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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이 개봉 5일만에 역대 최단기간 400만 관객 돌파라는 쾌거를 이뤘다. 2일 하루에만 122만 9010명(이하 영진위 통합전산망)의 관객을 동원해 일일 최고 기록까지 세웠다. 이미 지난 달 30일에는 68만으로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하기도 했다. '승승장구'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명량'이 이 기세를 모아 1000만 관객을 향해 순항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 부분은 속단하기 힘들다. 지난 달 23일 개봉한 '군도:민란의 시대'(이하 군도)의 경우를 봐도 그렇다. '군도'는 개봉 날 55만 관객으로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지만 '명량'으로 일주일만에 기록이 깨졌다. 4일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지만 '명량'은 이 기간동안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6일에는 '해적:바다로간 산적'이 개봉하고 13일에는 '해무'라는 강적이 등장한다. 이런 강적들의 등장에도 '명량'이 승기를 놓치지 않을까.
'명량'의 최강점은 역시 해상 전투신이다. 61분 전투신은 발군이다. 그동안 한국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아니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제대로 보지 못했던 화끈한(?) 전투신이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사실 일반인들이라면 말로만 "12척의 배로 330척의 배를 물리쳤다"고 들었지 실제로 어떤 상황이었는지 상상하기 힘들다. '명량'은 이 부분을 관객들에게 영상으로 보여줌으로써 재미를 주고 있다. '초요기' '충파' 등의 단어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한동안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완성도 높은 CG도 리얼리티를 살려준다. 여기에 실존했던 한국형 슈퍼히어로라고 할 수 있는 이순신 장군의 활약은 보는 이들의 팔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카타르시스를 준다.
약점(Weakness)
하지만 해상 전투신으로 가는 동안의 67분은 '명량'의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의 고뇌에 집중했지만 다소 늘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충분히 고민한 흔적은 역력하지만 빠른 스타일에 물든 젊은 관객들에게는 전투신으로 가는 과정에 일부일 뿐이다. 하나 남은 거북선에 불이 나는 것이나 임준영(진구)과 정씨부인(이정현)의 '러브라인'이 아닌 '애국라인'(?)은 작위적인 부분이 없지 않다. 이순신 장군의 '의리'는 괜한 유행어에 엮여 실소를 자아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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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인기몰이는 앞으로의 흥행에도 큰 힘이 될 전망이다. 특히 '난공불락'이라고 여겨졌던 일일 100만 관객을 넘은 수치는 다른 작품들이 넘보기 힘들다. 게다가 '트랜스포머3'가 기록한 일일 최다 관객수 95만 6500명을 3년만에 넘어선 것도 대한민국 영화사에서 대단한 기록이다.
스크린수에서도 압도적이다. 2일에는 1494개관을 잡아 37.6%라는 압도적인 스크린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에 반해 '군도'는 '드래곤 길들이기2'에도 밀린 580개관을 잡는데 그쳤다. 이후 개봉하는 '해적'과 '해무'가 '명량'의 스크린수를 줄일 수 있을지도 눈여겨 봐야할 대목이다.
위협(Threat)
하지만 '해적'과 '해무'라는 위협요소는 완전히 무시하기 힘들다. 제로섬 게임에 가까운 영화시장에서 '군도' 뿐 아니라 '해적'과 '해무'라는 산을 넘어서려면 꾸준한 입소문이 필요하다.
'해적'과 '해무'가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점도 '명량'을 불안하게 한다. 일단 '해적'은 뚜껑을 열어본 결과 의외의 한방이 있는 작품이라는 평이다. 오랜만에 나온 산뜻하고 깔끔한 코미디 퓨전 사극이라 여름 관객에게 알맞다. 게다가 '해무' 역시 완성도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같은 경쟁작들의 도전에 맞서 '명량'이 꾸준히 관객을 불러모을 수 있을까. 올 여름 한국 영화 빅4의 경쟁을 보는 것도 꽤 재미있는 일이 됐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