최초의 MMORPG로 꼽히는 넥슨의 '바람의 나라', 그리고 누적 매출 2조원을 기록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는 각각 1996년과 1998년 첫 선을 보인 이래 여전히 서비스가 되고 있다.

지난 2005년 시작된 블리즈컨은 올해 8회째를 맞이하면서 세계를 대표하는 온라인게임 전시회이자 커뮤니티 축제로 성장했다. 매년 한정 판매하는 2만6000여장의 입장권은 199달러에 이름에도 단숨에 팔려나갔다. 모하임 CEO는 "'블리즈컨 2014'는 역대 최대 규모다. 첫 행사에선 애너하임컨벤션센터의 2개홀만 사용했는데, 이제 전체 5개홀을 모두 활용한다. 또 50개 이상의 온라인 중계 채널을 통해 14개의 언어로 행사가 생중계된다. 또 미국 50개주뿐 아니라 무려 60여개국에서 온 참관객들이 블리즈컨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블리자드는 이번 행사에 미래의 게임개발자를 꿈꾸는 5명의 한국 학생들과 학부모를 초대했다. 이들은 모하임 대표와 개발자를 만나 게임에 대해 대화를 하고 블리즈컨을 체험하며, 블리자드 본사를 방문하기도 했다. 학부모들도 적극적으로 질문을 하며 게임을 매개로 자녀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변화는 지속된다

이번 블리즈컨에서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FPS게임 '오버워치'(Overwatch)의 공개였다. 블리자드는 '오버워치'를 개막식에서 깜짝 소개하기 위해 전시장에 게임에 대한 정보를 전혀 노출하지 않으며 궁금증만 유발시켰다.

'오버워치'의 등장이 놀라운 것은 블리자드가 무려 17년만에 기존 세계관을 활용하거나 시리즈 게임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게임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또 블리자드가 단 한번도 시도하지 않은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슈팅게임이기에 게임팬들의 관심은 더욱 컸다. 한국에서도 주말 내내 '오버워치'가 주요 포털 검색어 상위를 차지하며 블리자드 게임의 파급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SF 장르인 '오버워치'는 이제 1년 조금 넘을 정도의 개발기간이 소요됐음에도 불구, 상당히 완성도 높으면서도 큰 흥미를 줬다. 블리자드 특유의 '배우기는 쉽지만 고수가 되기는 어려운(easy-to-learn, hard-to-master)' 게임 개발 철학이 담겨 있기도 했다. 특이하게 6대6의 대전인데다, 4개의 직업군으로 나뉜 12개의 캐릭터가 각자의 개성이 또렷했다. 단순한 데스매치 방식이 아니라 팀원들의 협력 플레이가 강조된 것도 블리자드 게임다운 모습이었다. 내년에 비공개 테스트가 예정돼 있다.

블리자드에서 스토리 및 프랜차이즈 개발 부문을 담당하는 크리스 멧젠 부사장은 "17년만에 완전히 새로운 게임이라 발표하는 나도 떨릴 수 밖에 없었다"며 "블리자드의 새로운 도전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오랜기간 생명력을 가져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세계관을 만들고 캐릭터를 추가할 예정이다. 온라인게임의 가능성과 재미를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스타크래프트2'의 2번째 확장팩인 '공허의 유산', 그리고 '하스스톤'의 첫번째 확장팩 '고블린 대 노움'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스스톤'의 경우 다음달부터 안드로이드 태블릿에서도 플레이를 할 수 있으며 내년 중 스마트폰 버전이 나온다고 밝혔다. 내년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에선 '스랄'과 '제니아', '길잃은 바이킹' 등 새로운 영웅과 함께 내년 1월 13일 비공개 테스트를 시작한다는 사실도 알렸다.

블리자드는 지난해 AOS게임이나 카드 게임 등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장르를 개척한데 이어, 올해는 '오버워치'와 같이 혁신적인 게임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대서사시'(epic)적인 게임에 특화된 블리자드의 지속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유저와 함께 하는 게임 축제의 자리에서, 블리자드는 온라인게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또 하나의 길을 제시했다.
애너하임(미국)=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