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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비즈]'차이나 러시'에 빠진 엔터계. 이수만-양현석 웃는데 박진영은?

이정혁 기자

기사입력 2014-09-26 08:38


국내 연예 기획사들의 '차이나 러시'가 본격화되고 있다. 김수현을 앞세운 키이스트를 비롯해 SM, YG 등이 중국 기업들과의 손잡기에 본격 나서고 있다. 스포츠조선DB

'차이나 러시'다. 19세기 금광을 찾아 미국 서부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던 것처럼, 국내 엔터산업의 나침반은 중국으로 향해 있다. 콘텐츠 수출이란 초보적인 단계는 지난지 오래다. 중국 굴지의 회사들을 파트너로 다양한 합작사업이 모색되고 있다.

물론 이 대형 프로젝트들이 공시 그대로 직접적인 실적 개선에 기여할지는 미지수다. 이에 국내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미끼 상품'으로 결론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어린 시선도 존재한다. 또다른 한편에선, 이 흐름에서 소외되는 기획사는 엔터산업의 변방조차도 지키지 못하게 되리란 전망도 나온다. 2014년 엔터비즈니스계를 강타한 '차이나 러시'의 현주소와 엇갈린 명암을 분석해본다.


YG와 L캐피털 아시아의 투자 협약식이 13일 싱가포르 리츠칼튼호텔에서는 열렸다. YG의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왼쪽에서 세번째)와 양민석 대표(왼쪽에서 다섯번째), L캐피털 아시아의 라비 타크란 대표(왼쪽에서 네번째) 그리고 YG 소속 연예인들이 협약식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YG
차이나 러시, 중국 콘텐츠 시장서 한류의 신성장동력을 찾다

일찍이 중국시장에 눈을 돌린 이수만 대표의 구상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중국 진출은 규모 면에서 급이 다르다. 홍콩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미디어 아시아 그룹과 한중 합작사업에 대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 대규모 펀드 '드래곤 타이거 캐피탈 파트너스(DCTP)'를 설립했다.

DTCP의 초기 출자금은 200억원이며, 연내 10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투자 대상은 중국 시장을 겨냥한 드라마, 영화 등의 문화 콘텐츠가 될 예정이다. 대만의 금융·통신·미디어 그룹인 푸방그룹도 DTCP의 스폰서로 참여한다.

또한 SM은 중국 IT 기업 바이두와 음원 및 뮤직비디오 유통, 프로그램 제작 등 공동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SM의 중국 진출 프로젝트들은 단순 콘텐츠 수출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SM은 바이두 홈페이지의 일부를 직접 홍보 창구로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이스트 또한 김수현의 인기 돌풍이 힘입어 중국 자본 유치에 성공했다. 키이스트의 경우, 중국 소후닷컴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소후닷컴은 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키이스트에 150억원을 투자를 결정했다.

소후닷컴은 중국 내 유력 온라인 포털 사이트 '소후닷컴', 동영상 서비스 '소후TV', 검색엔진 '소고닷컴' 등을 운영하고 있다. 확고한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한 소후닷컴과 손을 잡음에 따라 키이스트는 중국 진출에 날개를 달게 됐다. 키이스트의 관계자는 "이번 협력은 중국 내 매니지먼트 및 콘텐츠 사업 확장을 위한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또한 선굵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YG는 중국 최대의 인터넷기업 텐센트와 손잡고, QQ메신저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다. 또 지난 6월에는 중국 알리바바그룹이 운영하는 커머스플랫폼 티몰(TMALL)에 MD(머천다이징) 스토어를 개설하는 등 온오프라인 공략에도 나섰다.

특히 YG는 중국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등에 업고 .세계적인 명품회사까지 움직여 업계를 놀라게 했다. LVMH그룹 계열 사모펀드 L캐피탈 아시아와 8000만달러(한화로 약 827억원) 규모의 투자협약서를 체결한 것. 명품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중국 시장에서 YG의 영향력을 높이 평가한 점이 투자를 결정한 중요 요인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9월 초에 열린 SM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아시아 그룹의 업무 협약식 장면. 왼쪽부터 최시원, 여명, 강타, 푸방그룹 계열사 대표 루롱후이, 이수만 프로듀서, 피터 램 박사.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기대 또는 우려, 그러나 이젠 선택이 아닌 필수

중국 콘텐츠 소비 시장은 고성장기에 접어들었다. 중국인들의 문화 콘텐츠에 대한 욕구와 더불어 소득수준 또한 급성장세를 보이는 반면, 중국의 자체 콘텐츠 생산력에는 한계가 있다. 여러모로 한류 콘텐츠의 강세가 향후 수년간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인기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의 포맷이 잇달아 수출되고, 인기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주연배우들 몸값이 천문학적인 액수로 뛰는 것만 보더라도 중국 시장의 성장성과 가능성은 대단하다.

