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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천하 제2화] '비정상회담' 전·유·성 트로이카의 탄생 비화?

김겨울 기자

기사입력 2014-09-15 05:48


'무릇 예능천하를 읽지 않은 자와는 '무도'를 논할 자격이 없다. 지상파 경로는 물론, 신흥 세력으로 떠오른 종편과 케이블까지 현대 예능은 바야흐로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들었다. 시청률 경쟁이 과열될수록 예능인들의 삶은 더욱 고단해지는 법, 허나 난세가 영웅을 낳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이경규 이휘재 김구라를 비롯 전현무 유세윤 성시경에 이르기까지 흥망성쇠로 본 예능 영웅담을 펼쳐본다.




갑오년(2014년) 7월, '비정상회담'이라는 토크쇼가 선보였다. '비정상회담'이란 비(非) 정상(頂上)들이 모여서 회담한다는 뜻으로 보이지만, 의중을 파악해보면 결코 정상적이지 못하다는 비정상(非正常)이란 뜻도 포함된 듯 하다. 종편이란 열세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에서 선전하더니, 동 시간대 지상파까지 위협할 정도로 세력을 키웠다. 과연 '썰전', '마녀사냥'에 이은 JTBC표 토크쇼의 성공 계보작이라 할 만 하다.

이같은 성공의 열쇠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무릇 천하를 다스리려면 용인술이 뛰어나야 하는 법. '비정상회담'은 11명이나 되는 외국인 출연자들의 수다를 조화롭게 수렴할 줄 아는 3명의 진행자의 역할이 컸다. 물론 이들을 섭외한 연출자 임정아와 작가 김명정의 선견지명이 뛰어났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들을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임정아는 문화방송 시절 인기 토크쇼 '황금어장'을 만든 공신이다. 당시 문화방송에는 여운혁 임정아 성치경으로 이어지는 여운혁 사단이 있었다. 이들은 JTBC가 출범하며 나란히 이적했다. 김명정은 지금은 폐지된 장수예능 '놀러와'의 왕작가로 활약했으며, 연출자 이지선과 함께 '나 혼자 산다'를 만든 장본인이다. 여하튼 문화방송의 인기 토크쇼를 만든 이들끼리의 결합이란 면에서 눈여겨 볼 일이다.

이들이 뭉쳐 만든 새 토크쇼는 과연 달랐다. 권위적이지 않고, 누구나 의견을 자유롭게 낼 수 있는 진행자들을 원했다. 그런 기준에 맞춰 선택된 인물이 바로 전·유·성 트리오. 전현무와 유세윤, 성시경을 일컫는 말이다. 출신 성분부터가 다르다. 아나운서, 개그맨, 발라드 가수 출신의 조합. 기존에 보지 못한 그림이었다. 이런 '다름'이 있었기에 따로 세를 구축할 수도 필요가 없었다. 선·후배로 종속되는 관계가 아니니 공기가 자유로웠다. 덕분에 임정아와 김명정이 원했던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가 살아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선 전·유·성의 인물됨을 한번 살펴보자. 예능 인물지에 의거해 이들의 생김새를 살펴보면 출신 성분 만큼이나 제 각각 특징이 다름을 알 수 있다. 우선 전현무는 균형보다는 치우침이 강한 시선 처리와 약삭빠른 리액션, 소란스러운 제스쳐와 방정맞은 허리 놀림까지 더해 천하의 깐족왕이라 불릴만 하다. 허나, 그것은 그를 얕게만 파악한 것이다. 얼핏 하수들이 평가하길 그는 산만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실제 그는 상대방의 장점을 꿰뚫어보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습득력이 빠른 짐승같은 이다. 그가 과거 인터뷰에서 3개 국어(한국어,영어, 일본어)를 한다고 했다가, 기사에 4개 국어로 나오자, 이를 정정하기보다 중국어까지 섭렵한 사실이 그 예다. 또 편식이 강한 예능 세계에서 그는 지나칠 정도로 잡식형 예능인이다. 어떠한 방송에 투입된다 하더라도 특유의 습득력으로 소화해버린다. 한국방송에서 일했던 시절, 송해가 버티고 있는 '전국노래자랑'만 빼고 모든 예능방송에 출연했다는 사실은 그 좋은 예다. 제작진은 게스트가 부득이하게 불참하게 되면 어김없이 그를 투입했다. 이를 '불이 난 프로그램에 급하게 투입되는 소방수 같다'하여 '한국방송의 소방관'으로 불렸다고 제 입으로 빈번하게 말하곤 하였다.

