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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천만 돌파] 양우석 감독 인터뷰 "천만 관객? 생각도 못했다"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4-01-17 19:33 | 최종수정 2014-01-19 08:27


'변호인' 양우석 감독. 사진제공=퍼스트룩

양우석 감독의 데뷔작 '변호인'이 1000만 관객을 넘었다. 신인 감독이 만든 작품이 1000만 관객을 넘긴 것은 '변호인'이 처음이다. 때문에 영화계에서조차 양우석 감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000만 관객을 맞은 양 감독을 직접 만나 작품에 대한 소회를 들어봤다.

"솔직히 개봉 전에는 걱정이 많았는데 이렇게 많은 관객분들이 찾아주실지 몰랐다." 기자를 만난 양감독의 첫 마디다. 연출을 맡은 양 감독조차 기대하지 않았을 만큼 '변호인'의 1000만 관객을 예상한 이는 드물었다. "제일 걱정이었던 것은 너무 영화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많았던 부분 때문이었다. 현재 우리 사회가 문맥이 사라지고 프레임 몇개를 단어로 묶은 뒤 그 안에서 통통거리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 영화도 그렇게 되면 어떻게 하나라는 걱정이 있었다. 영화 개봉을 하면서 매체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은 것도 내가 말을 아끼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아서였다."

그래도 1000만 관객은 양 감독의 예상에서도 완전히 벗어난 것이었다. "만들어지면 오해와 편견을 어떻게 극복할까만 생각했지 관객수는 아예 신경도 쓰지 못했던 부분이다."

물론 '변호인'이라는 소재는 예전부터 양 감독이 생각해오던 것이었다. "현대사를 이해하면서 한 10분 정도 생각해놓은 사람이 있다. 그중에 5공 청문회 스타였던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드라마틱했던 것 같다. 고졸 출신으로 고시에 합격하고 잘나가던 세무 변호사에서 인권 변호사로 변신한 후 청문회 스타로 떠오르는 과정까지가 재미있었다. 편한 길을 버리고 힘든 길을 갔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저 분을 가지고 80년대를 바라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미리부터 준비하던 자료는 용도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대선 후보로 나서면서 포기했었다. 그러다 이제 다시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하려고 하니 폐기하거나 분실한 자료가 많았다. 다시 모으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하지만 '변호인'은 사실 영화 기획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웹툰으로 기획을 했다가 우연히 위더스필름 최재원 대표를 만나서 이야기하면서 영화화로 돌아섰다." 양 감독은 인기 웹툰 '브이'와 '스틸레인'의 스토리 작가로 활동했던 경력을 가지고 있다. "감독을 물색하다 최대표가 '가장 잘아는 사람이 양감독이니까 양감독이 하는게 좋겠다'더라. 고민 끝에 수락했다. 그렇게 기획하고 있었는데 공교롭게 송강호라는 위대한 배우가 하겠다고 하면서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다."

그래서 양 감독은 '변호인'의 성공요인으로 세가지를 꼽았다. "송강호라는 위대한 배우, 송우석이라는 캐릭터, 모티브로 삼은 인물 등 세가지가 겹치면서 영화를 보고 만족하고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 송강호라는 배우는 내가 처음 영화를 하는 감독이라 미숙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염두에 두고 연기하는 배우였다. 또 임시완에게는 이런 조언을 해주더라. '관객수가 많아 기쁘지만 숫자적인 것보다 의미가 제대로 전달돼 기쁜 영화를 앞으로 만나기 힘들 것이다.'"

그리고 그는 영화 속 또 하나의 축 차동영 역의 곽도원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사실 그 시대에는 몸으로 이데올로기를 배울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시대에 신념체계가 만들어졌고 신념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이 차동영이다. 그런 모습을 곽도원이라는 배우가 잘 소화해준 것 같다."


"워낙 우리 사회가 흔적을 지우면서 앞으로 나아가는데 익숙한 사회다. 단지 20년 전인 90년대만 보여줘도 열광을 하지 않나. 그래서 그런지 80년대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지 않더라. 80년대를 만들어나가는 것도 꽤 힘든 작업이었다." 그래도 적은 제작비로 '변호인'은 완성됐고 결국 1000만 관객을 달성했다. "작품에도 운명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안좋은 케이스도 많이 봤다. 활인줄 알고 쐈는데 새인 것도 많았다. 그래도 '변호인'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던 것 같다.(웃음)"

양감독의 마지막 말은 의미심장했다. "사건에 분노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얼마나 오래 고민할 수 있느냐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지속성의 문제이고 그 동력은 신념일수 밖에 없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공유하고 성찰하면서 나오는 것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변호인' 양우석 감독. 사진제공=퍼스트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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