한국투자증권은 "중국 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산업의 시장 규모가 앞으로 4년간 연평균 30%씩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전무후무,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시장이 무섭게 커지다보니 말들도 많다. 검증되지 않은 투기성 자본의 국내 유입에 대한 우려도 높다. 반대로 일부지만, 장밋빛 중국 진출 프로젝트를 남발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을 울릴 듯한 엔터업체들의 움직임도 슬슬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것처럼 중국 콘텐츠 시장 진출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다. 환율 여파 등 여러가지 이유로 일본에서의 매출은 과거 화려했던 때를 재현하기 힘들다. 유지 또는 하락세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류가 뻗어나갈 새로운 성장동력은 중국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중국 진출에 있어 지금은 가장 핫한 타이밍이다. 한류 콘텐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중국 내 인터넷 관련업체인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이 뜨겁게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각 검색 사이트, 전자상거래 분야, 게임 부문 1위 업체가 한류에 눈독을 들이면서 콘텐츠 가격은 날이 갈수록 비싸지고 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올해 들어 세 번이나 한국을 방문했다. 마원 회장의 행보에 자극을 받은 텐센트와 바이두 역시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이 핫한 타이밍을 제대로 잡기만 한다면, 중국에서 새로운 금맥을 발견하기 위한 지름길을 찾게 된 셈이다.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인 박진영. 스포츠조선DB
SM-YG는 중국에서 잘나는데, JYP는?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국내 주요 기획사들이 중국 현지 파트너와 다양한 사업의 기반을 닦기 시작했다. 2015년엔 각 회사들의 중화권 공략의 전략이 현실화되면서 본격적인 수준차이가 생겨나게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올해는 이후 '한류 파워 지도'에 있어 새로운 판을 짜게될 중요한 시기인데, 3대 기획사 중 유독 JYP엔터테인먼(이하 JYP)의 중국 진출은 초보적인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JYP의 중국 공략은 아티스트들의 중국 진출, 또는 드라마나 영화 제작으로 간추려진다. 2PM의 찬성과 미쓰에이 페이가 중국 호북TV의 '루궈아이'에 출연해 현지 시청률 3위를 기록했고, 2PM 멤버인 닉쿤은 현지 드라마 '버킷리스트'에 출연해 매니지먼트 부문 매출이 크게 늘었다.

중국 최대 공연제작사인 동방연예그룹과 영화 'I Wanna Hold Your Hand'를 합작해 12월 개봉을 준비하고 있고, 중국 최대 동영상 사이트 요쿠투도우와 온라인 드라마 '드림 나이츠(Dream Knight_'(가제)도 만든다.

가시적인 실적 덕에, 일단 시장 반응은 좋다. JYP는 2분기 영업이익이 5억1200만원으로 전년동기대비 흑자전환했다. 같은기간 매출액은 89억7800만원으로 무려 216.6%나 늘어났다. 중국 매출이 실적에 잡힌 덕이 크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는 JYP가 SM, YG 등이 2~3년 전에 하던 콘텐츠 수출에 있어 초보적인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섞인 시선이 존재한다. 새로운 플랫폼을 함께 만들지도, 큰 판을 그리지도 못한다는 지적. 현재까지 JYP의 한류 콘텐츠 수출은 충분히 익숙한 형태로 진행되기에, 안정적이지만 큰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다. 프로젝트도 일회성이 많다. 물론 그러한 경험들이 쌓여서 이후 판을 더욱 키울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SM이나 YG에 비해 규모나 내용 면에서 상당히 뒤처져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무엇보다 중국의 큰 손들이 사업 파트너로 JYP 보다는 SM과 YG에 더 매력을 느낀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함께하며 거액을 쏟아부을 사업 파트너로 어필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의 빠른 성장 속도에 주목하면서 "과거 한류라면 무조건 관심을 보이던 중국시장이 이젠 옥석을 가리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무섭게 똑똑해지고 있으며 투자자들의 비즈니스적 성장은 하루가 다르다"며 "투자는 1등에 집중되게 마련이다. 향후 JYP에 얼마나 많은 기회가 주어질까 우려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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