유세윤으로 말할 것 같으면 동안 예능인으로 꼽힐 만 하겠다. 올해로 서른 중반에 접어들었건만, 여전히 소년같은 기운이 뿜어져나온다. 그의 다부진 입은 예능인으로의 고집, 번뜩이는 시선에서 강한 순발력의 기운이 전해진다.

그는 사실 춤터에서 만나 꽤 오랫동안 교제해 혼인까지 한 유부남이다. 헌데 실제로 만나보면 유부남 티가 나지 않아 당황스러울 정도다. 일전에 그가 유부남이란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집에 잘 들어가지 않아서 그렇다"는 깜짝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솔직히 섬뜩했다. 진짜처럼 느껴졌다 ㅠ) 자고로 예능인은 철이 들면 안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유세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임정아는 유세윤에 대해 "진지하면서도 유머스러운 사람, 무거운 이야기도 순발력으로 풀어내는 능력을 갖췄다"고 극찬했다. 그는 그만큼 예능 천재로 불린다. 또 개그맨과 가수의 결합어인 '개가수'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유세윤과 관련해서는 다음에 구체적으로 설명하도록 하겠다.


성시경으로 말하자면 한 마디로 규정하기 힘든 인물이다. 그는 자신을 예능인의 부류에 끼워넣는 것에 대해 불쾌함을 토로할 지도 모르겠다. 신사년(2001년), 심금을 울리는 감미로운 목소리로 등장해 여심을 녹이는 지적인 말재주를 갖춘 유희열 김동률 윤종신 이적 등의 발라더 계보를 이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왜소한 체격의 발라더들과 달리, 머슴 팔뚝과 망망대해를 감싸고도 남을 어깨, 족히 여덟 자는 되보이는 장신, 부드러운 외모 속에 남성미를 고루 갖춘 자였다.

눈여겨 볼 점은 그의 전략이다. 기가 막히다. 그는 철저하게 '고수' 개그를 구사했다. 연애도 고수요, 토론도 고수요, 복불복도 고수요, 영어도 고수요, 테니스도 고수다. 예능 손자병법에 따르면 본래 예능계에서 '천재'는 '바보'보다 밑이다. 쓸데없고 전파 낭비만 초래하는 병풍과 같은 자들을 일컫는다. 허나, 성시경은 영리하게 고수를 활용하는 법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여담이지만 그는 술의 고수로도 유명하다. 예능계 3대 주당으로 신동엽, 성시경, 지상렬이 꼽힌다. 고서에는 "밤에 '신·성·지'를 만나면 밤은 밤이 아니로되, 내 발은 두 발이 아닐지어다"라고 적혀있다. 밤의 술이 밤에 그치지 아니하고, 두 발로 걸어서 들어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을유년(2005년) 으스름한 저녁이었다. 그는 인터뷰 도중 이런 말을 하였다. "여명(일명, 숙취해소제의 종류)이 1.5 리터 짜리가 있다면, 내가 직접 모델이 돼줄 수도 있다."

이 글을 마감하는 동안 익명의 제보자에 따르면 '비정상회담'의 회식은 여지껏 세 번 있었으며, 한 번은 전현무, 두 번째는 유세윤, 세 번째는 제작진이 쐈다고 한다. 특히 전현무는 200만원 상당의 한우를 샀다고 제 입으로 말하더라는….

(3편에 계속)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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