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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어깨를 덮고도 남을만한 큰 배낭을 짊어지고 들어왔다. 그 또래 아역배우들이 엄마 손을 꼭 쥐고, 들어올 때와 분명 뭔가가 달랐다. 게다가 동행한 사람은 영화 관계자. 그의 응석을 받아줄 매니저도, 부모도 아니었다.
"배낭이요? 평소 지하철을 타고 다니거든요. 열한 살 때부터는 혼자서 스스로 다녔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편해서요. 헛개수는 하하, 좋아하는 건데요. 맛있지 않나요?" 물어보는 기자가 뻘쭘할 정도로 어른스러웠다. 등장부터 첫 질문까지 넋을 놓고 바라보는 기자에게 조성목은 잠시 상대 호구 조사를 마친 뒤 이런 말도 했다. "동안이시네요." 이 말에 혀를 내둘렀다. K.O패 당한 순간이다. 조성목, 보통 아니다. "산전수전 다 겪어봤어요. 어려서 춤이 안되서 연습을 계속 하느라 말이죠. 다른 애들한테 놀림을 받아가면서 배웠죠. 그런 일을 겪으면서 상처를 잘 안받는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6살 때 처음 연기를 시작한 조성목은 벌써 연기 경력 8년 차다. "데뷔작은 EBS '모여라 딩동댕'이었죠. 그 뒤로 EBS 프로그램을 많이 했어요. 뿡뿡이도 하고, 그렇게 EBS에만 한 5년 정도 일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13살에 '두근두근 내 인생'을 찍을 기회가 왔죠. 그렇게 아름이가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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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정도 감안했지만, 이 정도로 힘들 줄 몰랐어요. 처음에는 송혜교 누나와 만날 수 있다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연기를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고 했는데요. 31차 진행되는 영화에서 5시간 분장을 한다는 것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분장하는 선생님이 생각하면 힘드니까 '앞만 보고 달리자'고 말해주셨어요. 정말 그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영화에서 조성목의 리얼한 분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컸다. 그런만큼 분장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었고. 남들보다 몇 시간 전에 나와 분장을 하고, 촬영을 마치고도 남들보다 몇 시간 뒤까지 분장을 지워야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피부 트러블도 나고, 살갗도 벗겨졌고요. 특히 아세톤을 발라야 해서 너무 따갑더라고요. 너무 심했어요. 평생 해야할 분장은 다 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소원'에 나오는 이레를 보면 나보다 어린 나이에, 아마 제 동생이랑 동갑일텐데요. 어린 나이에 잘 버텼더라고요. 피스를 한 5,6개 붙인 거 같은데, 대견해요."
인터뷰를 하면할수록 놀라운 대답의 연속이다. 하지만 '애 어른' 조성목에게도 빈틈은 있었다. '분장신과 뽀뽀신 중에 어떤 게 더 힘드냐'는 질문에 얼굴이 귀까지 빨개진다. "아직 뽀뽀신은 없었어요"라는 수줍은 답이 돌아온다.
'여자 친구 있느냐'는 질문에 최근 벌어진 연애 사건을 쑥스러워하며 들려주더니, 혼자 결론까지 맺어버린다. "지금은 좋아하는 애가 있어도 만나면 안된다. 그럴 때다. 동원이 형이 그랬다." 조성목은 진지하게 이어갔다.
"동원이 형이 '나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라고 했다. 돈도 보지 않고, 나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 말이다. 역시 인생의 선배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좋아하는 애가 있어도 참으라고 하더라. 나중에 내가 고를 수 있는 기회가 온다고." 34살 강동원이 14살 아이한테 던진 진지한 조언. 인터뷰를 마칠 때쯤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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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교와 엄마가 아닌 연인 역할을 한다면
"흠.. 좀 생각해봐야 할 거 같아요. 엄마로서는 참 예쁘고, 누나는 예쁜데, 엄마랑 안되죠. 아무래도 안될 거 같아요. 하하."
-그럼 이상형은?
"귀여운 면이 있고, 예쁘지만, 착하고, 마음이 따뜻하고, 그런 사람이에요. (연예인으로 치면) 수지 누나 좋아하고요."
-김유정 누나는?
"흠.. 더빙을 하면서 잠깐 만났는데, 아주 잠깐이기도 하고.. 노코멘트 할게요."
-연애 상담을 주로 강동원에게 한다고?
"동원 형이 만나면 안된다고 했던 애가 있었어요. 관리를 하더라고요. 지금 좋아하는 애가 있어도 참으려고요."
-주변에서 인기 많지않나?
(웃음) "혜교 누나가 곤란한 질문하면 그냥 웃으래요."
-용돈은 많이 받나요?
"미래를 준비하고, 적금을 부어요. 복리이자가 생기니까 서른 전에 부어야 해요."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