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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을 거다. 김성균의 살벌하고도 화려한 과거를. 2012년 '범죄와의 전쟁'과 '이웃사람' 두 편의 영화로 김성균은 그 해 열린 영화제를 싹쓸이하며 신인상 6관왕에 올랐다. 충무로 블루칩, 무서운 신예, 괴물 신인, 미친 존재감. 그의 이름 앞에 붙던 수식어들이다.
신원호 PD는 영화 '박수건달'에서 김성균이 연기한 춘봉이 캐릭터에서 '시골 촌놈' 삼천포의 얼굴을 발견했다. 춘봉이처럼 웃으면서 어색한 서울말을 쓰는 삼천포를 상상해보니 꽤 흥미로웠다고 한다. 그리고 김성균은 작가와 연출자가 설정한 캐릭터에 자신만의 해석을 보태 삼천포를 완성했다. 5대5 가르마의 헤어스타일, 목 끝까지 단추를 채운 셔츠, 배꼽 위로 올려 맨 허리띠에서 삼천포의 고지식한 성격이 묻어난다. '삼천포스럽다'는 형용사를 하나 만들고 싶을 정도. 김성균은 "화면에 울퉁불퉁하게 못생기고 촌스러운 모습으로 나와서 기분 좋다"며 웃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성균은 삼천포와는 다르게 훈남 스타일에 가까웠다. 하지만 특유의 개구진 표정은 숨겨지지 않았다. "삼천포는 제가 술에 많이 취했을 때 나오는 모습이에요. 애교도 많아지고 사투리도 엄청 쓰죠. 장난기도 많고요. 삼천포의 퉁명스러운 표정은 어린아이들을 관찰하고 연구한 결과예요. 아이들은 1차원적인 감정이 표정에 다 드러나잖아요. 삼천포의 순수함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대본에도 삼천포의 표정을 명시하는 지문이 많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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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배우 출신인 김성균의 아내는 도희와의 로맨스 연기를 보며 한마디 툭 내뱉었다. "나는 내가 쿨한 여자인 줄 알았다"라고. 김성균은 "나에게도 신경을 좀 써달라는 은연중의 귀여운 협박인 셈"이라며 "가족의 응원이 연기활동에 가장 큰 힘이 된다"고 했다. 문득 꼬마 아이가 김성균에게 '동생을 사달라'고 조르는 CF의 한 장면이 떠올라서 '아빠' 김성균에 대해 물으니 얼굴에 웃음이 한가득 번진다.
"연년생인 두 아들은 아직 TV에 나오는 아빠보다는 폴리나 뽀로로를 더 좋아해요. 저는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편인데 그동안 바빠서 밤늦게 자는 모습만 봤어요. 이제 자주 놀아줘야죠. 아들들의 아빠 쟁탈전이 얼마나 재밌는데요. 요즘엔 결혼을 일찍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성균은 실제로 삼천포 지역에서 1년간 극단생활을 했고 경남 지역에서 연극을 하다가 대학로에 올라왔다. 그렇게 연극 무대에서만 10년. 무시무시한 연기내공을 생각하면 지금의 스포트라이트가 뒤늦은 것 아닌가 싶다. 하지만 김성균은 조급해하지 않는다. 가족과 연기가 있어서 행복하다고 한다. 다음 작품에 대한 바람도 소박하다. "작품에 깊이 숨어들어야죠. 진득하고 조용하게 작품으로 힐링하고 싶어요."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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