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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대결은 피했다. 하지만 대결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올 여름 한국 블록버스터 사극들 말이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이 오는 8월 6일로 개봉일을 확정하면서 올 여름 한국형 블록버스터 사극들의 개봉일이 모두 정해졌다. 정확히 일주일씩 차이가 난다. 먼저 '군도: 민란의 시대'(이하 군도)가 다음 달 23일 포문을 열고 그로부터 일주일 후인 30일 '명량: 회오리 바다'(이하 명량)가 개봉한다. 그리고 또 일주일 후인 8월 6일에 '해적'이 공개된다.
사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극장가에서 여름 시즌은 비수기로 꼽혔다. 그도 그럴 것이 휴가 시즌과 맞물리면서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던 것. 하지만 최근에는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여름에 저렴하게 피서를 즐길 수 있는 극장가로 많은 이들이 몰리고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영화계에서는 여름 총 관객수를 2000만 정도 예상하고 있다. 그만큼 여름 휴가 시즌은 중요한 시장이 됐다"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물론 한국의 블록버스터 사극이 이 시기에 연이어 개봉하는 것도 이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군도'와 '명량' 그리고 '해적'은 어찌보면 '제로섬'게임일 수도 있는 이 여름시즌 관객몰이에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거대 배급사 자존심 대결?
이 시즌에 함께 개봉하는 영화들의 경쟁은 또 한국 영화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배급사의 자존심을 건 승부이기도 하다. '군도'는 쇼박스, '명량'은 CJ 엔터테인먼트, '해적'은 롯데엔터테인먼트에서 투자배급을 맡고 있다. 여기에 8월 중순께 개봉 예정으로 알려진 NEW의 '해무'까지 가세한다면 한국 영화계를 좌지우지하는 네 배급사의 자존심을 건 전쟁이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올해는 800만 관객을 넘어선 '수상한 그녀'를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화제작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배급사별로 이번 블록버스터 사극이 올해 한국 영화에서 1000만 관객을 동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특히 배급사 별로 기대를 모았던 '역린' '우는 남자' 등이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거둬 이번 여름 시즌이 더 중요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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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최근까지 할리우드 영화의 공세로 인해 한국영화가 맥을 못추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여름 시즌에 거는 기대가 더욱 높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지난 17일까지 319만 관객을 동원하며 무서운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어 오는 25일에는 '트랜스포머:사라진 시대'가 개봉하고 '군도'에 일주일 앞서서는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까지 가세하면서 한국 극장가 정복을 꿈꾸고 있다.
지난 5월까지 한국영화 관객수는 3699만9763명(46.1%·이하 영진위 통합전산망)을 기록했지만 할리우드 영화는 3926만1342명(49%)을 불러 모았다. 올해 한국 영화의 부진은 지난 해 수치만 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 해 같은 기간 한국 영화는 50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아 약 3000만명을 모은 할리우드 영화를 앞섰다. 올해 500만 이상 관객을 모은 작품은 '수상한 그녀' 한 작품 뿐이다. 그래서 '군도' '명량' '해적'의 어깨가 더 무겁다. 이들 중 올해 첫 1000만 관객 한국영화가 탄생할 수 있을까.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